[Review] '뮤덕'들을 위한 원더랜드 : WONDERLAND FESTIVAL 2022 [공연]

그리고 그곳에 뚝 떨어진 한 머글의 이야기
글 입력 2022.05.08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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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 '신비한 음악의 세계가 펼쳐지는 꿈 같은 순간'이라는 슬로건에 혹한 필자는 홀린 듯이 페스티벌 티켓 두 장을 손에 쥐게 되었다.

 

외부 활동을 극도로 귀찮아하는 성정 탓에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페스티벌'에는 가본 적이 없었는데, 대체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사진 한 장에 적혀 있는 출연진 사이에서 익숙한 이름이 몇 없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손가락은 스스로 자아가 있는 것처럼 페스티벌 참석을 자처했다.

 

그렇게 4월 30일 올림픽 88잔디마당에서, 나의 생애 첫 페스티벌 생존기(?)가 시작되었다.

 

 

 

'뮤덕'들을 위한 원더랜드



2022 원더랜드 페스티벌_라인업.jpg

  

 

[WELCOME TO WONDERLAND


WONDERLAND FESTIVAL 2022에서는 상상 속으로 그려왔던 꿈만 같은 하모니로 모두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신비한 시간이 펼쳐집니다. 대형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부드럽게 울려펴지는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담긴 마법 같은 무대로 당신에게 새로운 설렘의 시간을 선물할 것입니다.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한 5월, 달콤한 햇살이 감싸는 잔디 위에서 한 편의 신비한 꿈처럼 펼쳐질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가려져 있던 상상 속으로 한걸음 다가가 마음 깊이 기억될 멜로디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낭만이 깃든 이 곳, 원더랜드에서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당신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필자는 정말 페스티벌이 대관절 뭐 하는 문화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축제 당일 공연장에 입성하게 되었다.어떤 공연장이나 전시장에 가게 될 경우 보통은 예습을 하고 가지 않느냐고 물어본다면... 필자는 그런 거 해본 적이 없어서 할 말이 없다.

 

여기서 한 가지 큰 문제가 발생했다. 티켓 받으러 간 부스에서 갑자기 손목을 붙잡고 띠를 둘러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입장 게이트를 넘자마자 냅다 잔디밭 돗자리판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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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소가 올림픽 '잔디공원'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으니 잔디밭이 그리 놀라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드넓은 잔디밭에 밧줄로 구획된 영역을 좌석 삼아 관람객들이 저마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는 진풍경은 예상 밖이었다. 또한 공연장 한 편에는 일행과 미리 점심을 해결하고 온 것이 무색하게 각종 음식들을 판매하는ㅡ심지어 맥주도 팔고 있었다ㅡ부스들이 늘어서 있었다.

 

지정좌석제라기에 일회용 플라스틱 의자들이 줄지어 있는 공연장을 상상했던 필자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돗자리와 브로셔를 받아들고 자리에 얌전히 앉았다.

 

그리고 근처의 모든 관객들이 미리 집에서 앉은뱅이 의자와 테이블을 챙겨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약간의 후회를 했다. 왜냐하면, 돗자리에 의자 없이 500분을 앉아 있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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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2022 원더랜드 페스티벌의 경우 라인업은 공개되었지만 셋리스트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가만 앉아서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듣다 보니 선곡이 뭔가 이상했다. 모든 출연자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뮤지컬 넘버 혹은 성악 스타일의 곡들을 불러 댔다. 그리고 필자와 일행을 제외한 모든 관중들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그 셋리스트에 열광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필자를 향한 몰래카메라인가 싶었을 정도다.

 

이상함을 감지한 후 인터넷 검색창을 열어보고서야 필자는 '규현', '선우정아', '렌', '이석훈'에 눈이 팔려 보지 못했던 나머지 출연진들이 죄 뮤지컬 배우 혹은 팝페라 가수였음을 깨달았다. 한마디로 원더랜드 뮤직 페스티벌은 '뮤덕(뮤지컬 덕후)'들을 위한 원더랜드 그 자체였던 것이다.

 

 

 

뜻밖의 발견: 선우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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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필자가 뮤지컬에 있어서는 머글 급의 문외한이긴 했지만, 팝페라 가수들이 널리 알려진 곡들을 많이 불러 주어서 즐기는 데에 무리는 없었다.

 

중간중간에 아이유의 '을의 연애'를 작곡한 박주원 기타리스트의 공연도 있었고, 미라클라스의 세 가수가 '지금 이 순간', 'can't take my eyes off you' 등의 유명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공연자들이 너무나도 행복해보여서 그것을 바라보는 필자까지도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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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필자가 본 페스티벌을 유독 인상적으로 기억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선우정아의 공연 때문일 것이다.

 

선우정아는 사실 필자가 본 페스티벌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우울했던 지난 2020년 말, 우연히 '구애'라는 노래를 접해 한참을 들었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도망가자'라는 음악이 역주행하면서 '선우정아'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막연한 호감이 생겼다. 그리고 이번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그 호감에 확신을 부여한 공연이었다.

 

'구애'로 시작해 '뒹굴뒹굴', '터트려', 'invisible treasure', '도망가자', '동거', '고양이'를 거쳐 '비온다'로 자신의 순서를 마무리하기까지. 필자는 1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휘몰아친 선우정아의 라이브에 그야말로 잠겨 버렸다.

 

여담이지만 라이브를 들은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음원을 다시 들으니 성에 안 찰 지경이었다. 라이브로 듣는 음악이란 담아둘 수 없는 시간예술인지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싶지만, 선우정아의 공연은 가수 특유의 가성이 상당히 잘 느껴졌다. 호응 유도 역시 너무나 귀여웠다(!).


 

코로나 이후 처음 맛본 대규모 공연의 즐거움,

그리고 뜻밖의 아티스트 발견까지.

이 정도면, 꽤나 성공적인 원더랜드 탐험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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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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