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재택근무를 사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집에서 일할 때의 고충에 대하여
글 입력 2022.05.1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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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8일자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다. 드디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들어선 듯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다 못해 일상 그 자체가 되었던 탓인지, 이전으로 돌아가기가 어색하거나 오히려 지금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상황도 충분히 존재한다.


많은 이들에게 그 중 하나는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업무방식이다. 불가항력에 가까운 거리두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도입됐지만, 많은 이들이 재택근무의 장점을 몸소 체험하면서 이 방식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됐다. 몇몇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재택근무 형태가 과연 조직 구성원의 만족도, 나아가 조직의 성과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역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조직의 특성과 업무의 성격, 개개인의 성향이 셀 수 없이 다양한 만큼 모집단의 범위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 될 것이다. 재택근무를 짧게나마 경험해본 내게는 오히려 그 이점보다 한계가 두드러졌는데, 이 글로 그 이야기를 풀어 보려 한다.

 

 

 

소통의 부재와 결과중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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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는 당연히 감정적인 교류가 불가하다는 점이다. 모든 구성원이 철저하게 개별 업무를 분담하는 조직이라면 중요하지 않은 지점일 수 있다. 하지만 칼로 무 자르듯 개개인의 업무가 완전히 분리된 경우가 아니라면, 어찌 됐던 하나의 부서나 팀으로 묶인 상황이라면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쳐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그리고 업무 환경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물론 모든 상황을 일일히 보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에 재택근무 시에는 그러한 변수가 즉각적으로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사무실에서는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달라지는 공기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고 빠르게 갖가지 상황들을 파악할 수 있다.

 

한 공간을 공유하면 타인의 업무 상황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나의 상황도 자연스럽게 타인과 공유된다. 다시 말해 사무실 근무 시에는 불필요한 상황 설명 없이도 내 업무의 성취도를 다른 이에게 쉽게 납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로 진행한 업무에서는 결과물을 제외한 업무의 과정들이 쉽게 지워진다. 재택근무 시 관리감독을 위해 필수적으로 진행되는 보고서 작성 역시도 과정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다.

 

 

 

휴식공간과 업무환경의 일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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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의 장점은 교통체증과 출퇴근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몸이 편안하다는 점인데 사실 이마저도 단점이 될 때가 잦다. 집은 몸이 편안해야 마땅한 공간인데, 이곳에서 근무시간을 보내게 되면 집에서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를 9시간 동안 잃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출퇴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집이라는 휴식공간에서 업무를 소화하는 상황이 도리어 효율성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교통체증을 겪으며 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업무시간으로의 전환에는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퇴근길도 마찬가지다. 물리적으로 업무 환경과 분리된 공간으로 들어설 때 퇴근 이후의 시간을 더 풍부하게 누릴 수 있었다.

 

내 집중력은 특히나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쉽게 영향을 받는 편이다. 그래서 몸은 편안한 반면 정신은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자세를 편하게 취할수록 일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고, 사무실 근무처럼 똑바로 바로앉아도 집이라는 장소는 일에 집중하기엔 너무 편안했기 때문에 곤욕을 치를 때가 많았다.

 

 

 

업무의 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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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사무실로 출근한 인원에 업무가 어쩔 수 없이 편중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온라인상으로 소통하며 업무를 진행한다고 해도 사무실 내에서 더 원활하게 상황 공유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업무의 주된 흐름 역시도 사무실로 쏠리기가 쉽다. 특히나 유선상 문의가 많은 시기에는 이 점이 더욱 눈에 띄었다.

 

전화만 받는 포지션이 아닌 이상,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받으면 개인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을 방해받게 된다. 아무리 재택근무자가 자기 직통번호에 착신을 걸어도 사무실에서는 다른 자리의 전화를 대신 받을 때가 생기기 마련이고, 전체 인원에 골고루 분산되어야 할 통화량이 사무실에 남은 일부 인원에게 몰리면서 이들의 업무 효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재택근무 시에는 사무실의 상황으로부터 분리되어 온전히 개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되겠지만, 사무실로 출근하면 또 다시 다른 재택근무자의 공백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 삼아 재택근무의 단점을 위 세 가지로 추려 봤다. 물론 다른 직종에서 재택근무를 경험하게 된다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는 의견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현재의 업무 형태가 재택근무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마냥 반길 수 없었다.

 

결국 재택근무의 방식 자체에서 장단점을 찾기보다는, 업무의 성격을 깊이 있게 고려하며 재택근무와의 궁합을 다각도로 살펴보아야 한다. 단순히 조직 구성원의 만족도만으로 평가할 일도 표면적인 성과로만 판단할 일도 아니다. 구성원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한다고 해서 업무의 효율성에 있어서도 마냥 긍정적이리라는 보장도 없고, 혹여 더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고 해도 그 결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온라인상의 만남이 대면 만남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꼬박 2년 동안 몸소 느껴 왔다. 그것이 직장생활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출근길은 언제나 피로하고 사무실의 공기는 늘 칙칙하다. 하지만 휴식할 수 없는 휴식 공간에서 고립된 채, 긴장 풀린 몸으로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도 썩 달갑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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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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