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완전한 행복: 텍스트로 느껴지는 서늘한 공포 [도서]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글 입력 2022.05.0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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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나는 그러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어.] p. 112~113

 

책의 30쪽 즈음 읽었을까, 몰아치는 공포에 휩싸여 잠시 책장을 덮었다. 텍스트로 이렇게 생생한 공포가 전달될 수 있다니. ‘시골집’의 풍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고, 되강오리가 귓가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반달 늪’의 기분 나쁜 축축함이 온몸에 느껴졌고, 숨결마저 조심스러웠을 ‘지유’를 둘러싼 공기의 미세한 떨림이 전달되어 나까지 숨을 가늘게 내쉬고 있었다.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은 나르시시즘의 늪에 빠져 완전한 행복을 위해 불완전한 모든 것을 제거하는 여인, ‘신유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유나를 중심으로 혼란스럽게 뒤얽힌 사건과 인물을 유나의 언니이자 기자인 ‘재인’이 하나씩 정리하며 마주하기 두려운 진실과 마주한다.

 

[멀미가 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두려웠다. 깊이 모를 늪으로 발을 디딘 기분이었다. 자아의 목소리는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끈질기게 자신을 설득하는 목소리였다. 우연이야. 거기에서 뭘 읽으려 들지 마. 다른 목소리는 유나를 향해 묻고 있었다. (후략)] p. 198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유나가 있지만, 어떠한 사건도 유나의 시점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그녀와 엮인 인물들의 의심과 확신이 퍼즐처럼 맞춰져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낼 뿐이다. 그녀와 엮인 남자들은 왜 자꾸 사라지는가. 그녀의 완전함을 방해하는 이들의 행방은 왜 묘연해지는가.

 

그 비밀을 추적해갈수록 현실 세계에서의 어떤 사건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책의 연관 검색어에 올라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해당 사건을 두고 ‘이야기를 태동시킨 배아이긴 하나, 그 밖의 요소는 소설적 허구’라고 단호히 밝힌다. (521p. 작가의 말 중)

 

책에서 신유나는 자신이 추구하는 완전한 행복을 위해 불완전한 요소를 모두 제거한다. 그러나 보는 이의 입장에서, 신유나는 완전한 행복에 가까워지기보다 불완전의 늪에 서서히 잠식되는 듯하다. 완전함을 위해 제거한 요소가 또 다른 불완전함을 끌어들이고, 그렇게 반복되는 불완전의 굴레에서 발버둥 친다. 누구보다 고결하고 완전한 것처럼 고고한 낯을 들고 있지만,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잠식되는 늪에 빠져든 불쌍한 개체일 뿐이다.

 

책의 중간 부분을 넘어설 때쯤, 내 읽는 속도가 전개를 따라가고픈 마음을 따라잡지 못해서 몇 번이고 글의 단락을 그냥 겅중겅중 뛰어넘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내가 원하고, 또 그래야만 하는 결말이 남은 페이지 안에 담기지 않을까 봐 남은 페이지 수를 세고 또 셌다. 그만큼 책의 끝까지 긴장감이 휘몰아쳤다.

 

[“나는 참 운이 없어.”] p. 513

 

신유나의 인생에서 과연 ‘완전한 행복’은 가능했을까? 애초에 완전한 행복이란 것은 존재할 수 있을까? 행복의 궁극점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덧셈을 해야 할까, 뺄셈을 해야 할까? 책장을 덮은 후에도 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떠돈다. 당신이 정유정 작가의 팬이라면, 작가의 전작을 흥미롭게 읽었다면 두말 않고 책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핵심 소재로 다뤄지는 되강오리 울음소리를 첨부한다. 어린 지유가 시골집 2층에서 홀로 들었을 소리이다. 되강오리 소리와 함께 소설의 묘사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책의 스산한 분위기를 훨씬 더 가까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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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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