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탄탄한 내적 논리로 안정된 파격을 추구하기. [음악]

피아니스트 폴 커비의 트리오 앨범 [One Look]
글 입력 2022.05.03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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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Kirby Trio - One Look (소리의 나이테, 2022)

탄탄한 내적 논리로 안정된 파격을 추구하기.

 

한국 재즈씬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연주자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주자가 있다면 그중 한 명 바로 피아니스트 폴 커비일 테다. 그만큼 그는 한국에서 오랜 기간 연주활동과 음악 교육을 이어왔다.

 

그게 어느새 11년이 됐다. 당연히 실력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한 기간이다. 주변을 보더라도 재즈 라이브 클럽에서 그가 연주하는 날을 특별히 살펴 방문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가 이번에 트리오로 두 번째 앨범 [One Look]을 발매했는데, 이는 국내에서 정식으로 발매한 첫 음반이기도 하여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전 앨범 [If Not Now]는 독일에서 발매하기도 했고(녹음은 서울의 오디오가이에서 진행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션 드래빗과 김민찬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밝힌 폴 커비는 이번 앨범에서 스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오리지널 곡들을 선보인다.


폴 커비가 아티스트 노트에서 전한 이야기로 미루어 보건대 ‘One Look’은 타인에 대해 단박에 알아차리는 어떤 순간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해는 연주의 순간에 빗댈 수 있을 듯한데, 트리오는 불꽃이 튀는 찰나의 이미지가 아닌 서로의 범위에서 돌출되지 않고 주고받는 리듬을 통해 서로의 상태를 정확하게 감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명의 곡에서 김민찬의 세밀한 드러밍과 션 드래빗의 비가시적일 만큼 근간에 위치하는 베이스, 폴 커비의 징검다리 건너는 듯한 멜로디 진행은 물 흐르듯 각자의 자리에서 스윙한다.

 

이 적절한 거리감이 폴 커비의 연주를 대변한다. 이는 함께하는 연주자들을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속도감 있는 스윙 곡들로 이루어진 이번 앨범은 ‘Reslove’처럼 일정한 다이내믹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세밀하고 정제된 변주를 통해 완성시킨다.


한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폴 커비의 오리지널 곡인데, 그 한 곡은 스웨덴 전통 민요이자 우리에게는 재즈 스탠더드 곡으로 잘 알려진 ‘Dear Old Stockholm’이다. 이 역시 파격적인 진행보다 멜로디를 차분하게 발전시키며 내재적 스윙감을 확장시키는데, 곡의 말미에는 레이드-백으로 끈적한 그루브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렇듯 잘 조율된 진행 안에 작은 파격을 부여하되 곡 내부의 논리를 잃지 않는 그의 방식에 피아노 연주자이자 커비의 스승 스탠리 코웰이 언뜻 겹쳐 보인다. 그중에서도 코웰이 스티플 체이스에서 앨범을 발매하던 1980년대 말 ~ 1990년대 초의 그것을 연상케하는데, 안정된 파격을 추구하는 그의 영향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폴 커비 역시 그 나름의 지평을 펼치고 있기에 성립 가능한 이야기이다. 여전히 스윙하는 사람들을 위해, 단정한 그의 연주가 이곳에 있다.

 

 

 

조원용 컬처리스트.jpg

 

 

[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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