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시코의 모든 것 [패션]

사시코 자수를 소개해요
글 입력 2022.05.0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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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의 자수 기법들에 대해 계속 공부 중이다. 그래서 오늘은 일본식 전통 자수 기법 중 하나인 사시코(Sashiko)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시코는 기본 러닝 스티치를 활용하여 무늬가 있는 배경을 만드는 일본의 민속 자수 기법이다. 대개 기하학적 패턴을 띠는데, 이는 반복적으로 배열된 직선 또는 곡선의 스티치를 포함한다. 일본어로 사시코는 “작은 찔림”이란 뜻을 지니며 일반적으로 바느질 도구에 해당하는 작은 바늘을 일컫는다.

 

원래 사시코는 옷의 마모된 부분을 수선하거나 강도를 높이거나 이중 레이어 처리를 위한 다닝(Darning)의 한 형태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예 기법들이 그러하듯, 사시코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나름의 미적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였으며 단지 실용적 기술이 아니라 예술로의 지위를 마땅히 얻는 수순을 따랐다.

 

오늘날에는 퀼트 제작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자수만큼의 화려한 색감이나 문양은 없지만, 특유의 소박한 느낌을 좋아해주는 매니아 층이 있는 듯하다. 나 역시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가 왠지 북유럽 계통의 디자인 미학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사시코에 자꾸만 마음이 간다.

 

전통 사시코 디자인의 영감으로는 구름, 물결치는 파도, 꽃, 나뭇잎과 같은 자연적 요소를 꼽을 수 있다. 때로는 정사각형, 삼각형, 원 등 도형의 자유로운 조합에 따라 매우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지기도 한다. 가령 모자이크식 디자인처럼 서로 맞물려 있는 모양이 반복되는 것 역시 사시코 디자인에 속한다.

 

사시코 디자인은 크게 모눈을 살린 정갈한 무늬, 사선 위주의 역동적인 무늬, 곡선이 돋보이는 부드러운 무늬, 귀여운 한 땀 뜨기 무늬 총 4가지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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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각각의 패턴들은 각자마다 고유한 역사를 지닌다. 패턴들은 모두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용도 또한 비슷한 편이다. 예를 들어, 히시(Hishi)나 다이아몬드 무늬는 일본의 가정 용품에서 흔히 쓰인다. 또한 거북이의 등딱지나 벌집이 연상되는 육각형의 키코(Kikko) 무늬는 행운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는 한다.

 

전통 사시코에서는 보통 인디고 색상의 염색 직물과 사시코 전용 흰 실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히 넓은 천보다는 여러 겹의 고른 직물이나 린넨 혼방체가 좋다. 왜냐하면 아무리 촘촘하더라도 평직물보다는 다층 구조의 직물이 공기 주머니로 인해 더 견고하면서도 보온 효과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적당한 직물과 부자재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체재를 찾으면 된다. 만약 전통 사시코에서 사용되는 묵직한 무게의 면실이 없다면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자수 실은 다음과 같다. 오목한 면 자수 치실, 8 또는 12수의 진주 면, 마지막으로는 가느다란 코바늘 면이다.

 

그리고 사시코의 바늘은 매우 길면서도 커다란 타원형의 눈을 갖는다. 전통적인 사시코 바늘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면 여성 모자를 제작할 때 쓰이는 밀리너(milliner)의 바늘이나 다닝용 바늘을 준비할 것을 권하고 싶다.

 

사시코가 일본 자수라 해서 꼭 일본의 미감만을 담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같은 동양권이라면 여백의 미와 함께 특유의 간결함으로 인해 공감할 지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것이라 해서 마냥 미워하기보다는, 국가 감정에 관계 없이 사시코가 그저 아름다운 예술 중 하나로만 받아들여질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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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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