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하모니, 리듬 그리고 컬러: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피아노 리사이틀

글 입력 2022.04.28 20: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포스터]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리사이틀.jpg

 

 

음악회를 볼 때, 우리는 두 가지를 본다. 첫 번째는 연주자(또는 지휘자)고, 두 번째는 바로 프로그램이다. 둘 중 어느 요소 하나라도 만족스럽다면 그 무대는 가봄직하다. 그런데 만일 연주자도 마음에 들고, 프로그램도 더할 나위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무대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프로그램이 사골국처럼 여러번 우려진 작품이 아니라 쉽사리 국내 무대에서 연주되지 않는 작품이라면 그 자리는 더더욱 놓쳐서는 안된다. 이런 기준을 가지고 보았을 때, 다가오는 5월 1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있을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피아노 리사이틀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무대라고 할 수 있겠다. 뛰어난 연주자와 비범한 프로그램이 만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국내 무대에서 단독 무대뿐만 아니라 특히 앙상블로 많은 무대를 꾸며온 바 있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피아니스트다. 더군다나 성신여자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만큼, 음악계에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더더욱 익숙할 법하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번 리사이틀을 위해 선곡한 작품들이 범상치 않다. 바르토크와 에네스쿠, 드뷔시라는 조합을 골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만일 드뷔시가 아닌 다른 음악가, 예컨대 야나체크 같은 음악가를 선곡했다면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이번 무대를 통해 동유럽 음악가들의 작품을 풀어내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을 법하다. 기본적으로 바르토크와 에네스쿠는 민속적인 모티브들을 자신의 음악에 잘 녹여낸 대표적인 음악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했던 시기의 공연에, 무대에서 반전 메시지를 담은 프로코피에프의 작품을 앵콜곡으로 선보이기까지 했던 연주자다. 그가 1차 대전 전후의 작품들로 이번 무대를 꾸미는 것은, 단순히 민속음악의 대가들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이번 공연의 주제이기도 한 '하모니와 리듬 그리고 컬러' 그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꿈보다 해몽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라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들려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PROGRAM


벨라 바르톡 피아노를 위한 연습곡

B.BartokStudies for Piano


게오르그 에네스쿠 피아노 소나타 1번

G.EnescuPiano Sonata No. 1 


클로드 드뷔시 전주곡 제2번

C.Debussy 12 Preludes (book 2)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이번 리사이틀의 첫 곡으로 벨라 바르톡의 피아노를 위한 연습곡 작품번호18을 선택하였다. 이 작품은 바르토크가 그만의 피아노 스타일을 확고히 하고자 노력한, 아주 뛰어난 수작으로 손꼽힌다. 낭만주의와 인상주의가 주를 이루던 시기에 이 주류를 단호히 거부하고 자신만의 방식을 확립하고자 노력했던 바르톡의 이 야심작은, 초연된 이후로 그의 콘서트 프로그램으로 포함된 바가 없다고 한다. 초연된 1918년 당시 너무 난해하여 관객들로부터 외면받았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기교적으로 작품의 난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바르톡의 이 에튀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민족적인 모티브를 내포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모티브 없이 순수하게 음악적인 언어로만 구사된 바르톡의 에튀드는 굉장히 복잡하고 리듬의 사용이 매우 독특하다. 그는 에튀드 속에 조성을 유지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굉장히 다층적인 구조로 작곡하면서 모드를 활용한다거나 하는 등 전통적으로 음악을 전개하는 방식과 상이하게 자신의 작품을 완성했다. 독창적인 리듬과 고난이도의 기교가 요구되는 만큼,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새로운 리듬을 관객들에게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


이어지는 두 번째 작품은 게오르그 에네스쿠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이다. 첫 곡과 두 번째 곡의 작곡가가 모두 동유럽 출신의, 민속음악 모티브를 잘 활용하는 음악가라는 점에서 이 두 선곡이 다소 맥을 같이 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비단 바르톡과 에네스쿠가 동유럽 민속음악의 개척자라는 이유로 이번 무대에 선곡한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드뷔시까지 포함하여 1차 대전 전후 시기의 작품들을 골랐다는 것에 더욱 선곡의 방점을 찍어보는 것도 이번 리사이틀의 프로그램을 큰 틀에서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에네스쿠의 피아노 소나타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이다. 그러나 아주 자유로운 형식의 소나타로 평가받곤 한다. 에네스쿠 본인이 원한 평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아름다운 주제를 품은 이 악장은 분명 매력적이다. 2악장 프레스토 비바체는 독특하다. 초반부에 푸가적인 표현이 제시되지만, 이는 완전한 푸가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2악장은 일면 스케르초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전통적인 2악장 스타일이 아니라 에네스쿠만의 독특함이 가득하다. 뒤잇는 3악장 안단테 몰토 에스프레시보는 더더욱 전통적인 해석 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악장이다. 피날레 특유의 활기와 역동성보다는 독특한 화음과 오묘한 선율의 신비한 하모니가 더욱 부각된다.


이번 리사이틀을 기다리는 관객들이라면 오묘함 그 자체인 에네스쿠의 피아노 소나타 1번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져본 다음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연주를 감상하면 더욱 풍성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굉장히 독특하고, 아름다우면서 이색적이고, 하모니는 화려하지만 놀랍게도 고요한 에네스쿠의 소나타는 분명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00_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프로필 _1.jpg

 

 

이번 리사이틀의 마지막 작품으로 선곡된 작품은 드뷔시의 전주곡 2권이다. 올해가 클로드 드뷔시의 탄생 16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드뷔시를 기리며 이 작품을 선곡했으리라는 것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드뷔시는 인상주의 사조의 선두주자로 전토적이지 않은 화성과 이국적인 음계, 다양한 선율과 리듬을 활용해 도전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형식을 벗어나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하며 그는 표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한 표제에 걸맞는 음악적 색채를 표현하기 위해 페달링과 화음을 적절히 활용하여 다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번 무대의 대미를 장식하는 드뷔시의 전주곡은 이러한 드뷔시의 특징이 명확하게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12개월을 표상하는 12곡이 각각 전주곡 1권과 2권에 들어있는데,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그 중에서도 2권을 골랐다. 1권과 2권 모두 아름다운 작품들로 가득하지만 개인적으로 2권이 선택되었다는 것이 아주 만족스럽다. 2권은 아름다운 소리를 들으면서 동시에 기교적인 면도 충족시켜주는 작품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2권의 12번째 곡인 '불꽃'은 이름 그대로 아주 격정적이고 테크닉적으로 어려운 작품이어서 듣기에 아름다우면서도 그 기교로 인해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관객들은 드뷔시의 전주곡 2권에서 표제와 음악의 아름다운 조화, 이를 생생하게 구현해내는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터치와 음향적 색채뿐만 아니라 고도의 테크닉까지 완벽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00_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프로필 _2.jpg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롱티보 크레스팽 콩쿠르 2 위, 아서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마스터 콩쿠르 3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4 위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한 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로 테크닉과 풍부한 감성표현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세계를 주 무대로 인정받고 있다.


2019-2020 시즌에는 마린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 도쿄 심포니 오케스트라, 교토 심포니 오케스트라, 죄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바이올리니스트 안드레이 비엘로우, 김봄소리, 쇼지 사야카와 앙상블 및 솔로 리사이틀 공연(상트페테르부르크, 상하이, 몬테비데오, 프랑스, 태국)을 진행했다.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홍콩, 뉴질랜드, 프랑스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하며 재능 있는 어린 음악가 양성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음악대학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르톡의 리듬, 에네스쿠의 하모니 그리고 드뷔시의 컬러를 보여줄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자연의 생동을 만끽할 수 있는 5월을 아름답게 장식할 이 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2년 5월 10일 (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피아노 리사이틀 ‘하모니, 리듬 그리고 컬러’


R석 60,000원 / S석 40,000원/ A석 20,000원

약 9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오푸스

 


 

 

[석미화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91703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E-Mail: artinsight@naver.com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Copyright ⓒ 2013-2022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