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지' 라는 이름 [사람]

글 입력 2022.04.28 20:0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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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이름이 하나 더 있다.

 

처음 미지라는 닉네임을 쓰기 시작한 건 당시에 좋아했던(물론 지금도 사랑하지만) 소녀시대 때문이었다.


티파니는 태티서의 타이틀 곡에서 “미지의 세계”라는 가사를 여러번 불렀다. 그 점이 재밌었고, 계속 듣다 보니 “미지”라는 단어가 이름으로 불리기에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미지의 세계

시간을 잊어버릴걸

 

- 태티서 Twinkle 가사 중

 

 

어릴 적 들어 본 듯한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로

 

- 태티서 Holler 가사 중

 

 

그래서 트위터에서 미지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트친들에게 미지님, 미지야, 라고 불리다보니 어느새 꽤나 익숙해졌다.


실생활에서 미지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건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의 스텝일을 하면서 부터였다. 그곳에서는 스텝들이 원하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도록 했고, 나는 고민 없이 미지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이때쯤부터 미지라는 이름에 의미를 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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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



나는 어느 독서모임에서 노인이 되어 회고록을 쓴다면 그 첫 문장으로 무엇을 쓰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내가 선택한 문장은 아래와 같다.


“아직 모르는게 많아서.”


배움이 늘어간다는 것은 곧 내가 모르는 것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과 동일하다. 그래서 노인이 되었을 때도 여전히 나는 모르는게 많을 것이다.

 

 

 

미지의 세계, “미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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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사이트에 ‘미지의 세계’라고 검색하면 이런 이미지들이 나온다. 우리는 ‘미지의 세계’라고 하면 주로 sf적인 풍경들을 많이 떠올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익숙한 땅이 아닌 곳들. 그러나 내게는 지금 발딛고 서있는 이 세상이 곧 미지의 세계이다.


세상은 매일매일이 경이로 차있으며, 사회는 아직 내가 모르는 것들 투성이다. 정치, 경제, 금융, 기술 같은 것들은 아직 내게 너무 어렵다.

 

무엇보다 이 세상을 미지의 세계로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다. 언제쯤이 되면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사람을 대하는 법을 겨우 알았다 싶으면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내 가설을 깡그리 무너뜨리곤 한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유없이 친절을 베푸는 사람도 있다.


<미지의 세계>는 내가 운영하는, 독서 기반 대화 커뮤니티이다. 나의 “모름”과 앎에 대한 추구에서 비롯된 주제들을 함께 나누는 모임이다. 미지의 세계 1기에서는 채사장의 <열한 계단>을 함께 읽었고, 2기에서는 막연한 미래인 늙음에 대해서 고민해보았으며, 3기에서는 우울증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


내게는 모르는 것도, 그래서 궁금한 것도 아직 너무나 많기에, <미지의 세계>는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로 이어질 예정이다. 나의 세계가, 각자의 세계가 이를 통해 넓어진다면 좋겠다.

 

 

 

불확실성은 어떻게 우리를 고통으로 밀어넣는가



이번 글은 또 무엇으로 쓸까, 한참 고민해도 소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봤던 영화나 책의 리뷰를 쓸까 했지만 좀처럼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항상 소재가 될 만한 것들을 메모장에 주르륵 써 두지만, 늘 그 주의 오피니언이 되는 건 그 시기에 내가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된 것이다.


요즘 들어 불안증세가 도졌다. 나는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 불안장애란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 질환을 통칭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물론 불안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신체 증상을 동반하며, 그 상태에 붙잡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부정적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강나선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그건 불안장애라 할 수 있다.


불안의 원인은 이제는 잘 모르겠다. 마치 길어진 전쟁과도 같다. 처음엔 이유가 있었는데 갈수록 그 이유를 명확히 알기란 어렵다. 정체모를 적과 지독한 장기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불안은 불확실성에서 온다. 나는 늘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면 불안하다. 항상 최악의 결과부터 예상하고야 만다. 내일 만날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 모르겠고, 나의 말과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겠어서 불안하다. 기한까지 해야할 과제들을 생각하면 불안하다. 내게 맡겨진 일들을 다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불안하다. 내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불안하다. 내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지 모르겠어서 불안하다.

 

모른다는 것은 늘 나를 불안하게해서, 모른다는게 참 싫었다. 많은 것들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왜 미지 냐고요?


 

나는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 상처받은 적이 있다. 그 때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단언하면 안된다는 걸 배웠다. 나는 친구는 커녕 나 자신도 잘 모르는 사람이란 걸 알게되었다.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자 세상은 너무 어렵고 무서운 곳이 되었다. 그러나 어쩌면 모른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든 걸 다 알려고 드는게 오히려 비정상적일지도 모른다.

 

내가 미지를 이름으로 삼은 것은, 모른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로 가득 찬 나 자신을 끌어안기로 했다. 모르기 때문에 무서워서 틀어박히기로 하는 것과, 모른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것은 다르다. 내가 모르는 것들에 대해 겸손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접근하며, 세상과 나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는 사람이고 싶다.

 

이런 뜻을 담은 미지라는 이름을 사랑한다.


*


우리는 태어날 때 이름을 선택할 수 없었다. 나만의 의미와 나의 정체성을 담은 새로운 이름 하나쯤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새로운 이름은 무엇인가?

 

 

 

김민정 에디터.jpg

 

 

[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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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osolmi
    • 모름과 불안은 젊음의 아킬레스이자 특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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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무아
    • 나는'무아'라는 이름을 쓰고 싶네요
      내가 없으면 너도 없을 것이고
      나와 너의 '사이'도 없을 것이고...
      '사이'는 때론 껌딱지같이 딱 붙고
      때론 우주에서 새로 발견된 별만큼 멀고
      그 가까움과 멈의 반복때문에
      나는 항상 심한 멀미를 하며 살아왔던것 같아요
      마음 속에 오래된 껍질
      나를 없애면 세상의 알멩이를 담담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무아'라고
      이름 짖고 싶네요~~

      에디터님의 20대 고민이 나이 들면
      해결 될거라는 기대는 하지마세요ㅋ
      50대에도 똑 같은 고민를 할 것입니다
      더 깊어지고 풍성해지는 불안들...
      우리는 그것과 함께 살고 있다고 인정해야할뿐...
      자신에게 잘 듣는 마음의 영양제를
      찾아 꾸준히 섭취하면서 살아갈뿐...

      어른이의 세계는 그런 것이죠

      오늘도 잘 읽었어요, 좋은 글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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