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특정 다수의 시선에 난자당하는 10대들의 이야기, 책 '나를 지워줘'

글 입력 2022.04.24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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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스마트폰 세상에서

무수하게 퍼져나가는 두려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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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워줘

저자 : 이담

출판 : 다른

발매 : 2022.03.30.


 

"그 애의 영상이 퍼지기 시작했다"

친구의 고통을 지우기 위한 소년 디지털 장의사의 위험한 추적


디지털 장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열일곱 살 모리는 같은 반 친구 리온의 간절한 부탁을 받게 된다. 모리는 리온의 사건과 엮이게 되면서, 자신이 어쩌면 침묵하고 있던 진실들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모리의 추적은 가해자들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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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디지털 장의사가 마주하는 현실에 대하여



본 책의 주인공은 열일곱 살 모리다. 모리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또 다른 부캐(?)를 가지고 있다. 낮에는 학생이었다가 밤에는 디지털 장의사가 되어 숨겨진 재능을 펼친다. 그가 그러한 재능을 디지털 장의사라는 역할로 펼치게 된 계기는 잃어버린 자신의 여동생과 닮은 여자아이의 불법 촬영물 때문이다.

 

모리는 언젠가 자신의 여동생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고, 해커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여동생을 찾기 위해 그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렇지만, 불법 촬영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또 그러한 불법에 더욱 가까이 가야만 한다. 모리는 단순히 선의로 활동하던 일이 점차 커지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한 모리의 여정을 따라가며 생각한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나게 되었을까?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불법 촬영물을 주제로 한 다른 콘텐츠들과 차별점을 지니는 이유는 '10대 디지털 장의사'라는 지점이다. 10대 학생이기에, 학교라는 하나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고, 그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시에 만날 수 있으며, 불법적인 콘텐츠에 대해서 10대 학생들이 어떻게 대하는지, 또래로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대,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 범죄가 다수의 콘텐츠를 통해서 수면 위로 오르는 이유는 2019년에 뉴스를 점령했던 N번방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N번방 사건의 주요 피해자들은 10대, 아동들이었다. 그 사건이 수면 위로 오르기 전까지, 그러한 세상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필자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어린아이들이 왜 불특정 다수의 끔찍한 시선 속에 난자당해야 했을까? 해당 영상의 출처, 협박 과정을 떠나서 그러한 영상들이 유통되고 소비하는 공간이 존재했고, 그 공간에서 어른들이 그 시선에 동조했다.

 

어른들은 그 끔찍한 사건을 막지 못했고, 그에 관한 피해는 오롯이 피해자들에게 되돌아갔다. 본 이야기는 그런 피해자들이 겪는 사회의 분위기를 학교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학교는 작은 사회와 같다. 10대들에게는 어쩌면 사회의 전부인 곳에서, 피해자들은 어떠한 시선을 감당해 내야 하는가에 대한 그 무게를 느끼게 했다.

 

그러니, 소설 밖 현실은 어떨까 싶었다. 이 이야기는 소설이지만, 여러 실화들이 그 기반에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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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설보다 현실이 가혹할까?



이 이야기는 다양한 실화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겠으나, 실질적으로는 픽션이다. 묘사되는 감정도 당연히 현실에 못 미칠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소설보다 현실이 더 잔혹하니까.


우리는 점점 편리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기술들은 진보하였고, SNS를 통해 서로의 연결은 더욱 수월해졌다. 더불어 수많은 콘텐츠들은 스마트폰 하나면 모두 즐길 수 있다. 그렇게 편리해지는 것과 동시에 엄청나게 많은 어두운 일들을 스마트폰 하나면 다 해낼 수 있는 세상에 도달했다.

 

불법 촬영물, 합성, 딥페이크 등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로 공유 받고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이력을 지울 수 있는 보완성이 높은 SNS 채널까지 있으니,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는 더욱 범죄자들의 꼬리는 잡기 힘들고, 그와 동시에 피해자들은 피해자 다움을 더욱 강요받으며, 2차 가해자들은 자극적인 콘텐츠의 소재가 된 피해자들의 품행에 대해 논한다. 더불어 현실은 소설에서처럼 사이다스러운 결말을 안겨주기 참 어렵다. 이제 불법을 행한 범죄자들에 대한 법의 처벌은 시작되고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우리는 이렇게 끔찍한 사건을 다시 마주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똑같은 사건들을 뉴스에서 보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선이 피해자들이 아니라 가해자들을 향해 있어야 할 것이다. 계속 가해자들을 주시해야 하고, 끊임없이 불법 촬영물에 관해 공유나 소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사건의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지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으면 안 되는 현대인들, 그리고 10대들, 우리는 언제라도 피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2차 가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사건들을 보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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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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