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목프로덕션 창립 15주년 기념공연, 콰르텟 플러스 QUARTET PLUS

글 입력 2022.04.2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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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수요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아름다운 실내악 무대가 펼쳐졌다. 바로 콰르텟 플러스 무대였다. 목프로덕션의 창립 15주년 기념 연주회인 콰르텟 플러스 무대는 실내악 명가 목프로덕션의 뛰어난 현악사중주단 세 팀이 무대를 꾸미는, 아주 특별한 공연이었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서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실내악 영역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온 목프로덕션이기에 할 수 있는 기획무대이기도 했다. 한국 실내악의 새로운 역사를 쓰며 지평을 넓힌 노부스 콰르텟을 비롯하여 하이든 실내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던 아벨 콰르텟, 프라하의 봄 콩쿠르 우승팀인 아레테 콰르텟이 이번 콰르텟 플러스 무대에 올랐다.


하이든 실내악의 정수를 보여줄 아벨 콰르텟이 이번 공연의 포문을 열고, 1부의 후반부는 아레테 콰르텟이 이를 이어받아 무대를 선보였다. 다가오는 토요일인 4월 23일에 있을 아레테 콰르텟의 첫 정식 리사이틀 <그랑 데뷔>가 어떤 무대일지 아주 기대하게 만드는, 젊고 유능하며 놀라운 콰르텟이다. 그런 아레테 콰르텟은 2부에서 노부스 콰르텟과 함께 멘델스존 8중주를 선보였다. 특히 아레테 콰르텟은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김재영을 사사한 제자들이기에, 사제지간이 한 무대를 꾸민다는 차원에서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포인트가 있었다.


 



PROGRAM


하이든 / 현악사중주 라장조, Op. 71 No. 2, Hob.III:70 (아벨 콰르텟)

Haydn / String Quartet in D Major, Op. 71 No. 2, Hob.III:70

 

I. Adagio-Allegro

II. Adagio Cantabile

III. Menuetto: Allegro

IV. Finale: Allegretto


슈만 / 현악사중주 제2번 바장조, Op. 41, No. 2 (아레테 콰르텟)

R.Schumann / String Quartet No.2 in F Major, Op. 41, No. 2

 

I. Allegro vivace

II. Andante quasi variazioni

III. Scherzo: Presto

IV. Finale: Allegro molto vivace


INTERMISSION


멘델스존 / 8중주 내림마장조, Op.20 (노부스 콰르텟&아레테 콰르텟)

Mendelssohn / Octet in E-flat Major, Op.20

 

I. Allegro moderato con fuoco

II. Andante

III. Scherzo: Allegro leggierissimo

IV. Presto

 




하이든의 현악사중주 라장조 작품번호 71-2는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이든의 성숙한 아다지오 서주로 시작하는 1악장은 알레그로로 넘어가면서 활기찬 주제를 선보인다.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는 하이든이 말년에 작곡한 아다지오 중에서도 수작으로 손꼽히는 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소나타 형식이면서도 재현부에서는 화려하게 장식된 변주가 구성되어 우아하게 아름답다. 짧고 굵은 3악장 미뉴에트는 간결하면서도 확신에 찬 듯이 힘이 넘친다. 이를 이어받은 4악장은 알레그레토로 부드럽게 시작하다가, 알레그로로 넘어가며 점차 고조되어 포르티시모로 아주 화려하게 끝맺어지는 형태다.


*


부드럽고 아름다운 첫 음으로 아벨 콰르텟이 공연을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 시작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네 사람이 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첼리스트 조형준이 "목프로덕션의 열 다섯 번째 생일을!" 이라고 말하면서 네 연주자가 생일 축하노래를 화음을 맞춰 불렀다. 그렇게 음을 자연스럽게 이을 수 있는 지점에서 멈춰선 것도 재밌고, 연주자들의 노랫소리도 좋아서 놀랐고 아주 유쾌한 인트로여서 관객들이 뜨겁게 환호했다.


목프로덕션 생일축하를 끝내고 다시 하이든 현악사중주를 처음부터 연주하기 시작했다. 우아하고 성숙하면서도 교향곡처럼 스케일도 느껴지는 하이든의 현악사중주가 아벨 콰르텟의 연주로 울려퍼지는 것이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4월 초에 있었던 이들의 리사이틀을 못보았기에 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윤은솔의 주도로 나오는 명징한 아벨 콰르텟의 사운드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이 작품과 너무 잘 어울렸다. 상류층만을 위하던 현악사중주를 하이든이 처음으로 대중을 위해 작곡한 곡이라고 하는데, 그런 면 또한 목프로덕션에 잘 어울리는 선곡사유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악을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꾸준히 실내악 무대를 개척해온 공연기획사이니만큼 하이든이 대중을 위했던 그 마음과 같은 결이라고 느껴졌다. 하이든을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사운드로 들려줄 수 있는 아벨 콰르텟과 함께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그야말로 산뜻하고 위풍당당한 공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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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의 현악사중주 2번은 그의 현악사중주 1번보다 진일보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현악사중주를 작곡하는 데 있어 고민이 많았던 슈만은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곡들을 연구하면서 자신의 현악사중주 세 곡을 작곡했고, 이 작품을 멘델스존에게 헌정했다고 한다. 멘델스존도 만족했던 이 작품은 고전악파의 영향을 받은 동시에 자신의 현악사중주 스타일을 고민했던 슈만의 분투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알레그로 비바체로 시작하는 1악장은 하이든의 영향을 받은 슈만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악장으로 평가받는다. 바장조의 작품이지만 쾌활한 분위기라기보다는 매우 정교한 도입부다. 이를 이어받는 2악장은 안단테이면서도 변주곡 형태로 진행되면서 1악장보다도 훨씬 긴 길이감으로 듣는 이를 즐겁게 한다. 3악장 스케르초는 역동적이며 다단조 사이에 다장조를 삽입하여 다이나믹 속에 즐거운 위트를 섞었다. 피날레인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는 1악장에서 3악장 전반을 아우르면서 격렬한 기쁨으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통합하는 형태다.


*


이 아름다운 작품을 연주할 아레테 콰르텟은, 개인적으로 이번 무대로 만나는 것이었다. 이들의 연주는 어떨지, 그들이 표현할 슈만은 어떨지 공연 전부터 가장 궁금했는데 결론적으로 이들의 연주가 끝나자마자 객석에서 아주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정교한 슈만의 연주를 아주 치밀하게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장조면서도 가볍지 않은 1악장은 단일주제를 아주 정교하고 복잡하게 엮어가는데, 그 과정을 아레테 콰르텟은 마치 하나하나 직조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주었다. 2악장에서는 부드럽고 섬세한 이들의 터치와 앙상블이 극대화되었다. 강렬한 1악장과는 상반된 매력이 두드러졌다. 독특한 박자감의 3악장과 빠르게 질주하는 4악장에서 치열하게 음을 쌓아가는 아레테 콰르텟의 연주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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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의 현악8중주 내림마장조는 열 여섯의 멘델스존이 작곡한, 실내악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놀라운 작품이다. 네 대의 바이올린과 두 대의 비올라, 두 대의 첼로를 활용한 이 작품은 멘델스존의 초기 작품 중에서 작곡되었던 당시부터 반응이 좋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작곡을 완성한 뒤 총보에 서명을 한 멘델스존은 이 작품을 자신의 벗이자 바이올린 스승이었던 에두아르드 리츠에게 생일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리츠의 초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며 현악8중주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고 하는데, 이는 멘델스존이 이 현악8중주를 '두 콰르텟의 조합'으로 다룬 것이 아니라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앙상블로서 성공적으로 녹여내었기 때문이다.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마 콘 푸오코는 마치 교향곡 같은 스케일로, 다른 악장들의 두 배 정도 되는 연주시간이 소요된다. 그만큼 1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서의 제시와 전개, 재현이 구현되어 있고 코다까지 완비되어 있어 알차다. 특히 1바이올린 파트는 고도의 기교가 요구되어 감상하기에도 즐거운 악장이다. 2악장 안단테는 사색하는 듯한 악장이다. 다단조로 천천히, 그러나 무게감 있게 시작하는 2악장에서는 절제된 서글픔이 세련되게 느껴진다. 3악장 스케르초는 당시 멘델스존과 친분이 있었던 괴테의 서정시 파우스트 중 '발푸르기스의 밤의 꿈'에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스타카토와 피아니시모, 트릴의 연속인 스케르초 악장은 기묘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지막 피날레인 프레스토는 마치 교향곡의 4악장처럼 풍성한 피날레를 장식하며 현악8중주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특히 이 4악장에서 현악 8대로 멘델스존이 보여주는 푸가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


1바이올린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2바이올린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이 나서고 3, 4 바이올린은 아레테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전채안과 김동휘, 비올라와 첼로는 모두 1주자를 노부스, 2주자를 아레테 콰르텟 멤버로 구성하여 각각 비올라에 김규현과 장윤선, 첼로에 이원해와 박성현 순으로 자리하였다. 1주자가 김재영이지 않을까 했는데 3, 4주자와 긴밀하게 협주하는 2주자를 김재영이 맡고 비르투오소를 한껏 분출해야 하는 자리에 김영욱이 앉은 듯하다.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은 정말 목프로덕션 15주년 기념공연의 피날레를 타오르는 불꽃처럼 마무리해 주었다.


애당초 멘델스존이 1바이올린의 기교를 부각시켜 이 곡을 작곡한 만큼, 1악장부터 김영욱의 활주는 독보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부드럽게 감싸는 다른 연주자들의 반주에 김영욱의 활끝은 명료하게 저며드는 소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4월 초에 있었던 본인의 리사이틀에서와는 또 다른 깊은 몰입을 보여주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만이 두드러지는 연주였던 것은 결단코 아니다. 바이올린만 해도 4주자까지 있는 만큼, 하나의 앙상블이면서도 소리의 다양한 층위가 느껴졌는데 모두 그 순간에 엄청난 몰입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서로 다른 선율로 얽혀들다가도 강하게 유니즌으로 휘몰아치며 주고 받는데, 그 순간마다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란! 게다가 이들의 멘델스존은 또 얼마나 스케일이 크고, 내포한 텍스쳐도 풍부한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비르투오소들과 수작이 만나 그야말로 압도적인 순간을 선사해 주었다. 실내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세계 실내악계를 개척하고 평정한 노부스 콰르텟과 그들을 이어받아 앞으로 한국 실내악의 미래를 책임질 아레테 콰르텟의 완벽한 앙상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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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콰르텟 플러스 공연 중에는 이색적인 순간도 있었다. 2부 무대 시작 직전에, 목프로덕션의 15주년 기념공연인 점을 기리며 이샘 목프로덕션 대표와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무대 위에 나섰다. 노부스 콰르텟에서 시작해 실내악을 중심으로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개척하며 지평을 넓혀온 목프로덕션을 짧게 소개한 그는 아티스트들을 아끼는 마음이 묻어나는 어조로 이번 콰르텟 플러스 공연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러한 목프로덕션과 5년 넘도록 함께 해 온 피아니스트 손민수는 음악가가 소속사와 비전까지 공유하기란 참 쉽지 않은데, 서로 쌓아온 신뢰가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목프로덕션은 창립 15주년 기념공연으로 콰르텟 플러스뿐만 아니라 8월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바흐 플러스> 공연까지 기획해둔 상태이다. 이 때에는 목프로덕션 소속 독주자들이 모여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아직 프로그램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목프로덕션의 기획공연인 만큼 8월에 열릴 두 번째 15주년 기념공연 무대 역시 손꼽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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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했던 셀프 인터뷰 순간을 마무리하면서, 목프로덕션 이샘 대표는 앞으로도 목프로덕션이 좋아하는 것, 그리고 잘하는 것으로 공연을 꾸미겠다고 말했다. 목프로덕션이 의무감에서 만드는 공연이 아니라 좋아하고 잘 하는 것으로 꾸미는 무대를 추구해왔기 때문에 항상 목프로덕션의 공연이 프로그램부터 연주까지 다 마음 속에 오래 남았던 게 아닌가 싶다.

 

늘 기대되는 레퍼토리와 뛰어난 연주자들로 공연을 기획해왔던 목프로덕션. 이들이 앞으로 들려줄 또 다른 음악의 지평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콰르텟 플러스 무대를 통해 확실히 목도할 수 있었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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