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건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展 [전시]

글 입력 2022.04.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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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마스크’라는 단어를 읽거나, 실물로 보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코로나 이전의 저는 마스크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마스크는 불편하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었죠. 그래서 잘 쓰지 않았습니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에도, 감기에 걸려도 항상 맨얼굴로 외출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민망한 기분이 들 정도로 마스크가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과거의 제가 쌓여있는 마스크를 봤다면 마스크를 왜 저렇게까지 많이 산 건지 궁금해했겠지만 지금은 마스크 여분이 쌓여 있어야 안심됩니다.

 

이와 같이 물건은 그것을 둘러싼 환경이나 개인의 경험에 의해 물성이 바뀝니다.

 

 

줌.jpeg

ⓒZoom



위 작품의 제목은 Zoom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을 표현했습니다. 록다운되었다 해도 노트북만 있으면 우리는 외부와 소통할 수 있습니다. 작품 속 노트북들은 Zoom의 알파벳 첫 자인 ‘Z ’를 떠올리도록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작품의 해설을 보지 않아도 작품의 제목과 연도만으로 작품에 숨겨진 의도를 충분히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본 바로 그 전년도로 돌아가 작품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요? 아마 앞서 언급한 내용을 떠올리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크기가 얼마인지, 재료는 무엇인지 여러분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정보를 드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상상력입니다.” 

 

그림에는 어떤 부가 설명도 없습니다. 다만 그 형태가 단순하고도 정확하게 그려져 있을 뿐입니다. 사물의 전체 모습이 그려진 그림도 있지만, 파편처럼 표현된 것들도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맥락이나 그림자, 세부 정보가 모두 제거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물의 정체를 압니다.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크의 일부만 그려져 있어도, 감자튀김이 분홍색이어도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시각과 기억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은 눈의 작용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보고도 그에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 그 사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대량 생산된 제품들은 특별한 물건이 아닙니다. 색깔이 평범한 물건을 그림 속에서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최대한 다양한 것들을 그렸습니다. 대상을 크게 그리는 것도 좋아했지만 본래보다 아주 작게 그리는 방식도 선호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무엇을 그렸는지 단번에 알아채기를 원했기 때문에 유명하고 알려진 사물만 그렸습니다. 테니스 공에서 에르메스의 켈리백까지 작품에서 제외된 모습만을 보고도 관람자들이 나머지를 직접 상상할 수 있는 오브제입니다.

 

 

감튀.jpeg

@chips

 

 

작가는 사물의 형태는 정확하게 그리되, 선과 색을 다양하게 변주합니다. 감자튀김의 색이 핫핑크일지라도 감자튀김을 형광봉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사물의 색상이 바뀌어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실물과 다른 색을 사용함으로써 관람자는 마치 그림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먹은 감자튀김이 떠오를 수도 있고, 실제로 핫핑크 색의 감자튀김을 본 경험이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그림은 의도적으로 관람자의 ‘기억’을 자극합니다.

 

 

ⓒUntitled (x-box control), 2014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복사본.jpg

@x-box control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마스크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콘솔 게임의 유행이 잠잠해지며 그가 그린 x box 컨트롤러를 알아보지 못하는 관람객이 생겨난 것입니다.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물이 온전히 그려져 있어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그림에는 작품이 탄생한 시대의 어느 한 조각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이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면, 어쩌면 그것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My work seeks to emphasize the pleasure, beauty, and importance of ordinary life as we experience it here and now."

“제 작품은 우리가 지금 여기서 경험하는 일상생활의 즐거움, 아름다움,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전 포스터.jpg



[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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