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 속 다양한 실마리, 2x9만의 감성 [영화]

2x9의 새로운 영화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와 <러브빌런>
글 입력 2022.04.2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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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회의 무거운 주제를 담을 때도 있고, 기분전환을 위해 개인의 가벼운 이야기를 담을 때도 있다.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무게는 각기 다르지만, 그 이야기가 감독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은 동일하다.

 

그런 면에서 2x9,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감독이 만들어내는 영화는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보고 싶은 것을 보여준다는 구교환 감독의 말처럼 말이다.


2x9라는 유튜브 채널은 이옥섭 감독과 구교환 감독이 같이 만들었거나, 이옥섭 감독이 연출하고 구교환 감독이 배우로 출연한 영화들로 가득하다. 상업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감각적인 영상미와 연출, 범상치 않은 스토리는 특유의 '2x9감성'을 만들어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나 그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현실 속 일상의 모습이다. 다만 <로미오>에서의 상처투성이 얼굴과 <메기>에서의 싱크홀처럼 범상치 않은 요소가 있긴 하지만, 스토리의 실마리는 언제나 일상 속에 있다.


이번 이마트의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와 <러브빌런>도 그렇다. 일상 속 보편적인 요소, 하지만 각기 다른 형태를 띠고 있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2x9만의 감성으로 풀어냈다.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는 구교환 감독이, <러브빌런>은 이옥섭 감독이 연출한 만큼 영화는 같은 듯 다르다. 마치 사랑이라는 감정처럼 말이다.

 

 

*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와 <러브빌런>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구교환 감독이 보여주는 감성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



보통 영화라고 하면 1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을 갖고 있지만, 2x9의 영화는 가장 긴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가 30분을 넘지 않는다.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와 <러브빌런>의 경우는 10분을 넘지 않는 러닝타임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 안에는 2x9만의 감성이 가득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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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등장하지는 않지만 주요한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소정이.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 속 인물 구교환의 애인이자, 2x9 영화에 이따금 등장하는 인물이다. 2x9만의 특이함이 바로 여기서 나타나는데 바로 '세계관'이다. 세계관이라는 말이 마블을 연상시켜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 명의 인물로 이어지는 가벼운 세계관은 보는 팬들로 하여금 반가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이스터 에그를 찾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영화는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구교환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우리 아버지는 옥수수 농장을 하신다."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 어느 영화보다 우리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보통 내레이션은 영화로 설명할 수 없는 이전의 긴 이야기를 설명하거나, 앞으로의 일을 언급하며 긴장감을 북돋기 위해 쓰인다. 하지만 이어지는 "나는 춤을 춘다. 소정이는 내 춤을 좋아한다."와 같이 툭툭 던지는 듯한 말투의 내레이션들은 영화을 본다기보단 누군가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자친구인 소정이와 만나지 않을 때 대리운전 일을 하는 교환은 콜을 받고 목적지로 향한다.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두 여성. 어째서인지 떨리는 모습으로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고 있던 둘은 교환을 보자마자 실망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운전석에 탄 교환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두 여성의 정체는 바로 소정, 교환의 여자친구의 언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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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셋 사이의 분위기는 얼어붙다 못해 살기가 흘러야 마땅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교환은 소정의 바람 상대이기 때문이다. 교환과의 바람으로 남편과 싸운 소정이 언니들 집으로 나와버렸던 것.

 

그런데 이 셋이 보여주는 장면은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온다. 일상의 대화를 하듯 툭툭 던지는 대사들에는 구교환 감독 특유의 웃음 포인트들이 가득하다. 헤어지라는 이야기를 하는 중 갑자기 나온 나이 이야기에서 소정이와의 나이 차이에 큰언니가 경악하자 돌연 교환과 둘째 언니가 꽉 막혔다며 합심하고,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건 오랜만이죠 하며 헤어지라는 뉘앙스엔 전여친이랑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대답한다. 마치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지는 대사들은 크게 터지는 웃음이 아닌, 마치 혼자만 간직하고 있던 취향의 것을 보았을 때의 툭툭 터지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2x9의 영화가 일상의 다양한 실마리를 통해 영화를 만들어낸다고 했지만, 비현실적인 요소를 하나씩 갖고 있다.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에서는 '타임루프'가 그렇다. 두 언니는 소정이와 헤어지지 않겠다는 교환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장전한 총을 들이민다. 그리고는 두 발의 총성과 함께 'THE END'라는 자막이 뜨는데, 곧 이어지는 장면에서 PLAY버튼을 누르자 총을 쏘기 전으로 돌아간다.


2x9감성만의 또 다른 포인트가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현실의 일상을 이야기하던 이전의 분위기가 이 비현실적인 요소를 기점으로 완전히 전환된다. 일상이 아닌 다시 한번 영화로 훅 끌어당기는 것. 이것이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하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가 끝나가니 보내줘야지 하는 마음이 아니라 한 번 더 깊숙이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는 구교환 감독이 각본, 연출, 편집 모두를 담당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는 전체적으로 구교환 그 자체가 묻어난다. 툭툭 내뱉는 특유의 개그 코드, 독특한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는 효과음. 2x9의 감성은 물론이고, 구교환 감독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옥섭 감독이 보여주는 감성 <러브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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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섭 감독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영상미는 이미 많은 사람이 영화 <메기>를 통해 알고 있다. 그러나 2x9에 올라오는 이옥섭 감독의 영화에서는 그 영상미의 독특함 더욱 과감 없이 드러난다. 밤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다양한 색의 빛이 거리와 사람을 비추며 시작한다. 화면과 함께 마구 돌아가며 비추어내는 길다란 빛의 흔적은 이옥섭 감독이 표현하기를 '턴테이블'의 느낌을 준다.


지금은 레트로 열풍이 불어 많은 사람이 쓰고 있지만, 턴테이블은 현재보다 과거에 많이 쓰였다. 이와 더불어 주인공인 메구의 내레이션이 노란 자막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마치 2000년대 일본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하여, 스포츠카와 그 스포츠카가 내는 배기음, 노래방을 보는 듯 빈티지한 조명과 교환의 연기가 그러한 느낌을 더한다. 구교환 감독의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가 현실에서 진행 중인 일이라면, 이옥섭 감독의 <러브빌런>은 마치 추억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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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과 사귀고 있는 메구는 교환과 사귀고 있는 사이다. 그런데 메구의 내레이션을 보면, 교환에 대한 메구의 마음은 이미 떠난 상황. 하지만 사랑했던 만큼 교환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남아 있다. 메구는 그의 여린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이별을 고할 방법을 고민하는 반면, 교환은 운전 중 졸린다는 이유로 큰 실수를 저지른다. 바로, 껌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여자가 씹던 껌을 받아 씹은 것. 이것을 알게 된 메구는 상처주지 않는 이별 방법을 찾을 필요 없이 매몰차게 돌아선다.


교환과 메구 그리고 친한 여자(다빈)의 관계에서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대화이다. 메구는 한국어를 못하지만 알아 들을 수 있고, 교환은 일본어를 못하지만 알아 들을 수 있다. 그렇기에 교환은 메구와 다빈 사이에서 소통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어째 메구의 말을 전혀 다르게 전한다. 내일 몇 시에 만나냐는 말에 내일 오전이라는 답을 내일은 쉬자며 전달해주고, 빌린 옷은 어떻게 하냐는 말에 가지라는 답을 돌려달라고 전해준다. 제대로 전달해줄 의지는 전혀 없고, 그들의 소통은 그렇게 단절된다.


사실 메구와 다빈 뿐만 아니라 교환과 메구 사이에도 소통이 단절된 것 같은 분위기를 보인다. 같은 차 앞 좌석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서로 일절 대화가 없고, 서로를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서로의 눈은 공허하게 보인다. 교환이 다빈과 대화할 때도 메구는 잠을 잘 뿐이다.


이별을 고한 메구에 교환은 집까지 찾아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빈다. 하지만 메구는 커튼을 닫아버리고. 그러나 결국 메구는 교환을 안으로 들여보낸다. 그리고 교환에게 요리를 내주는데 메구는 별안간 그 위에 올리브를 토해낸다. 여기서 2x9만의 감성이 드러난다.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 툭 튀어나오는 비현실적인 독특함. 메구가 토해낸 올리브를 제멋대로 프로포즈라고 생각한 교환에, 메구는 보란 듯이 교환과 먹었던 모든 음식을 토해낸다. 둘이 처음 함께 먹었던 케밥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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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의 타임루프와 마찬가지로 끝부분에 위치한 이러한 요소는 보는 사람을 다시 한번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더하여 <러브빌런>에서는 통쾌함까지 준다. 실망감을 안겨준 애인에게 함께 했던 시간을 다 토해버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마지막 대사 "나는 사랑의 슈퍼맨이다. 하지만 언제라도 사랑의 빌런이 될 수 있다."까지, 상상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로 끌어당겨 통쾌함을 선사한다.

 

 


2x9감성



2x9가 가지고 있는 감성은 대중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의 취향을 정확히 짚어낸다. 2x9의 마니아가 있는 것도 다 이런 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그려내는 이야기, 그들이 그려내는 영화의 색채, 영상미, 음악, 연기 모두 그들 것이 아닌 게 없다. 온전히 그들은 표현해내는 영화는 감각적이고 또 스타일리쉬하다.


영화가 감성과 영상미에만 치중되어 있느냐고 하면 또 그렇지 않다. 스토리 선이 분명하고, 영화의 안에는 깜짝 놀랄만한 반전의 요소도 등장한다. 10분도 안 되는 영화 속에 들어있는 분명한 이야기와 감성은 1시간짜리 상업영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예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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