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저마다의 속도로 사는 법 -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 [도서]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글 입력 2022.04.1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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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회사를 퇴사한 후 빵집 알바생을 선택한 이의 이야기.



세상 사람들이 긴 시간 염원하다 한순간에 사라지는 소망이 있다.

 

바로 '취업하고 싶다.'는 소망.

 

경제적 수단, 자아실현, 독립의 기반 등 취업하려는 이유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아무튼 백세 인생에서 1/4가량의 시간 동안은 취업을 꿈꾼다.

 

그리고 수많은 노력과 고생 끝에 그 소망을 이루고 나면, 아이러니하게도 완전 반대의 소망이 나타난다. '퇴사하고 싶다.'

 

앞으로 남을 인생을 같은 일만 반복하며 쉬는 날 없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염증도 있지만, 퇴사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는 이유도 많다.

 

밤낮없는 업무, 괴롭힘과 텃세로 무장한 직장 상사, 폭언과 인격모독을 남발하는 사장, 성장할 수 없는 환경 등...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과 이상하게 굴러가는 회사는 많다.

 

하지만 우리는 퇴사라는 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한다. 당장 생계 걱정과 앞으로 뭐할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뒤처진다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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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 5년이라는 회사생활을 청산하고, 아르바이트 생활만 3년 한 사회인이 있다. 바로 빵집 아르바이트생 썰툰으로 유명한 개띠랑 작가다. 책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에는 그녀의 전 직장생활 이야기부터, 약 3년간의 아르바이트 생활이 담겨 있다.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가 뭐 그리 특별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되물을 것 같다. "직장에서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쌓은 커리어를 뒤로 하고 퇴사할 수 있을까? 그리곤 몸값을 높여 이직하는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는 용기가 나올 수 있을까?"

 

개띠랑 작가는 방송 업계에서 영상 디자인을 하며 두 회사에서 총 5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강도 높은 업무와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회사생활 끝에 이직을 위한 퇴사가 아닌, 자신을 위한 퇴사를 했다. 네모난 컴퓨터와 책상이 가득한 사무실에서 모니터만 바라보며 일하던 시절과는 다르게,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는 빵집에서 일하게 됐다.

 

흔히 생각하기에는 번듯한 회사의 정규직 직장인 생활에서 작은 빵집 아르바이트생 생활은 별 볼 일 없게 느껴질 수 있다. 업무 스킬을 기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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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개띠랑 작가는 가지각색의 손님들을 응대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절로 늘어나고, 사람 대하는 법을 배웠다. 별 거 아닌 것 같을 수 있지만, 이 경험은 정말 아주 소중한 시간이고, 아르바이트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임을 나도 공감한다.

 

나는 대학을 입학한 후 거의 쉼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대부분 서비스직종이라 근 4~5년을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을 해왔는데, 그때 겪은 사건 사고, 경험들이 나를 단단한 사회인으로 만들어줬다.

 

사회 경험은 꼭 회사의 직장인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 시기에 알았던 것 같다. 작은 집단이어도 그 속에 일원이 되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것. 그러면서 얻은 것들이 훗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결국 도움이 될 거라는 걸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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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띠랑 작가 역시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경험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엮어 만화를 그렸다. 그녀의 기획력과 재미있는 그림 표현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 성공에는 '뒤처지지 않게 남들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는 강박을 박차고 나온 그녀의 선택이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빵집 아르바이트 생활을 이직 준비 기간 중 돈벌이로만 여겼다면,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화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온전히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가고 싶다는 목표도 찾기 어려웠을 테다.

 

자신이 가는 길이, 남들과 달라 보여도, 느려 보여도 조바심내지 않고 자신을 응원하는 삶. 그녀의 책을 보고 느낀 가장 큰 감상이다. 각박한 경쟁 사회 속에서 실천하기 참 어려운 부분인데, 그렇기에 더 자꾸 되새겨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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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 정처를 잃고 일단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힘들게 일하고 있는 사람. 천천히 가는 자신이 불안한 사람. 이 모든 사람이 읽을 때 가장 미소 지어지고 공감 가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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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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