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봄인데 나만 왜 [문화 전반]

다 이유가 있다.
글 입력 2022.04.17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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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연인들 가운데 왜 나는 혼자만

똑같은 거리와 어제와 같은 옷차림

난 제자린데 왜 세상은 변한 것만 같지

 

- '봄, 사랑, 벚꽃말고' 가사 중

 

 

오랜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왔다. 포근한 봄바람을 맞으면 마냥 행복할 것 같은데 막상 그렇지만은 않다. 따뜻한 봄 날씨, 하나씩 피어나는 색색의 꽃들, 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싱숭생숭한 기분이 찾아온다.

 

새로운 시작, 3월의 생일, 활기찬 날씨. 내가 봄에 들떠있을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나 나는 항상 봄을 탔고 생일 즈음에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무기력했던 기억이 더 많다. 무언가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 때문인지, 새로운 시작이 두려워서인지, 다양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밀려와서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매년 봄마다 묘한 우울감이 들곤 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다. 포근한 봄 날씨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내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해 애써 밝은 척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아니라고 한다. 계절성 우울증의 이유가 없어보이지만 사실 다 이유가 있다. 심연에 숨어있던 이유를 찾아 이해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 번 그 원인들을 찾아 납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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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 - 꽃이 만개하는 기간은 매우 짧다. 기나긴 겨울과 대비될 정도로 봄에는 꽃과 나뭇잎이 빠르게 돋아나고 또 빠르게 진다. 유한한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걸 느끼자 가만히 멈춰 있는 나에게는 불안감이 찾아온다.

 

“내가 가는 길이 맞을까?”

“다른 사람들은 다 빠르게 앞으로 나가는데 난 왜 그렇지 못할까?

 

즉, 봄이 주는 활력과 생기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면서 우울감이 심화될 수 있다.

 

스프링 피크 - 일명 스프링 피크는 매년 봄마다 자살률이 꼭대기(peak)를 찍는다는 의미에서 생긴 말이다. 계절성 우울증의 한 종류인 스프링 피크는 따스한 햇볕을 우울증의 이유로 뽑는다.

 

햇볕이 뇌를 자극해 에너지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지만 사람에 따라 에너지가 과하게 올라가면 오히려 불안정해질 수 있다. 급격하게 변화한 일조량이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하면서 감정 기복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자극 - 우리는 새해가 되면 신년 목표를 세우곤 한다. 머지않아 찾아오는 3~5월에는 모든 것들이 새로 시작한다. 새 학기, 새로운 인간관계 등 신선한 자극들이 우리에게 들이닥친다.

 

당장 급한 일을 해치우다 보면 연초에 세운 계획이 멀어지며 그 계획들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지금 하고 있는 것조차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진 않을지, 그러면 아무것도 제대로 되는 게 없는 건 아닐지, 조바심에 불안감은 증폭된다.

 

불안감을 동력 삼아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내가면 건강한 삶의 원동력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더 우울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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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우울한 건 내 탓이 아니었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날씨 탓이었다.

 

그러니 모두가 들떠 산책하며 벚꽃 엔딩을 부를 때 내 마음을 다독여줄 쓸쓸한 봄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렇게 나의 진짜 봄날을 기대하며 기다리겠다.

 

 

 자이언티(Zion.T) - 5월의 밤

 

 

 

 장기하 – 다

 

 

 

하이포(HIGH4), 아이유(IU) – 봄, 사랑, 벚꽃말고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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