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51:49, 행복한 슬픔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04.11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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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싱 스트리트> 속 명대사이자,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행복한 슬픔’. 과연 행복과 슬픔은 양립할 수 있는 걸까?

 

우리가 '행복한 슬픔’이라는 말에 “응?”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이분법적인 사고 때문이다. 흔히 행복과 슬픔, 성공과 실패, 선과 악, 좋고 싫음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모 아님 도로 구분짓는다.

 

*

 

사피어-워프의 가설이나 멘탈레제라는 용어에 대해 생각해보면, 우리의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의 원인은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사피어-워프 가설에서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지못하는 것을 잘 믿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것은 애초에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언어가 띄는 가장 특징적인 특징인 이분법은, 우리의 사고도 그러하게 만든다. 그러니 ‘행복한 슬픔’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불편한 것이다.

 

 


 

 

사피어-워프 가설이 실마리가 되는 영화 <컨택트>. 실제로 영화에서 이 이론이 언급되며, 영화는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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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령, 우리가 죽기 직전에 인생을 되돌아볼 때, "내 인생은 정말 '성공한' 인생이었어." 또는, "정말 '실패한' 인생이었어."라고 단정지을 수가 있을까?

 

어제 친구가 내게 와선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에 대해서 좋냐고 물었을 때, 나는 100을 기준으로 이 노트북이 49정도는 싫고, 51정도는 좋다고 생각했다. 근데 "좋다!"라고 말할 수가 있나?

 

우리가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언어때문도 있지만, 편해서이기도 하다.


정반대라 생각되는 것이 동시에 존재하거나, 말과 행동이 맞지 않을 때, 우린 흔히 '모순'이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모순적인 상황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스트레스를 준다.

 

그런데 문학에서는 이런 ‘모순’ 형태의 ‘역설'법을 자주 사용한다.

 

처음엔 역설적인 표현들이 머리론 말이 안된다고 생각이 들지만, 계속해서 그 의미를 곱씹다보면 뭔가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깃발 /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이렇게 시에서 역설법이 자주 사용되는 이유는, 말 자체론 말이 안되지만 그러한 모순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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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앞서 말했듯, 실제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심리적 차원에서의 모순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며, 엄청난 스트레스다.

 

 

“천하가 모두 아름다움을 알기를 

아름답다고 여기면, 추할 따름이다. 


모두가 좋다고 알면, 

이는 그 좋음이 아니다. 


있음과 없음이 서로를 낳고, 

어려움과 쉬움이 서로를 형성해내고, 

길고 짧음이 서로를 만들어내고, 

높고 낮음이 서로를 메우고, 

음과 소리가 서로 어우러지고, 

앞과 뒤가 서로를 뒤따른다. ”

 

- 노자의 유무 상생, 도덕경 

 

 

“인생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멋지게, 필수적으로 어우러져야 합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지혜를 마음으로 터득한 사람은 

인생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분노, 

전혀 쓸모 없고 불필요한 분노를 털어낼 수 있습니다. 

 

더구나 나쁜 일이 고통을 주기는 하지만

 쓸모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훨씬 의연하게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을 훨씬 훌륭하게 견디어내고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 정신과 의사 숀 크리스토퍼 셰어

 

 

하지만 천함이 있기에 아름다움이 있고, 좋은 일이 있기에 나쁜 일이 있다고 말하듯, 이렇게 서로 대립적인 것이 어우러짐으로써 그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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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싱 스트리트>에서 '행복한 슬픔'을 전해들은 소년의 형은, 그녀의 멘탈 수준이 상당하다고 평가한다. 영화 내내 주인공 소년은 점점 그것을 느끼고 이해하게 되며, 결국 소년은 그것을 노래한다. 즉, 언어로는 (모순이) 불편할지라도, 분명, 그것은 가능한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 그래, 좋다. 그렇게 둘로 나누돼, '양립가능함', '모순이 가능함'을 받아들여라.

 

그럼 당신은 세상을 바라보는데, 당신의 감정을 받아들이는데 더욱 수월해질 것이며, 그렇게 받아들인 모순 속에서 당신은 진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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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김지혀니
    • 모순적 생각을 하고있을 때 힘든점은 맞는것같아요 그렇지만 글 마지막 부분처럼 편하게 생각은하되 양립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용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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