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이 시국 교환학생 일기 5

글 입력 2022.04.0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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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교환학생들은 공강인 금요일부터 주말 혹은 월요일까지 짬을 내서 스페인 국내 여행을 하거나 가까운 나라를 벌써 몇 번이나 여행하고 돌아왔는데 난 이제까지 마드리드 밖에 가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난 금요일 공강도 아니고 하필 금요일 수업이 깐깐한 편이라 빠지고 여행을 가기가 뭐 했다.

 

그러다 3월 초쯤, 바르셀로나에 놀러 간 다른 교환학생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한 달 뒤 바르셀로나행 티켓을 예매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부활절 연휴에 바르셀로나에만 5박을 머물게 될 줄 몰랐다.


이렇게까지 계획을 안 세워본 여행은 처음이었다. 가우디 건축물을 구경하다가 스크랩 해놓은 맛집 몇 군데에서 식사를 하고 쇼핑을 하는 것. 이게 계획의 전부였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단 유명한 관광지부터 돌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관광지가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서 급하게 루트를 짰다. 몇 군데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가지 못했지만 알찬 3박 4일이었다.


2주 전만 해도 벌써 여름이 온 것 마냥 갑자기 기온이 훅 올라가서 급하게 반팔을 꺼내 입었었는데, 지난주부터 거짓말처럼 기온이 뚝 떨어졌다. 여기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지역은 영하까지 기온이 내려갔고 눈까지 쌓였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 대부분이 지난주부터 계속 추웠다고 하더니, 바르셀로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있는 곳은 맑은 날이 드문 데, 바르셀로나는 거의 항상 화창한 날씨라고 해서 짐 부피도 줄일 겸 얇은 옷들로만 챙겼는데 정말 한겨울처럼 추워서 여행 내내 벌벌 떨었다.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20408_184953364_03.jpg

 

 

연착되기로 유명한 부엘링을 이용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연착돼서 한 시간 정도 늦게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다시 돌아올 때는 정시에 출발했던 걸 생각해 보면 기상 악화 때문에 연착된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공항에서 시내로 빠져나오고 또 시내에서 숙소까지 가서 짐을 놔두고 다시 시내로 가는데도 꽤 시간이 많이 걸려 어느새 저녁시간이 됐다. 이번 여행의 목적 1순위는 내가 사는 곳에서 살 수 없는 것들을 쇼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스페인 내 쇼핑센터는 대부분 9시에 문을 닫고 일요일은 아예 문을 열지 않아 쇼핑을 토요일로 미루고 원래 토요일에 가려고 했던 까사 바트요를 바로 가기로 했다.


나는 스페인 거주자로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해서 17.5유로에 관람할 수 있긴 했지만 입장료는 생각보다 비쌌다. 증명 서류로 여권과 집 계약서를 준비해 갔는데 큐알 코드만 스캔하고 아무런 서류를 요구하지 않았다. 블로그에서는 깐깐하게 검사를 했다고 봤는데, 스페인은 알다가도 모를 나라 같다.


까사 바트요의 오디오 가이드는 극찬이 많아 궁금했는데, 왜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인공지능 같은 목소리, 어색한 번역이 아닌 성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와 디테일한 해설에 놀랐다. 그뿐만 아니라 까사 바트요 자체도 좋았다.

 

바르셀로나 중심지 한복판에 이런 건축물이 있고, 여기에 실제로 사람이 살았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밖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규모가 커서 놀랐다. 지하에는 현대 미술로 꾸며놓은 공간이 있어 좀 이질적이게 느껴졌지만.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20408_184953364_02.jpg

 

 

토요일은 아침에 구엘 공원을 갔다가 하루 종일 쇼핑을 하기로 했는데, 너무 일정이 빈약한가라는 싶었지만 생각보다 큰 구엘 공원의 규모에 곧 그런 생각이 사그라들었다.

 

일정을 미룬 사람들의 최후일까. 주말이라 미어지게 많은 사람들 사이를 뚫고 명당에서 사진을 찍느라 진이 쪽 빠졌다. 나중에는 사진 찍는 것도 지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한참을 멍하니 풍경을 바라본 게 다지만, 그럼에도 황홀해지는 기분이었다.

 

 

[크기변환][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20408_184953364.jpg

휴대폰 스크린에 꽉 차게 찍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아래를 조금 짤라서 올려야 하는 게 아쉬운 사그라다 파밀리아.

 

 

해변은 날이 너무 추워 가지 못했고, 일요일은 쇼핑 거리도 조용할 날이라 그저 먹고 주변을 구경하기만 했다. 원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까지 들어가려고 했지만, 다음 주 부활절에 다시 올 기회가 있어서 그때 여유롭게 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밖에서 야경만 감상했다.

 

지하철역 이름부터 사그라다 파밀리아라고 되어있는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계단을 걸어 나오면 정말 바로 앞에 쏟아질 것처럼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있다. 까사 바트요, 구엘 공원, 까사 밀라 등 모두 걸작이었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말을 잃게 만들었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랑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외관만 봐도 입이 벌어지는데 내부는 과연 어떨까. 기대되기도 하면서 사람이 한창 붐빌 때라 소매치기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다음 주 부활절 여행 동안 아무 일이 없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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