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뮤지컬 '쇼맨'

인생은 내 키만큼의 바다
글 입력 2022.04.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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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데이(good day)에서 일하고 있는 수아는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노인이 자신을 찍어달라는 부탁에, 자신이 프로라고 당당하게 외치며 제안을 수락한다. 그녀가 제안을 받아들이자, 노인(네블라)은 자신을 제대로 찍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을 알아야 한다며, 자신의 기나긴 인생을 수아에게 들려준다. 그의 인생 이야기가 무대 이에서 펼쳐지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노인은 어느 날 엄마 흉내를 아빠 앞에서 냈다가 칭찬을 받는다. 그는 그 순간 자신의 존재를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았다는 환희에 찬다. 그는 아빠가 자신에게 보내 준 웃음을 잊지 못하고, 그 후부터 마을 사람들 앞에서 여러 사람의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그는 한 극단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흉내 내기를 잘해서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계속해서 누군가를 따라 하기만 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지 않자 그는 점차 잊혀 간다.

 

결국 그는 배우를 그만두고 극단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다른 배우를 따라 오디션에 갔다가 오디션 감독관의 눈에 띄게 된다. 가장 자신 있는 연기를 한 번 해보라는 감독관의 말에 그는 그 순간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봤던 독재자를 따라 하는 연기를 하고, 감독관에게 끌려 어딘가로 향하게 된다. 어딘가로 끌려간 그는 독재자와 똑같이 만들어진다. 그는 독재자 4번을 연기하며, 주로 포즈가 필요한 행사에 참석하게 된다.

 

그는 독재자와 직접 대면한 적도 없었지만, 그를 완벽하게 흉내 낸다. 그리고 그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웠고, 기뻤다. 그에게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빼앗은 독재자의 진실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완벽하게 흉내 내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호와 존경, 그리고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동안 유지되던 독재자 정권은 단 이틀 만에 혁명에 의해 무너지게 된다. 독재자를 연기했던 사람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그는 법정에서 자신처럼 독재자를 대신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극비를 밝힌다. 그리고 그 또한 4년 징역형을 받아 감옥에 갇히게 된다. 감옥에 갇힌 후에서야 그는 자신이 연기했던 독재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게 된다. 그로 살았을 때는 그를 몰랐는데, 그로 살지 않을 때에서야 진실한 그를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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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는 그가 독재자를 대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매우 혼란스러워하며, 그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왜 그 일을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하는지도 말이다. 그래서 수아는 사진을 더 이상 찍지 않고 중단한다. 그렇게 도망친 수아였지만, 그녀는 곧 그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그녀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아는 마트에서 정식으로 매니저 역할을 하기 위해 정치적 음모를 꾸민다. 평소 행실이 좋지 않았던 한 직원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헛소문을 진짜인 것처럼 퍼뜨려 자신의 지지 세력을 만든다. 이런 수아의 모습은 독재자가 어떻게 해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권력자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수아는 그런 자신의 행동을 매우 뿌듯해하고, 자신이 무조건 매니저가 될 것임을 자신한다.

 

수아는 임시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도 자신이 마치 매니저인 것처럼 행동했다. 마치 노인이 가짜 독재자 역할을 하면서 자신이 진짜 독재자(권력자)가 된 기분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수아의 이러한 행동은 동시에 관객에게 어떻게 해서 독재자가 생겨날 수 있고, 독재 정권이 열렬한 환호 속에 유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는 평소에 어땠는지, 그리고 만약 저런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게 한다. 이 과정 속에서 이해되지 않던 네블라의 심리와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 시작한다.

 

노인은 복역 후, 우연히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갔다가 다시 무대에 서게 된다. 그는 또 열심히 누군가를 흉내 내는 코미디 쇼를 펼쳤다. 1년 동안은 매우 인기를 끌어 돈을 벌었지만, 1년이 지난 후 그는 또다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갔다.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다시 그는 직면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절대 버릴 수 없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수아는 문뜩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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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 가정의 입양아였다. 그녀는 장애가 있는 딸을 돌봐줄 보모로서 입양되었다. 그녀의 양부모님은 항상 그녀가 자신들의 친딸을 돌봐줄 것을 의무로 내세웠으며, 그녀는 자신들 ‘대신’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무게가 싫었고, 자신의 존재의 의미가 자신 스스로가 아닌, 장애가 있는 딸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느낀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환경이 싫었지만 그 속에서 지금까지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은 사뭇 매우 답답하게 느껴진다. 왜 자신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하지만 점점 두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두 사람은 자신의 위치, 자신의 본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항상 환경이 족쇄가 되어 그들을 옭아매고, 그들은 그것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시도할 줄 모른다. 이미 그들에게 기존의 것은 절대적인 것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이 두 사람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사실 인간은 환경적인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적인 영향을 정말 많이 받으며, 동시에 기존의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가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는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삶이 퍽 답답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동시에 나는 어떻게 내 삶을 살아내 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수아는 자신이 왜 프로라고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당시 그녀는 수술해서 휴직한 매니저 대신 임시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임시였지만, 그녀는 정말 매니저처럼 꼼꼼하게 일을 하고 있었고, 직원들을 통제했다. 하지만 그때 그녀의 인생은 진실되지 않았다. 거짓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의 연장선에서 그녀가 노인에게 쉽게 자신이 프로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노인은 그녀가 프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와 자신이 닮아 있음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노인과 수아는 누군가를 위해 ‘대신’ 사는 삶을 살아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노인이 수아를 알아보았지만,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자신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음을 말이다.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극 초반과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가 하나 있다. 그중에 “인생은 내 키만큼의 바다”라는 말이 반복되며 네블라는 한 곳에 발을 고정시킨 채, 익사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헤엄을 치는 동작을 한다. 자신의 키만큼 깊은 바다는 사실 깊지 않다. 하지만, 자신이 키와 동일한 높이의 바다에서 우리는 발꿈치를 들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다. 이 부분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속에서 그것과 끊임없이 맞서지 않으면 익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나는, 나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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