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숨겨진 보물을 출판하는 부키니스트 홍민선의 세계

출판사 부키니스트의 홍민선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2.04.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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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CHAPTER 1. 부키니스트 출판사와 홍민선 대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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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부키니스트 출판사를 맡고 있는 홍민선이라고 합니다. 최근까지 다른 출판사의 학술 출판사의 편집자로도 일을 하다, 이제 정리를 하고 본격적으로 부키니스트에 집중하고자 퇴사했습니다.

 


- 부키니스트는 어떤 출판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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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니스트’는 프랑스 파리의 센강 변에서 중고책과 고서 등 ‘작은 책을 판매하는 사람들’라는 뜻이에요. 16세기 중반의 서적상들은 프랑스의 독서 혁명을 이끈 존재들이기도 하죠. 출판사 부키니스트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공부하고 번역하는 작은 모임에서 시작했어요. 아직 세상에는 어린이와 여성의 이야기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 부키니스트는 작은 책을 파는 '부키니스트'가 되어 세상에 더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여성의 성장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그리고 더 나아가 아이들이 더욱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책을 고르고 제작합니다.



- 부키니스트의 시작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처음에는 출판사를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에요. 저는 원래 프랑스문학과 희랍문학같은 서양고전학, 순수 문학을 공부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림책이랑 어린이 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림책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저는 어릴 때 그림책을 재미있게 읽었기는 했어도, 다 옛날이야기이고 성인이 되어서 다시 그림책을 읽게 될 것이라고는 꿈도 못 꿨어요. 그런데 다시 그림책을 아이랑 보는데 그림책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이 그림책으로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엄마의 그림책 쌀롱>이라는 큐레이션 팝업 스토어를 만들거나 아이들과 그림책을 활용해서 수업도 하는 등 다양하게 활동을 했죠.

 

나중에는 그림책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제가 아직은 그림책 작가까지는 어려울 것 같기도 했고, 제가 이전에도 번역을 조금씩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한 번 그림책을 번역을 해볼까?’라는 마음에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어린이 책 번역 작가 과정을 들으며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분들과 수업 이후 번역 공부 모임을 가지게 되었죠.

 

사실 작품을 찾아서 출판사에 출판을 의뢰하면 거절될 때가 굉장히 많아요.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 번역 공부 모임에서 우리가 원하고, 우리 시각에서 고른 책을 직접 출판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렇게 모임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무모하게 사업자를 내며 부키니스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어린이와 여성의 이야기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어릴 적에 제가 여성이라는 자각이 없이 자랐던 것 같아요. 저는 80년대생이고, 특히 그 시기부터 부모님들께서 당연스럽게 여자나 남자를 평등하게 대하며 키우셨죠. 그래서 저는 제가 여자라는 자각 없이 남녀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자라왔어요.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니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굉장히 많이 느꼈어요. 여성에게 요구되는 역할들이 정말 많았고, 그것에 보답하기 위해 그 역할들을 저의 메인으로 가져오게 되며 내가 하고 싶은 것, 혹은 나를 위해 해야 하는 것은 부차적인 요소가 되어갔죠. 저는 그 사실에 점점 염증을 느꼈어요. 그리고 그러한 스스로의 결핍에서 생각이 시작되어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떤 인간이고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되었죠.



- 이러한 고민과 부키니스트의 도서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요?


저에게는 동시대에 실존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굉장히 자극되었어요. 오래전의 위인들, 사회에서 내세워주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진짜 동시대에서 현존하는 여성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들을 전부 충족시키면서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아닌,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저에게 굉장한 자극이 되었고, 이런 동시대 여성들의 책을 찾아보는 것이 굉장히 설레고 재미있었죠.

 

그래서 부키니스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계약했던 책이 긴즈버그 대법관에 관한 책이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나온 <우리는 예술가다>와 <우리는 탐험가다>에서는 다양한, 우리가 평소 알지 못했던 여성 예술가들과 여성 탐험가들을 소개하기 때문에 이런 모티베이션들이 정말 많아요.

 

 

 

CHAPTER 2. 숨겨진 여성을 소개하는 책, <우리는 탐험가다>와 <우리는 예술가다>


 

- <우리는 탐험가다>와 <우리는 예술가다>에 대하여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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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탐험가다>와 <우리는 예술가다>는 알려지지 않은 여성들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그 도전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거창했던 것이 아니라 굉장히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우리는 탐험가다>에서 소개되는 독일의 화가이자 생태학자인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어릴 때 자신의 손 위에서 애벌레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며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어요.

 

미국의 해양 생물학자이자 바다 탐험가인 실비아 얼도 유복한 가정 환경은 아니었지만 부모님께서 아이들을 농장에서 키우며 항상 자연을 접하게 해줬고, 그래서 자신의 농장 뒤에 있는 작은 연못에서 매일 노트를 들고 관찰했죠. 그렇게 사소하게 이야기가 시작되어 나중에는 정말 대단한 업적을 이룬 해양 과학자가 된 거예요.


이렇게 <우리는 탐험가다>와 <우리는 예술가다>는 우리에게 우리 주변에서부터 무언가를 시작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 <우리는 탐험가다>와 <우리는 예술가다> 책은 어떻게 찾으시게 된 걸까요?


정말 우연히 찾았어요. 책을 찾다 보면 다양한 소식지를 보게 되고, 출판 에이전시들에서도 뉴스레터 같은 것들을 모아서 보내주거든요. 이러한 것들을 계속 둘러보는데 이 책이 시선을 사로잡았죠. 그렇게 처음 이 책을 열어봤을 때, 어린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저도 몰랐던 작가들이 다수 있었어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소개해 주는 도입부 같은 책이기 때문에 독자분들에게 다양한 여성 예술가와 탐험가를 소개해 주기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판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사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인물에 관한 책은 잘 소비되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거절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새로운 것을 소개하는 것도 출판사의 역할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부키니스트는 프랑스 파리 센강변에 있는 고서적이고,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물 같은 책을 찾을 수가 있잖아요. 출판사 부키니스트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죠.



- <우리는 탐험가다>와 <우리는 예술가다>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보통 우리가 미술사를 이야기하면 유럽과 미국 등의 서양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케노주악 아쉐박이 맨 앞에 놓여있고, 아프리칸 아메리칸도 2명이나 나오는 등 다양한 문화권과 인종을 다루고 있어요.


또한 일반적으로 여성 예술가들을 이야기할 때에는 항상 남성 예술가들이 함께 언급되어요. 조지아 오키프, 가브리엘레 뮌터, 수잔 발라동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이야기될 때 대부분은 마치 이들이 남성 예술가의 부속물처럼 묘사되어 항상 남성 예술가가 함께 언급됐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의 여성들까지도 남성에 대한 언급을 거의 안 하고 독자적으로 다뤄요. 그들의 불필요한 정사는 전혀 부각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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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저는 이 책에서 잔느 바레를 가장 좋아하는데, 잔느 바레는 유명한 박물학자 필리베르 코메르송의 연인이에요. 그런데 제가 처음에 이 책만 읽었을 때 저는 그 둘이 연인 사이인지 알지 못했어요. 연인이라는 단어 없이 잔느 바레와 코메르송은 둘도 없는 동료 연구자였다고 느껴지게 서술이 되어있죠. 그만큼 이 책은 그런 내용을 부각시키지 않고, 잔느 바레를 포함한 모든 여성 예술가와 탐험가들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데에 집중했어요.

 

또한 여기 나온 여성들의 시대는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도 많이 맞물려가는데, 그 안에서도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한계를 짚어줘요. 마리안 노스 같은 경우 사람들이 굉장히 인종주의적인 시각으로 그를 바라봤다는 등의 한계들도 모두 언급하죠. 실비아 어리나 준코 타베이 같은 경우에는 후세대이기도 하지만 탐험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했는지도 보여줘요. 이렇게 탐험을 하고 예술 활동을 하며 생기는 한계들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고, 그 한계를 어떤 방식으로 다양하게 이 사람들이 개선하려고 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점이 이 책의 큰 특징이에요.

 


- <우리는 탐험가다>와 <우리는 예술가다>는 어린이 책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진지한 분위기로 번역된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는 예술가다>와 <우리는 탐험가다>를 번역할 때, 처음에는 어린이를 위한 말투로 번역을 하려 했어요. 그런데 원문은 굉장히 선언적인 느낌이 있었죠. 그래서 고민하다가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는 있어도, 원문의 톤과 유사하게 번역을 진행 했어요. 역시 관련해서 피드백을 많이 받았죠.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는 책이 너무 딱딱하고 단어도 어렵다고요. 그래서 저도 그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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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저는 한국에는 그 중간이 너무 없다는 생각도 해요. 미취학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들을 위한 책, 그리고 고학년 아이들을 위한 책들 사이에서 그 톤이 조금씩 바뀌어야 하는데 그 중간의 톤을 가진 책이 적지 않나 생각해요. 아이들을 계속 어린이라고 보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그 중간의 책을 어떻게 잘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있어요.


뿐만 아니라 어린이 책의 제일 독자는 당연히 어린이이지만, 제가 다루는 책의 주제들은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이 책의 대상이 되는 어린이들과 함께 보는 여성 양육자들에게도 굉장한 모티베이션이 될 수 있는 책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인 여성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볼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저는 아이들한테도 잘 다가가면서, 아이를 둘러싼 사람들한테도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책을 만들어나가고 싶으니까요.



- <우리는 탐험가다>와 <우리는 예술가다>에서 대표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예술가다> 중에서도 페이스 링골드에서 나오는 구절이에요.


 

가만히 앉아서 다른 사람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길 기다리면 안 된다. 쓰고,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 거기서 바로 예술이 창조된다.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이미지다. 그것이 곧 예술가라는 사람이 가진 힘이다.

 

카리 허버트, <우리는 예술가다>, 부키니스트, 2021, p105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직접 움직여라’, 이 의미의 구절이잖아요. 이 책에는 이런 말이 정말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양육자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는 책이에요.

 

 

 

CHAPTER 3. 부키니스트의 첫 발돋움으로부터 지금까지


 

- 지금까지 출판사를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책을 내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0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 순간이 다 굉장히 기억에 남아있어요. <우리는 예술가다> 책이 처음 배를 타고 한국에 와서 창고에 도착해있다는 소식을 듣고 창고로 갔을 때가 정말 기억에 남아있기도 하고,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진행했을 때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사실 출판사와 독자들이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 어렵잖아요. 그런데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진행하며 실시간으로 책을 설명해 주고, 댓글이 달리면서 독자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기존에 제가 있던 출판사는 학술 출판사였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전혀 못했으니까요. 독자분들과 소통을 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제가 오히려 독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출판사를 운영하며 가장 기분이 좋고 기쁜 순간은 역시 주문이 들어올 때죠. 하하. 신간으로 한 번 주목받고 난 이후에는 주문이 대량으로 들어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두 권씩은 정말 감사하게도 주문이 들어오거든요. 그 사실이 정말 기쁘고 감사해요. 매일매일 꾸준하게 누군가 이 책을 찾아주고 있다는 그 사실이요.

 

저는 이 책들이 다 꾸준하게 읽혔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이 책으로 이 작가들과 탐험가들이 소개가 잘 돼서 이 개별 인물들에 대해서도 책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이 책은 소개를 하는 책이다 보니 개별 인물마다 깊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하고 있으니까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여성 예술가들과 여성 탐험가들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저도 그러한 책들을 작업해 보려고 하고 있어요.



- 그렇다면 출판사를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일까요?


사실 양면의 동전 같은 부분이에요.

 

혼자 출판사를 하다 보니 편한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제가 전체를 다 관찰하고 파악하니까 굉장히 효율적으로 작업이 가능해요. 이전에 있었던 출판사도 물론 작은 규모였기 때문에 대충은 파악이 가능했지만, 그래도 제 업무만 하자면 그럴 수 있었거든요. 아마 대부분의 출판사가 그럴 거예요. 그런데 혼자서 하다 보니 주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번역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다 유기적으로 연결 지으며 신경 쓰고 혼자 결정지을 수 있어서 편해요.

 

하지만, 그렇다 보니 동시에 너무 산만해지기도 하는 거죠. 혼자 결정해야 하니 누군가 의견을 구하고 싶어도 마땅히 할 곳이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요즘에는 1인 출판사 하시는 분들이랑도 조금씩 네트워크가 생기며 해결 방안을 찾아 나서고 있어요. 아직은 그럴 기회가 없었지만, 독자분들의 의견도 많이 들으며 독자 투표 같은 것들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다양한 방식들을 찾아서 책을 만들어가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CHAPTER 4. 부키니스트가 앞으로 걸어갈 길


 

- 앞으로는 어떤 책을 출판하실 예정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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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출간이 예정되어 있는 것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이야기를 다룬 <나는 반대한다>라는 책이에요. 이 책은 이미지가 많지 않고, 성인 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글 위주의 책이에요. 미국에서는 청소년 책으로 나왔고, 저도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내려는 마음은 있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 외국과 한국의 갭이 조금 있어요. 외국은 이런 글 위주의 책이 어린이 대상으로 많이 있지만, 한국은 아직 낯선 편이거든요. 그래서 타깃층에 대해서도 아직 고민 중에 있어요.


긴즈버그 대법관에 대한 책을 마무리하고 나면 진주만 태평양 전쟁에 대한 책을 출판하려고 해요. <기억 전달자>라는 책을 낸 로이스 로리라는 유명한 작가가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그림책이죠. 로이스 로리가 어릴 적 하와이에서 살았을 때의 기억을 갖고 쓴 태평양 전쟁에서 희생된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에요.


공룡을 좋아하는 소녀의 이야기도, 넬리 블라이에 대한 이야기도 준비 중이에요. 또, 이탈리아의 섬 출신 여성 기자에 대한 이야기도 준비 중이죠. 진실을 파헤치다가 피살당한 기자를 기리며 그의 친구가 제작한 그림책이 있어요. 제 지인이 찾은 책인데, 메인 출판사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책이죠. 그래서 부키니스트에서 출판을 하려 검토 중에 있어요.



- 책과 더불어 함께 하고 싶은 콘텐츠도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도서 출판에만 멈추지 않고 출판을 둘러싸서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제가 여성의 성장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처럼, 양육자들이 다시 어떻게 사회에 복귀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저도 공부를 오래 하며 사회생활을 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양육하다가 뒤늦게 취직을 하게 된 경우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 양육의 경험이 일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고, 이 또한 하나의 경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인정해 주지 않고, 그렇다 보니 저 스스로도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죠.

 

그런데 ‘우리는 탐험가다’와 ‘우리는 예술가다’에서 소개되는 인물들이 당당하고 거침없이 나아가잖아요. 이러한 당당함을 다양한 콘텐츠로 만드는 데에 관심이 많아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책을 계속 다시 소개해 주는 등의 프로그램을 만든다든지, 몇 회기로 나눠서 강연을 한다든지요.

 

 


마지막으로, 부키니스트가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오기를 소망하시나요?


 

‘나는 예술가다’라는 책을 읽고 어떤 분께서 리뷰를 남겨주셨는데, 그 리뷰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표지에 그려진 여성 예술가들의 모습을 보고 이 책을 보고싶다며 가져온 아이에게 책의 가장 첫 장인 “우리는 예술가다 선언문”을 아이가 이해하기에 더 부드러운 말로 바꾸어 읽어주었어요. 규칙과 규율이 의미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규율이라는 말은 아이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 아니어서 바꾸고 대부분 그대로이죠. 그랬더니 아이가 눈을 반짝반짝거리며 “이거 작가님이 나한테 보내준 편지야?”라고 물어보는데 그 표정이 잊혀지질 않아요. 그 두근거리는 마음이 저에게도 전달되어 저까지 함께 두근거리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렇다며 #하얀거짓말 을 해버렸네요.


자신의 삶을,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도전을, 자신의 절박함을, 자신의 꿈을 틀에 갇힌 방법이 아닌 자신만의 표현으로 남긴 예술가들의 이야기. 예술가는 특정 직업이 아니라, 특정 분야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어내는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


꿈이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꿈이 현재의 우리와는 훨씬 멀리 떨어져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하거나 특정 직업 혹은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이들이 꿈에 등떠밀린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우리가 하루하루 이뤄나갈 수 있는 가치나 상태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아이들도 우리들도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 환경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그렇게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 인스타그램 @moms.bookshelf_

 


이때 이 어린이 친구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이 친구의 두근거림이 저한테도 전달된 느낌이었어요.

 

책으로 소통한다는 것, 작가와 독자의 대화라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아, 정말 책을 잘 만들어야겠다.' 생각했고, 책 만드는 일을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답니다. 다른 서평에서도 자신의 일을 무엇이 됐든 적극적으로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책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개별 디엠으로 받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잘 모르고 뛰어든 일이라 어려움이 많지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독자 한 분 한 분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의 인생까지도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작은 생각, 작은 행동 등 굉장히 작은 변화를 조금씩 만들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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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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