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0년 째 듣는 '벚꽃엔딩' [음악]

벚꽃엔딩, 그 10년의 설렘을
글 입력 2022.04.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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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함께 이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

 

봄은 점점 따스하게 다가오고 있고 꽃은 피어나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직 바람에 찬 기운이 서려있었는데 이제는 완연한 햇볕이 만발한 꽃을 어루만지는 듯하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먼저 노랗고, 붉고, 하얗게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봄이 당도하였음을 알리는 대장격인 벚꽃이 피어나고 있다. 서울은 이제야 막 피어나는 듯 하지만, 지방에서는 이미 나무에 분홍빛의 벚꽃이 아기자기하게 사랑스러움을 뽐내는 중이다.

 

봄이 오면 항상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많은 봄의 헌정곡들이 존재하지만 아직도 길거리를 걸을 때면 들려와서 사람들로 하여금 봄이 왔음을 깨닫게 해주는 노래다. 비록 이젠 진부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봄 캐롤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벚꽃은 왜 우리에게 설렘을 가져다줄까?


 

겨울의 냉혹한 추위가 누그러지기 시작하고 새의 경쾌한 노래가 들리기 시작할 때 쯤 피어나는 꽃은 사실 산수유부터 시작된다. 산수유가 노란 꽃을 터뜨리듯 피어내면 목련이 한 가득 피어난다. 작게 새순을 만들어내고, 꽃망울을 피워내던 개나리와 진달래는 눈치를 보다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어느 새 피어나 우리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에게 정신을 빼앗겨 한참을 구경하다가 발걸음을 돌이키려 하면 민들레와 토끼풀이 섬세한 꽃잎으로 시선을 끌어버려서, 결국 잎사귀가 발을 꽁꽁 잡아버린다.

 

즉, 봄이 온다는 신호는 사실 이렇게 이르게 피는 꽃들로부터 발생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봄에 대해 잘 실감나지 않는다고들 한다. 벚꽃이 피고나서야, 봄이 왔음에 설레하고 사랑을 꽃피운다. 왜 하필 벚꽃일까?

 

이르게 피는 봄꽃들은 봄의 시작을 알린다. 그러나 꽃샘추위라는 말이 있듯이 초봄은 여전히 춥다. 사람들의 얼어붙은 긴장감은 아직 미처 녹아내리지 못하고 서로를 부드럽게 쓰다듬을 수 있는 손은 주머니 속으로 숨어버린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용기내어 서로를 안아보려 하면 두터운 옷감들이 내가 당신을 안는건지, 모직코트나 패딩을 안는건지 모를 지경이다. 그래서 어색한 웃음 속에 사람들은 다시 추위를 피하는 데에 급급해져버린다. 마치 꽃망울처럼 말이다.

 

그러다 좀 더 따뜻해져야만 필 수 있는 벚꽃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면 그 때서야 봄을 실감하는 것이다. 벚꽃이 제대로 피어나기 시작하는 절정의 봄은 동적인 계절이다. 어린이가 자라나고 청소년이 성장하고 어른은 움직인다. 생동감 있는 삶은 사람들의 기본적 가치를 상기시켜 여유를 가져다주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곳곳의 사랑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사랑스러운 계절을 나타내는 벚꽃을, 사람들은 봄이 온 것의 상징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벚꽃엔딩, 10년


 

벚꽃엔딩이 2012년 봄에 처음 발표되었을 때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곳에서 벚꽃엔딩이 들려왔고 음원차트의 인기순위에서 벚꽃엔딩이라는 곡이 내려올 기미를 안 보일 정도였다. 세련된 가사와 멜로디는 해가 거듭될 수록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벚꽃엔딩이 여전히 들려오게 한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통기타 위주의 어쿠스틱한 곡조, 따뜻한 느낌, 노래를 부르는 장범준의 행복한 표정, 그리고 벚꽃이 흩날리는 아트워크까지. 모든 면에서 벚꽃엔딩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요소로 가득하다. 벚꽃의 주된 색인 연분홍색은 벚꽃엔딩의 뮤직 비디오의 전체적인 색감에서도 드러난다. 분홍색이 화면에서 빠지질 않는다. 단순히 뮤직비디오만 보아도 사람들은 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해마다 봄이 되면 벚꽃엔딩이 음원차트 순위권에 등장하고 길거리에서 들리다보니 기타 봄 캐롤들이 발매되어도 몇 가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 적다. 또한 매너리즘에 의해 지겹다는 비판 또한 받는다. 장범준의 방송에서의 모습을 보고 노래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여전히 사랑을 받는다는 건, 봄이라는 계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서를 잘 표현하고 대중적인 가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봄과 벚꽃에 대하여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벚꽃은 계속해서 피어나고 있고 벚꽃엔딩도 울러퍼지고 있다. 10년 째 사랑받고 있는 벚꽃엔딩의 재등장을 다시끔 축하하며, 모든 것이 자라나는 봄처럼 주변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어떨까?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러퍼질 이 거리를 함께 걸으며.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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