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안 아주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사람]

무의식과 경험이 만들어낸 이야기
글 입력 2022.04.03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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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원래 사람은 자면서 항상 꿈을 꾸는데 다만 그것을 기억을 하는 날이 있고 못하는 날이 있는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 꿈을 기억한 날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걸까? 어쨌든 나는 잘 때 꿈을 자주 꾸진 않지만, 가끔 며칠 연속을 몰아서 꾸는 기간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데 요즘이 바로 그때이다.

 

거의 일주일 내내 꿈을 꾸었다. 꿈을 꾼 날에는 잠에서 깨자마자 휴대폰 메모장에 꿈의 내용을 적어 놓는다. 허무맹랑하게 보이는 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것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무의식으로 향하는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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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라고 한다. 일상 속에서 내 의지로는 접근하기 힘든 무의식을 꿈이라는 통해서 잠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꿈을 통해 나의 무의식을 엿볼 때마다 놀라곤 한다. 이름조차 까먹었다고 생각했던 초등학교 동창 친구나 이미 십 년이 넘게 흐른 일이나 잘 해결되어서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는 줄 알았던 사건들을 꿈에서 마주할 때마다, 내가 살면서 마주한 모든 사람과 상황들은 완전히 잊히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여전히 내 안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꿈을 자주 꾸지는 않지만 일상 속에서 심적으로 압박을 받는 일이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며칠 내리 꿈을 꾸곤 한다. 현실 경험 속에서의 대화나 상황이 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무의식을 깨우고 이리저리 섞이고 편집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져 꿈속에서 상영된다. 뜬금없이 등장한 인물과 설정된 상황, 알 수 없는 구조를 가진 이야기 속에서 나는 숨겨진 메시지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프로이트가 자신을 알기 위해서 꿈과 환상을 분석했던 것처럼 좀 더 적극적으로 꿈을 이용하면 스스로의 결핍과 욕망을 이해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이 보여주는 넓고 깊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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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의식과 경험이 잘 버무려진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만들어진다니 어쩐지 신비롭기도 하다.

 

의식 중에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만들어내지 못한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꿈속에 펼쳐지는 것을 보면 무의식의 세계는 얼마나 깊고 넓은 것일까. 가끔은 꿈 내용이 너무 스펙터클해서 나에게도 이런 상상력이 존재했나 놀라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꿈에서 영감을 받아 노래를 만들고,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 경험으로 충족되지 않는 많은 부분을 꿈을 통해 채우기도 한다. 이렇듯 꿈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주는, 삶의 곳곳에서 쓰일 수 있는 요긴한 재료가 되기도 한다.

 

 

 

무의식이 보여주는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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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기억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워서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할 때가 있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장소로부터, 기억으로부터 계속 도망친다.

 

그렇게 한참을 도망쳐왔다고 생각했는데 꿈속에서 나는 다시 그곳에 돌아가 있다. 현실에서는 용기가 없어 마주하지 못한 상처나 욕망 혹은 결핍을 꿈속에서 비로소 마주한다. 그래서 가끔은 꿈을 꾸고 나면 발가벗겨진 기분이 든다.

 

꿈을 통해서 나의 아주 깊은 곳에 숨어있던 상처와 결핍, 욕망과 마주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사건으로부터 생각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지를 인지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스스로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분명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꿈은 종종 정말 미친 것처럼 보일 때

가장 의미가 깊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러니 꿈을 한바탕 꾸고 눈을 떴을 땐, 이야기가 휘발되기 전에 간단하게라도 메모장에 꿈을 적어두고 이따금씩 들여다보아야겠다. 아무리 허무맹랑한 꿈같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겨두었던 진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정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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