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도 나는 카페에 간다 [문화 전반]

버거운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날에
글 입력 2022.03.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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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정이 없어서 혼자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날에 주로 카페에 간다. 책이나 다이어리 혹은 아이패드를 챙기고 그 외의 짐과 복장은 최대한 가볍게 한 채로 카페에 가서 맛있는 음료를 시켜 놓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좋아서’ 꾸준히 하는 것이 별로 없는 나에게 카페 탐방은 몇 안 되는 소소한 취미 중 하나다.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공부나 일처럼 집중력을 요하는 일을 할 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한 공간이 필요한 것처럼 휴식을 취할 때에도 온전히 휴식에만 몰입하기 위해 공간 분리가 필요하다.

 

팍팍한 일상에 지쳐 마음이 낡고 지쳤을 때 내 마음이 가장 편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안식처가 되어주는 여러 공간 중에서 이번 글에서는 나에게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공간인 카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글에 첨부되어있는 사진들은 필자가 평소에 카페를 찾아다니며 직접 찍은 것들입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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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일 생활하는 나의 방 안에는 어제 미처 다 끝내지 못한 일, 쌓여 있는 집안일 등 나를 피로하게 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의무감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머릿속을 정화시키기 위해 카페로 향한다.

 

카페에서 하는 것은 별거 없다. 주로 가만히 앉아 창밖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고, 시선이 머무는 것들이나 흘러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가져온 다이어리에 끄적거리거나 책을 읽기도 한다.

 

실제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행위는 우리 뇌 안에서 인식이 뒤죽박죽 섞이게 하고, 그 과정에서 기억이 삭제되거나 왜곡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장소가 변하면서 이전 기억은 깨끗이 청소되고 새롭게 진입한 공간과 그 안에서의 경험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낯선 공간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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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카페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 낯선 공간 이곳저곳을 살핀다.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낯설던 공간이 서서히 익숙해지며 긴장이 풀리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나는 그때 느껴지는 설렘을 좋아한다.

 

또, 그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모른다. 이렇듯 불특정한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묘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공간을 채우고 그곳의 분위기를 만든다. 거리를 두고 있지만 조용하고 느슨하게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볼 때만큼 편하고 아늑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가 섬세하고 가꾼 공간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편안함과 만족감이 있다.

 

 

 

사람을 닮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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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작은 동네 카페에서는 사장님의 취향과 손길이 묻어난 흔적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한 사람의 공간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는 말처럼, 카페를 채우고 있는 오브제들이 사장님의 관심사, 가치관, 지금까지 걸어온 길 등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특히 나는 카페에 책이 비치되어 있으면 어떤 책이 있는지 꼭 살펴보는데, 사장님의 큐레이션을 거쳐 비치된 책이라 생각하면 더욱 흥미롭고 관심이 간다(물론 별 의미 없이 가져다 놓았을 수도 있겠지만). 타인의 취향을 엿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나의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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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가 카페 탐방이라는 것을 아는 친구가 나에게 "그럼 넌 어떤 카페를 좋아해?"라고 물어온 적이 있다. 질문을 받고 내가 특별히 좋아하고 자주 찾게 되는 카페들을 생각해 보다가, "음.. 내 마음이 가장 편안한 곳?"이라고 대답했다.

 

내가 편안하다고 느낀 공간들은 규모나 인테리어 혹은 커피의 맛 등이 나의 취향과 잘 맞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방문객들이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따를 것이다. 인간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편안함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매력적인 콘셉트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너무 복잡해서는 안 된다. 이렇듯 공간은 인간의 심리와 신체에 깊숙이 들어와 많은 영향을 미친다.


 

“어떤 공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 때 그곳은 그저 우연히 선택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안함으로 느끼는 공간으로 향하며, 위험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공간을 피한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지 않다.” 

 

/ 발터 슈미트, 공간의 심리학 9p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장소에서 마음이 편한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존재를 좀 더 안락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아는 것처럼 바람직한 것은 없다. 그런 걸 깨달아야 인생이라고 불리는 소용돌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 발터 슈미트, 공간의 심리학 255p

 

 

카페는 나에게 일상 속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찾아갈 수 있는 도피처이다. 짊어지고 있는 고민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들로 가득 찬 일상이 버거워 다 내려놓고 멀리 떠나고 싶을 때, 현실적으로 멀리 떠날 수 없으니 잠시나마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도시 곳곳에 심어 놓은, 내 몸과 마음을 뉠 수 있는 곳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면 꽤 많은 이유가 있고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그리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우리를 보다 행복한 삶으로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좋아하고, 그것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각자의 일상이 너무 버거울 때 잠시 짊어진 것들을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 공간에서 더 많이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정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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