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코로나 끝나면 와플 먹으러 벨기에 갈 사람? -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 [도서]

글 입력 2022.03.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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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3가지 요소다. 나의 편안한 집에서 맛난 음식을 먹고 옷을 추려 입고 하루를 보낸다. 안정적인 삶의 토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의 삶에서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이다. 예쁘고 편한 옷을 입을 때보다, 멋들어진 고급 호텔의 폭신한 침대에서 잠이 들 때보다, 무언가를 먹을 때 난 가장 행복하다. 그만큼 먹는 것에 진심이고 누구보다 좋아한다. 그런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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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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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가별로 묶어 주요 음식과 대표 음식을 소개한다. 작가가 경험한 전 세계의 음식을 총집합했다. 지리적 원산지를 기준으로 매우 뚜렷한 음식 문화를 지닌 나라를 개별적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비슷한 요리 유산을 공유하는 지역끼리 분류한다. 따라서 내가 궁금한 나라의 음식을 따로 찾아볼 수도 있고 찾아보기 색인을 통해 내가 원하는 음식의 자세한 설명이 어딨는지 바로 찾아내 읽을 수 있다.

 

 


먹어본 것



반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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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숙은 프랑스 챕터에 등장한다. 반숙 같은 간단한 음식이 이 책에 나올 줄은 몰랐다. 집에서 간단히 만들 수도 있는 계란 요리가 정식 요리로 설명이 친절하게 적혀있다니! 음식의 한계는 위로도 없지만, 아래로도 가능함을 느끼며 천천히 책을 읽어나갔다. 농민부터 루이 15세까지 모든 프랑스인에게 사랑받은 음식이라고 한다. 특히 루이 15세는 달걀 반숙을 좋아해 베르사유궁 안에 농가를 지어 언제든 반숙을 먹을 수 있도록 시켰다고 한다.

 

나 또한 수많은 계란 요리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이 반숙이다. 달걀찜, 계란 후라이, 완숙, 맥반석, 달걀말이, 스크램블 모든 것을 제치고 단연 1위인데 촉촉하고 부드러운 흰자와 따뜻하게 약간은 흘러내리는 노른자의 조합은 말해 뭐해 조합이다. 다이어트할 때도 가장 좋아하는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다.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달걀찜기를 구입해 8분 동안 익히고 꺼내 찬물에 담가 껍질을 까고 바로 따뜻한 반숙을 먹는 일상의 작은 호사를 누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달걀 반숙을 주로 껍데기째 내어 얇게 썬 구운 빵을 노른자에 찍어 먹는다고 한다. 상상해보면, ‘맛없없’ 조합이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 말이다. 마치 살짝 구운 식빵에 계란 후라이와 야채를 넣어 한꺼번에 샌드위치로 먹다가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노른자와 식빵 테두리를 함께 먹는 맛일 것 같다. 상상하니 내일 아침은 달걀 반숙에 빵으로 결정했다.

 


무화과


이탈리아 챕터의 칠렌토 흰색 무화과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적혀있다. 인류가 재배한 최초의 과일이라고 하는데 요르단 계곡에서 1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 그만큼 오랫동안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과일임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현재 재배되는 무화과 품종은 700가지가 넘는다. 사실 나는 무화과를 재작년에 처음 접해보았다. 보통 엄마, 아빠의 입맛에 따라 아이들의 입맛도 결정된다. 엄마가 차려준 밥상의 음식들을 어릴 때부터 먹어보릇 하기 때문이다. 나도 급식을 먹기 전까지 엄마의 밥상만을 오랫동안 먹었기에 엄마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은 자연스럽게 먹지 않았다.

 

대학생이 되자 바깥에서 음식을 사 먹을 일이 많아지고, 전국 각지에서 온 친구들의 입맛을 고려해 밥을 먹다 보니 새롭게 알아가는 맛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무화과였다. 무화과를 정말 좋아해 매년 제철마다 집에 사두고 먹는다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무화과를 본 적도 없었고 사진으로 찾아봤을 때 되게 마늘처럼 생기고 아래엔 이상한 점들이 있어서 너무 징그러워서 그냥 먹어보지를 않았었다. 어쩌다가 맛본 무화과는 그런 나를 후회하게 만들었다.

 

제철, 극강의 달콤함을 자랑하는 무화과에 중독되어 우리 집에서는 나를 제외한 가족들 모두 ‘무화과를 무슨 맛으로 먹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속으로 ‘개이득’을 외치고 한 박스를 사두고 많이 먹을 때는 한 번에 6개를 먹기도 했다. 그 뒤로 구움과자에도 무화과가 들어간 메뉴라면 일단 사고 보았고, 아직도 무화과 크림치즈 베이글, 무화과 마들렌, 그냥 무화과 모두 좋아한다. 칠렌토 흰색 무화과도 너무나 먹어보고 싶다. 아직 한국 시중에서 평범하게 만나볼 수 있는 건 빨간색 무화과라 흰색이라면 색다를 것 같다.

 

나폴리 남부 칠렌토 지역에서 자란 흰색 무화과 품종은 도타토라고 불리는데, 보통 말린 과일로 만들어 그대로 팔거나 건포도, 아몬드, 오렌지 껍질, 럼같이 여러 재료를 속에 넣어서 판매한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하루의 행복한 간식일 것 같다. 햇빛에서 8일간 말려 더 당도가 높아지고 그 속에 건강한 재료들을 넣으니 건강도 챙기고 입맛도 챙길 수 있는 요리라고 생각한다.

 

 

카푸치노


이탈리아의 인기 있는 아침 메뉴다. 보통 오전 11시 이전에 다 판매되고 그 외 시간에 주문하는 일은 드물 정도라고 하니, 정말 사람들이 아침에 부드럽게 몸과 정신을 깨우기 위해 찾는 메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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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커피 샷 하나와 거품 낸 우유가 재료 전부다. 카페라떼보다 거품이 많은 게 특징이다. 카푸치노라는 이름은 카푸친회 수도복과 색이 비슷해서 탄생했다는 비화도 알 수 있었다. 이는 요즈음 내가 좋아하게 된 커피 메뉴이다. 에스프레소와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만나 입안을 달래고 목으로 넘어가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아직도 카페에 가면 HOT 카푸치노를 시켜 커피 맛집인지 따져보며 음미하고 있다. 집에서는 에스프레소 기계가 없기에 대체로, 커피 거품은 프렌치 프레스를 사 직접 만들고 점성 높게 핸드드립을 내려 카페에서 먹는 우유 거품과 에스프레소 맛을 따라 해보곤 한다. 아직은 비율을 제대로 못 맞추는 커린이지만 만드는 과정도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줘 자주 해 먹는다. 이제 곧 여름이 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찾게 될 테니, 그전까지 많이 마셔줘야겠다.

 

 


먹고 싶은 것



초콜라테 콘 추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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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디저트 요리로 길쭉하게 빚은 반죽을 막 튀겨낸 다뜻한 추로스를 걸쭉하고 부드럽고 뜨거운 초콜릿에 찍어 먹은 아침 메뉴라고 한다. 스페인에서 하루를 시작할 때 먹는다고 하는데, 역시 맛있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은 없다는 게 정설인 것 같다. 하하. 다이어터에겐 밀가루는 기피 대상이고 특히나 기름에 튀겼다니! 죄악의 음식이 분명하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20세기 초보다 훨씬 이전부터 아침 식사로 이런 추로스를 먹었다는데, 건강에 안 좋아 먹지 말라고 하기엔 너무나 잘들 살아계시는 것 보면 나도 먹어도 안 죽을 것이다. 그래서 더 먹고 싶어진다.


오전 5~6시에 문을 여는 식당을 찾아가 이 초콜라테 콘 추로스를 먹는 것을 추천한다. WOW! 기름에 튀긴 달콤하고도 바삭한 음식을 먹기 위해 오전 5시에 들어가 사 먹는 게 상상이 잘 안 되지만, 언젠가 스페인에 놀러 간다면 꼭 먹어보고 싶다. 사실 나는 추로스를 어릴 때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밀가루 반죽을 냅다 튀겨 설탕에 입수 시켜 만든 추로스의 약간의 시나몬 냄새도 안 좋아했고, 처음 먹어본 게 놀이공원이었는데 너무 딱딱했고 오래 튀겨서 맛이 없었다. 이렇게 어릴 때 먹어본 추로스가 별로였기에 어른이 된 지금도 여태껏 먹어본 추로스가 손에 꼽는다. 하지만 이 초콜릿을 묻힌 정통 스페인 추로스는 무언가 다를 것 같다. 딱딱하지 않을 것이고 밀가루 반죽으로 갓 튀겨 베어 물 때, 적당한 기름으로 촉촉해진 베이스와 그 위 얹어진 달달한 초콜릿의 조화는 절로 침이 고이게 만든다.  꼭 스페인에 가면 오전 5시부터 추로스를 파는 식당을 찾아 헤맬 것이다!

 

 

각종 소시지 종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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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소시지 먹는 걸 좋아했는데, 크다 보니 가공 육류를 최대한 자제하고 다이어트에 나쁜 식품으로 여기면서 닭가슴살 소시지를 제외하곤 집에서 반찬으로 나올 땐 거의 안 먹다시피 했다. 간혹가다 밖에서 음식을 사 먹을 때 같이 나오면 먹는 게 전부였는데 이 책을 읽고 정말 다양한 소시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 지역의 특성을 필두로 다양한 고기 부위들을 합쳐 만들어 낸 소시지가 정말 많다.

 

슬로베니아 안에서도 소시지 종류는 다양했고, 동물의 간, 소고기, 돼지고기, 기타 재료까지 많은 것들을 넣어 제각각 다른 모양의 소시지가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가공을 통해 시중에 오랫동안 판매되는, 실제로는 고기의 함량이 매우 적은 건강하지 못한 소시지들이 대부분이다. 점점 바뀌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해외의 다양한 소시지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소시지 전문 가게가 한국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았다. 많은 소시지를 모아 빠른 회전율로 신선한 소시지를 생산해 판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건강에 나쁘다는 소시지에 대한 편견을 버릴 때가 온 것 같다.

 

 

 

사랑하는 것



프레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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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챕터에 있는 프레츨은 독일 남부, 프랑스 동부,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찾을 수 있는 전통 빵이다. 선원의 매듭을 닮은 독특한 모양은 수도원에서 유래했는데 원래 수도사에서 나누어 먹던 의식용 빵으로 팔짱을 낀 수도사의 팔 모양을 상징한다고 한다. 프레츨을 먹어본 건 코스트코의 대량 냉동 프레츨이 처음이었다. 집에서 간단히 구워내 만들 수 있어 대량으로 사두고 먹었다. 너무 좋아했던 나머지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나올 수 있는 주말마다 하나씩 아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안에 녹아내리는 크림치즈도 들어있어 바삭한 표면의 안은 쫀득한 빵 식감과 녹아내리는 달콤한 크림치즈의 향연으로 살 찌는 스트레스 다 잊고 순삭해버리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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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앤티앤스프레츨이 있으면, 꼭 지나치지 않고 기본 메뉴라도 사 먹었고, 아몬드 크림치즈 프레즐이 최애 메뉴로 그동안 많이 먹었다. 앞으로도 살 빼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있지만, 계속해서 내가 사랑하는 디저트로 함께 할 것 같다. 독일에 가면 꼭 정통 프레츨을 먹어볼 것이다.

 

 

리에주 와플


벨기에 디저트로 너무나도 유명한 리에주 와플이다. 리에주 와플 하면 떠오르는 한 곳이 있는데, 덕수궁 바로 옆에 있는 와플 집이다. 그곳을 통해 나도 처음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동네 와플 시장이 아닌, 벨기에 와플을 먹어보았다. 얇은 와플 말고, 두툼하면서 조그마한 와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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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은 금속판 2개에 반죽을 끼워서 구워 만드는 작고 달콤한 케이크다. 와플 또한 내가 지나칠 수 없는 최애 메뉴 중 하나인데, 특히 서울 덕수궁 근처를 갈 일이 있을 때 빼먹지 않고 리에주 와플을 먹곤 한다. 최근엔 광화문에서 와플이 먹고 싶어 산책한다는 핑계를 대고 걸어가서 맛있게 먹고 오기도 했다. 갔다가 다시 집인 광화문에 걸어가도 칼로리 태우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간단한 야식으로 제격이라 행복해하면서 먹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건데 일반 설탕 대신 펄슈거를 사용하기에 굽는 동안 펄슈거가 녹으면서 리에주 와플의 특유 질감인 그 캐러멜 칩이 된다고 한다. 다른 와플 집에선 왜 이 리에주 와플의 바삭하면서도 쬰쬰한 칩 식감이 없을까 궁금했는데, 바로 이 펄슈거 덕분이었다. 앞으로 리에주 와플을 먹을 때 친구에게 이 쓸모없지만, 의미는 있는 정보를 말해줘야겠다.

 

*

 

간략하게나마 내가 먹어본 음식, 좋아하는 음식,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을 간추려 보았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음식들이 이 책엔 녹아있다. 무려 5대륙 155개국에서 골라 모은 700가지 '진짜 맛'들이 있다. 정말 당연하게 ‘김치’는 한국 챕터에서 소개가 되고 있다. 한국 챕터엔 우리가 평소에 밥상에서 볼 수 있는 음식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삼겹살, 김치, 고추장, 불고기, 각종 반찬까지. 디저트로는 호떡, 팥빙수 등이 소개가 되었는데, 부산 명물로 씨앗호떡은 가히 명실상부 여행자가 꼭 먹어봐야 할 리스트에 자리를 잡았고 팥빙수는 하나의 전문 브랜드로서 이곳저곳에서 팔리고 있다. 카페에 가듯, 빙수 전문점을 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쁜 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이 소주 브랜드를 창업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정말 한국의 음식들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점점 그 규모가 성장하고 있음을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도 한국의 음식 문화는 당당히 한 챕터로 소개할 수 있을 만큼 특색있고, 우리 고유의 당당한 유산임을 되새길 수 있었다.


구르메는 프랑스어로 ‘미식가’라는 단어이다. 용감한 미식가의 미식 라이브러리를 통해 나 또한 미식가로 거듭나고 싶어졌다. 당장 해외에 나갈 순 없지만, 먼저 사전 조사를 했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에서 내가 전 세계에서 먹어보고 싶은 것들을 미리 정해농았다. 언젠가 코로나가 종식되고 해외로 자유롭게 나가 내 입맛을 돋울, 내 행복을 배로 증가시킬 그런 음식을 찾아 나서고 싶다! 읽는 내내 입맛을 다시고 행복했던 책 <용감한 구르메의 미식 라이브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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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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