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족 구성원으로 살면서 계속 생각날 것 같은 드라마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2.03.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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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동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엔딩이다. 이 엔딩은 드라마에서도 적용되어 해피엔딩의 공식이 되었다. 결혼은 의무가 아닌 선택인 시대가 되면서 그 공식도 사라졌다. 그리고 주인공의 결혼 후의 현실적인 모습과 처음부터 다 잘하는 것보다 인간적인 엄마의 모습을 담은 드라마가 많아졌다. 며느라기, 산후조리원, 고백부부, 기상청 사람들 등과 같이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의 현실은 여러 드라마에서 소재나 주제로 다뤄지기도 하고, 곳곳에서 짧고 굵게 등장한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드라마의 세계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변화가 있기 전, 드라마는 (자극적인 드라마는 제외하고)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동화같이 그려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결혼해야 아름답게 끝나는 것처럼 표현했다. 아내는 남편을 내조하고 시부모를 잘 모시고, 아이까지 혼자 잘 키우며 헌신적인 주부 또는 회사 일도 잘하고, 돈도 잘 버는 멋진 만능 워킹맘을 보여줬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결혼은 동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으며, 사랑의 결실이 결혼만 있는 건 아니다. 연인의 사랑 이야기는 결혼으로 아름답게 끝나는 게 아니라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이야기는 희극일지, 비극일지는 예측할 수 없다.

 

모든 주부가 남편 내조와 집안 살림, 육아를 잘하는 것은 아니며, 집 안의 일 하나도 벅찬데 집 밖의 일까지 잘 해내는 워킹맘이 되는 건 매우 어렵다. 미혼이고, 아이를 낳아 키워본 적도 없지만, 내 시선에서 드라마와 현실은 다른 부분이 많아 보였다. 드라마가 결혼과 아내, 엄마에 대해 환상만 심어주는 것 같았다. 이제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모습과 현실적인 모습을 적절히 섞어서 보여주는 드라마들이 많아져서 좋다.


그 중 ‘며느라기’는 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가 아닌데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 시즌 2가 나온 지금도 높은 관심과 인기는 여전하다. ‘며느라기’는 웹툰이 원작이며,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다. 한 회당 20~30분의 짧은 분량의 웹드라마 형식이라 시간 날 때 틈틈이 보기 좋다. WAVE나 왓챠에서도 볼 수 있다 (WAVE에는 현재 시즌 1만 있다).


시즌 1부터 시즌 2까지 지속적인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공감, 현실적인 상황과 대사, 사이다신의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첫 화를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고, 또 다른 매력적인 면이 보여서 시즌 2까지 챙겨보고 있다. 앞으로 한 회만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벌써 그리움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최근 연애를 끝냈던 ‘그해 우리는’보다 더 진한 연애가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또 다른 매력적인 면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자신할 수 있는 건지, 먼저 ‘며느라기’ 시즌 1의 매력을 정리해봤다. 시즌 2는 종영 후에 다룰 예정이다.

 

 

 

공감대 형성, 현실적인 캐릭터 + 사실적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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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e 다시보기 영상 캡처

 

 

앞서 언급한 공감과 현실적인 매력은 캐릭터에서도 빛을 발휘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의 인물들, 개성이 뚜렷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는 몰입도를 더욱 높여줬다. 특히 자신의 가족 같고, 친구나 지인의 가족 같은 캐릭터에 사실적인 스토리까지 더해져서 많은 사람이 며느라기를 보면서 공감하고, 위로받고, 배우고, 함께 울고 웃으며 드라마와 시청자는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는 시즌 2에도 해당하는 부분이다.


시즌 1에서는 ‘결혼’ 그리고 ‘며느리 역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민사린은 잘하고 싶은 마음에 ‘네’, ‘제가 할게요’, ‘괜찮아요’를 입에 달고 산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무리해서 시어머니 생신상을 아침부터 혼자 준비하고, 업무 중에도 메시지와 통화에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다. 명절 때는 여성만 명절 음식 준비를 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지만, 내색 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 혼자만 뒷정리 하고, 시가 식구들은 식탁 앞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자신의 것은 남겨놓지 않은 상황 속에서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애써 웃는다. 집에서도 시가에서도 집안일을 하느라 녹초가 됐는데도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남편에게도 서운하다.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고, 음식 가져가라며 집에 오라는 시어머니와는 반대로 친정어머니는 사위가 불편할까 봐 반찬을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놓고 다급하게 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린은 속상해한다.


연애할 때는 서로의 시간만 맞으면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둘만 생각하면 됐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시간이 나도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졌고, 둘이 아닌 여럿을 생각해야 했다. 서운함만 쌓여가고 서로 부딪히기만 하는 상황만 계속됐다. 불합리한 상황에 불편한 감정이 깊어지면서 결국 사린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한편, 무구영은 자기 생각과 행동과 말이 사린을 더 힘들게 했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한다. 그리고 달라진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나선다. 더는 사린을 자신의 아내와 우리 집의 며느리로만 보지 않고, 연애할 때처럼 그냥 ‘민사린’으로 본다. 그리고 사린이 다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혼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동화 같지 않은 현실에 남녀가 혼란과 갈등을 겪고 함께 풀어가는 과정을 담은 ‘며느라기 1’은 결혼생활을 미화시키는 것 보다 현실적인 문제와 갈등, 고민거리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나는 혼자 시청한 후 사랑하는 연인과 다시 봤는데, 함께 보면서 결혼생활의 현실적인 부분들을 예습하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무조건 좋은 부분만 보여주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부분을 과감히 드러낸 것이 결혼생활의 지혜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입장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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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e 다시보기 영상 캡처

 

 

결혼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고충을 여성의 입장뿐만 아니라 남성의 입장까지 보여준 점이 좋았다. 아무래도 며느리 위치에 있는 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라 여성의 고충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성의 입장을 적절히 배치하여 ‘며느라기’를 많이 보는 여성 시청자들이  남성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이끌었다.


부모와 아내 사이에서 난처해하는 남성의 모습, 아내 몰래 장모님 일을 도와주는 모습, 자신의 행동이나 말 때문에 아내가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괴로워하는 모습, ‘우리’의 행복을 위해 반성하고 성장하는 모습, 시가 식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아내를 보면서 속상해하는 모습 등 남성도 쉽지 않은 결혼생활과 아내와 어긋나기만 하는 상황에 힘들어하는 것을 잘 그려냈다.


이 외에 시어머니의 입장까지 함께 보여주면서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시간을 마련해준 드라마였다.

 

 

 

‘며느라기 1’을 값진 드라마로 만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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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e 다시보기 영상 캡처

 

 

“며.느.라.기. 이 ‘기’자가 사춘기, 갱년기 할 때 그 ‘기’자인데, 며늘아기가 되면 겪게 되는 시기라는 뜻이야. 며늘아기가 되면 시댁 식구들한테 예쁨 받고 싶고, 칭찬 받고 싶어서 ‘제가 할게요, 저한테 주세요.’ 같은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 뭐, 보통은 1~2년 안에 끝나는데 사람에 따라 10년 넘게 걸리기도, 안 끝나기도 한다더라고.”


- 드라마 「며느라기1」 1화.

 

 

배우자의 가족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은 좋지만,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무리할 때 문제가 생긴다. 그런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줬으며, 며느라기에서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잘 그려냈다. 전체적으로 보면 단순히 ‘며느라기’라는 시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과 화합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방법은 첫째,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며느리의 역할은 물론이고, 아내, 엄마로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나’를 잃어버리곤 한다. 누구의 아내와 엄마로만 살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신의 이름까지. 그렇게 자신을 잃어버린 채로 역할에만 충실하다 보면, 가족에 대한 의존도가 과해지면서 허탈함과 회의감, 권태감에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많다. 가족을 위해 헌신했는데, 오히려 가정이 행복할 수 없게 된다.  드라마 ‘산후조리원’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대사처럼 본인이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다.


둘째, ‘나’를 지킨다고 해서 ‘나’만, 너무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이 드라마에서 자신의 주장이나 욕심, 행복만 생각하는 바람에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배려하지 않는 상황들이 쌓여 결국 갈등을 만들고, 상대에게 상처를 낸다. 내 마음이 중요한 만큼 가족들의 마음도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않으며 배려와 이해, 존중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가족’으로 하나 되기 위해 서로 맞춰나가야 한다.


이 드라마는 ‘나’를 잘 지키면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나’만을 너무 내세우지 않고 가족들의 마음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개선한다면 가족 간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거라고 귀띔했다.


이는 부부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간에도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치는 당연히 냉장고에 들어 있는 건 줄 알았는데... 하긴, 뭐 그런 게 한 두 개인가. 결혼해보니까 욕실에 수건 뽀송뽀송한 거, 현관에 먼지 안 굴러다니는 거, 다 누가 치우고 빨고 해야 되는 거더라고.”


- 드라마 「며느라기1」 10화.

 

 

“그 누나 너무 세. 할 말 다 하고. 형들도 다 싫어하잖아. 

“왜? 난 좋은데.”

“난 여자가 그렇게 세면 별로더라. 우리 시안인 착해서 다들 좋아하는데.”


“전도 부치고, 나물도 무치고? 그래. 우리 딸 수고했다.”

“근데 오빤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TV 보면서 밤을 아주 그냥 하루 종일 깎더라고.”

“그럴 땐 화내지 말고, 이거 도와달라고 정확하게 얘기해. 하고 나면 마음에 안 들어도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우리 딸이 현명하게 잘하겠지만.”


카페에서 모녀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된 사린,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한숨 쉬며 모녀가 있는 테이블 쪽을 슬쩍 본다.


“아가씨가 다리를 이렇게 쩍 벌리고 앉으면 어떡해. 이렇게 가지런히 모아서 조신하게 앉아야지.” 

“우리 준이는 찔끔찔끔 마시지 말고, 남자답게 마셔야지.”


“이 가수, 얼마 전에 애 낳았지 않았나?”

“응. 쌍둥이 낳았잖아.”

“근데 왜 벌써 나와? 애 엄마가 애는 안 보고.”

“냅둬. 돈 많아서 애 봐줄 사람이 많은가보지.”


주문한 커피가 나오자, 카운터로 향하던 사린은 카페 손님들의 대화를 듣게 된다. 커피를 받아 들고 가려다 사린은 갑자기 멈춰 선다.


사린 내레이션 / 알고 있었지만, 미처 몰랐던 것들. 그것들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며느라기는 있었어. 내 옆에, 곳곳에, 매 순간마다. 나 이제.. 어떡하지? 

 

- 드라마 「며느라기1」 10화.

 


‘며느라기 1’은 모든 장면과 대사들이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위의 두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은 사실은 고정관념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있다는 것, 그것들을 맡아서 하는 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작가는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흥미를 끌어내는 데에만 그치지 않았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족 안에서 역할과 희생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었으며, 진정으로 화합하는 방법을 일러줬다. 이 드라마는 그저 보고 마는 드라마가 아닌, 계속 곱씹게 되는 값진 드라마였다. 앞으로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부모님을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게 되었을 때 등등 이따금 생각날 것 같다. 그때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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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e 다시보기 영상 캡처

 

 

남편에게 이 드라마를 같이 보자고 했는데, 싫다고 거절하거나 화를 내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운했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죄인이 된 것 같고, 불편해서 피하고 싶었을 거다. 불편하면 피해도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회피하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특히 내 가족의 상처나 고충 그리고 관계진전에 문제가 되는 것들은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 때문에 서운했고, 상처를 받았는지. 어떤 고충이 있는지 진심으로 들어주며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것, 함께 개선하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반대로 아내는 이 드라마를 통해 남편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며느라기를 겪느라 자신의 힘든 것만 보려 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보면 좋겠다.


회피하는 태도를 버리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부가 함께 시청한 후 진솔한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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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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