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래를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한 이야기 [영화]

그 시절 청춘들의 이야기, 귀를 기울이면
글 입력 2022.03.1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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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토요일에 학교를 가요?" 네, 제가 누입니다.


 

지금이야 모든 토요일이 쉬는 날이지만 내가 초등학생일 때만 해도 학교 가는 토요일, 일명 '갈토'와 '놀토'가 존재했다. 격주로 홀수주에는 학교에 갔고 짝수주에는 쉬었다. 그래서 5주인 달을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요일들과는 달리 토요일은 4교시만 운영했다. 담임마다 체육으로 채우거나 실험 수업을 하기도 했고 비가 오는 날이면 방송실에서 애니메이션을 틀어주기도 했다. 교육과정이 변했을 때는 주로 학교에서 단체로 견학이나 체험 활동을 나갔다.

 

나는 학교 가는 토요일을 퍽 좋아했다. 오전을 친구들과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학교를 나서면 해가 아직 있어 햇빛이 쏟아져 내리는 오후에 기분이 좋아 평소에는 가보지 않은 길로 가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동네를 둘러 평소에 배는 시간이 걸렸지만, 모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동네를 모험한다는 누군가에게는 웃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른보다 보폭도 좁고 눈높이도 작은 초등학생에게는 평소와 다른 길은 아예 다른 세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엄마는 싫어했지만 나는 좋았다. 반듯한 아파트 단지가 아닌 낮은 주택가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나아가다 보면 평소의 가보지 않던 골목을 시작으로 길을 나서 아는 길로 발걸음이 이어질 때의 기분이 좋다. 새로운 길을 정복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이 영화도 그렇다. 시즈쿠는 여름 방학 아버지의 도시락 배달을 하러 가던 중 고양이를 따라 향하다 낯선 주택가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자신에게 특별한 공간이 될 가게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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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하는 수험생 시즈쿠는 자신이 빌리려는 책마다 먼저 빌려 가는 아마사와 세이지라는 인물을 궁금해한다. 친구와의 약속으로 여름방학에 학교를 방문한 시즈쿠는 대출한 학교에 두고와 찾으러 가던 중 이상한 소년을 만난다. 뻐기는 듯한 말투에 마음에 안 들어 하던 시즈쿠.

 

이후 고양이를 따라 들어간 가게에서 도시락을 두고 가자 전에 만났던 소년이 가져다주며 시즈쿠를 놀리며 가버리자 소년에 대한 호감과 좋은 장소를 발견해 좋았던 기분이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 이후 학교에서도 소년을 마주치지만 가게을 발견할 때마다 문은 닫혀 있고 이성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던 시즈쿠가 답답한 마음에 고양이 인형 '바론 남작'을 보기 위해 가게를 방문했다, 문제의 그 소년을 다시 만나게 된다.

 

할아버지의 손자인 그 소년의 도움으로 원하는 만큼 남작을 구경하다 소년이 바이올린 만드는 모습을 본다. 바이올린에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는 소년에게 시즈쿠는 순수하게 감탄하며 연주해달라 요청하고 시즈쿠와 소년 그리고 할아버지와 친구들과 함께 작은 연주회가 열린다. 연주회가 끝난 후 대화 중 마주칠 때마다 별로라고 생각했던 그 소년이 알고 보니 아마사와 세이지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중가.jpg


 

이후 아마사와는 학교옥상으로 시즈쿠를 따로 불러낸다. 옥상으로 간 둘. 세이지는 시즈쿠에게 부모님을 설득해 아시는 분의 수습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2달의 견습 기간이 끝난 후 이탈리아로 떠나 본격적인 바이올린 장인의 길을 걷고 싶다고 시즈쿠에게 말한다. 충격도 잠시 시즈쿠는 그런 세이지를 축하해주지만 나아가는 세이지를 보며 자신도 무엇인가 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시즈쿠는 수습생이 되어 떠난 세이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소설을 쓰기로 한다. 견습을 떠나기 전 시즈쿠를 만나러 온 세이지의 응원에 시즈쿠는 용기를 얻는다.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시즈쿠는 소설을 위해 매일 매일 조금씩 써 내려 간다. 소설 생각에 밥도 덜 하고 새벽에나 잠이 들고 온종일 거기에 매달리다 보니 성적 역시 뚝뚝 떨어졌다. 부모님은 시즈쿠를 불러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다. 시즈쿠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이걸 꼭 해내야 한다고만 대답한다.

 

그런 시즈쿠의 모습을 믿고 부모님을 허락해준다. 부모님의 허락에 더욱 박차를 다해 시즈쿠는 완성된 소설을 들고 '지구옥'에 다시 방문한다. 할아버지께 소설을 보여주지만 시즈쿠는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마음만으로는 모자란다는 것을.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세이지가 자신만을 두고 끝없이 앞서 나가고 있다고. 시즈쿠는 불안했다. 하지만 당당히 소설을 완성해낸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시즈쿠 안의 원석을 찾아낸 것이라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말에 시즈쿠는 불안을 잠재우고 다시 수험생으로 돌아간다. 시즈쿠는 이전보다 더욱 성장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기에 세이지만큼 아니 세이지보다 더욱 달려 나갈지도 모른다.

 

 

"시즈쿠와 세이지는 그 원석과도 같은 존재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돌."

 

 

 

방황하는 청춘



츠키시마 시즈쿠와 아마사와 세이지는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어떤 고등학교에 갈지. 다른 길을 걸어갈지. 우리와는 결이 다른 고민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같다.

 

어른들은 공부를 강요하지만 이대로 공부를 하는 게 맞는 걸까? 하고 싶지 않은걸 하는 게 정말 좋은 일일까?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하고 싶은 일은 있는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도 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세이지처럼 미래를 정한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고 질투 나기도 했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저 친구는 벌써 저만치 가버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결정한 친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거나 세이지처럼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을지 모른다. 이 미래를 정한다면 나는 버틸 수 있을지. 나는 과연 잘하고 있는지. 마냥 나처럼 시간을 보내는 친구를 여유롭다고 부러워했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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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미래에 다양한 고민을 한다. 모든 것이 두루뭉술했고 앞에 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 어른이 되기 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다양한 고민으로 똘똘 뭉친 청춘들은 때로는 슬프고 불안하고 초조할지라도 고민을 안고 성장해 미래로 달려간다. 고민 가득했던 청소년 시절은 치열했고 즐거웠다. 가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머릿속 가득한 고민들 때문에 예민하고 짜증스럽지만, 아직 어리기에 단순하고 천진난만했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그 고민들이 해결 되는 건 아니다. 청소년기가 지나 어른이 된 지금도 아직 나는 장래에 관해 결정하지 못했고 더 나아가 직장인이 되어도 이 직장에 계속 다닐지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어른이 된 내'가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으로 걱정들은 뒤로하고 마음 가는 대로 나아갔다. 골목을 모험하며 두근거리던 초등학생은 인생을 모험하는 청소년이 되었다. 가방 속에 꽉꽉 채운 고민을 식량 삼아 앞 모를 인생을 끝없이 헤쳐나갈 것이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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