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에 그림이 스며들다 -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도서]

미술을 보는 눈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느는 책
글 입력 2022.03.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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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즐길 줄 아는 교양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

 

미술관에서 진지하게 그림을 감상해보고 싶다는 생각.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하며 몇몇 미술 서적들을 읽었었다. 그 동기는 순수한 호기심이나 예술에 대한 진심보다는 허세나 지적욕망에 가까웠다. 요즘은 다들 멋들어진 전시회를 다니며 예술을 감상하는 시대니까, 나만 뒤떨어지는 것 같아서.

 

하지만 동기가 어땠든 전혀 몰랐던 분야의 역사를 알아가고, 유명한 거장들의 작품을 보는 것은 재미있었다. 작품에 숨겨진 이면이나, 작가의 삶을 살펴보며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 그림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아 나도 어디 가서 미술에 대한 기초상식이 없다는 게 티 나지는 않겠구나.’ 하는 안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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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이제껏 책 속에 실린 그림을 보며 순전히 ‘감상’하려고 한 적이 별로 없었다는 걸. 누구의 그림인지, 어느 시대 그림인지, 주제가 무엇인지, 정답이 있는 문제라도 마주친 것 마냥 굴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미술을 모르는 문외한이라는 틀에 신경 쓰다가, 정작 미술을 감상하고 느낀다는 본질적인 행위를 놓쳐버렸던 것 같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 속에서 작품을 즐기다


 

이걸 깨달을 수 있었던 건,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이 정말 편안하게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의 매 페이지는 공간의 2/3절을 차지하는 커다란 그림 하나와 짤막한 길이의 설명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작품이 여백과 함께 크게 자리하고 있으니 저절로 시선이 집중되고, 색감과 붓질, 이것저것 작은 세부묘사까지 뜯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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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밑에 자리한 설명은 아주 간략하게 그림에 관해 이야기한다. 화가의 깊은 인생 얘기나, 사회적 배경과 지식보다는 직관적이고 심플하게 그림을 소개해준다. 그림의 배경까지 이해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하루에 하나씩 부담 없이 미술을 향유하기에 내게는 딱 적절한 것 같았다.

 

그림 자체에 집중하다 보니, 마음에 드는 그림은 내가 나서서 추가 정보를 찾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알려주다


 

이 책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나의 미술 취향을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전시회나 미술 교양서를 볼 때는 보통 공통점이 있는 것들끼리 묶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빛을 강조한 화가의 전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전시,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서양미술사를 설명한 책처럼 말이다. 화풍별로 혹은 작가별로 나누어진 전시가 감상에는 효율적이지만, 그 집합 속에서 온전히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에서는 그게 가능했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랜덤박스처럼 시대, 장르, 작가를 불문하고 여러 작품이 뒤섞여서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365개나 실려있다 보니 내 마음에 드는 작품 여럿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계속해서 찬찬히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아, 나는 이런 느낌의 그림을 좋아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유명한 화가가 아니더라도, 주제가 대단한 뜻을 품고 있지 않아도 내 시선이 오래 머무는 그림들이 있었다. 완벽히 큐레이션 된 책이나 전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좀 더 넓은 범위 안에서 나의 취향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절로 그림 볼 줄 아는 시선을 키우다


 

앞서 언급했듯 지적 허영심으로 미술 서적 여럿을 봤던 나로서는 이 책을 읽는 게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 같았다. 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입체파 등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보니, 그림을 보면서 유추하게 되었다.

 

‘그림의 주제는 고전적인 것 같은데, 표현한 방식이 굉장히 평면적이네?’ 싶어서 설명글을 보면 화가가 일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다고 적혀져 있다. ‘그림이 너무 현실적이고 살결 하나하나가 눈에 보인다.’ 싶어 그려진 시기를 보면 고전적인 화풍이 대세를 이룰 적의 그림이다.

 

그러니까 내 또래 동년배가 공감할 표현을 하자면, 초등학교 시절의 교과서 사회과 부도 같달까. 미술을 전혀 모른 채로 봐도 편안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책이지만, 미술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알고 있는 지식을 접목하며 처음 보는 작품들을 향유하는 재미가 있다.

 

많은 양의 그림을 여러 개 관찰하다 보면 저절로 그림을 구분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림 볼 줄 아는 눈은 꼭 줄글로 된 역사서를 봐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많이 감상하면 그만큼 들어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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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부터 문과인으로 태어나 국어 사회만 파던 나에게 예술 영역은 ‘가까이하고 싶지만 먼 그대’쯤의 존재였다. 그래서 더 공부해야 하는 학문처럼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이 차분하게 내 조바심을 토닥여줬다.

 

하루에 딱 한 페이지,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 1분. 누구나 하루 1분 정도면 미술이 어려운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일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예술로서 숨 쉴 수 있음을 알려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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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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