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의 흥을 찍다 [영화]

'아이폰13으로 찍다' 광고 그 이상의 의미를 담다
글 입력 2022.03.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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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되지 않은 한바탕의 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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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8일 APPLE은 단편 영화 하나를 오픈했다. 바로 박찬욱 감독이 제작한 일장춘몽(一場春夢)이다.

 

박찬욱 감독과 유해진, 김옥빈, 박정민의 캐스팅에 힘입어 오픈과 동시에 화제가 되기 시작한 이 영화는 다름 아닌 아이폰13 프로로 찍은 것이다. 전문 장비로 영화를 찍은 것이 아닌 아이폰을 이용해 찍었기에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회수가 900만이 넘는 등 화제성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사실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을 이용해 영화를 찍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바로, 2011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단편 부분 황금곰상을 받았던 <파란만장>이다.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했던 전적이 있음에도 현재 화제성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중심에는 영화의 주제가 있다고 추측해 본다.

 

 


일장춘몽(一場春夢)



이야기의 스토리는 비교적 어렵지 않은 편이다. 21분의 단편 영화인만큼, 쉬운 스토리를 경쾌하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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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장의사(유해진)가 검객(박정민)의 묘를 파헤쳐 관을 훔치면서 시작한다. 관을 뜯어 집에 도착한 장의사를 따라온 건 파헤쳐진 묘의 주인, 검객이었다. 자신의 관을 훔친 장의사를 죽이려던 검객은 장의사가 관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게 된다. 바로 자신들의 마을을 지키려다가 죽은 흰담비(김옥빈)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했던 것. 검객은 그 이야기에 감동하지만, 자신의 관을 다시 가져가려고 하고, 그 사이 흰담비의 혼이 깨어나 관 하나를 두고 싸우게 된다.


이 영화의 장르는 언뜻 사극과 같아 보이지만, 일장춘몽 메이킹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뮤지컬. 자칫 의아할 수 있지만 쉬운 스토리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여기서 쓰인 음악은 판소리로, 스토리 전개에 속도감과 즐거움을 더한다.


스토리를 이끄는 노래가 판소리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한국의 전통을 담고 있다. 짧은 영화지만 음악부터 의상, 상황까지 한국인이라면 익숙하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또한, 누구든 쉽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즉, 영화의 주제인 한국적인 것, 한국 전통이 일장춘몽 화제성의 열쇠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한국의 흥을 찍다



일장춘몽의 배경은 바로 전란과 가뭄으로 힘들어진 과거의 어느 시대이다. 조선시대나 고려시대라고 특정하지 않더라도 전란과 빈곤은 한국인에게 있어서 낯선 것이 아니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을 뿐, 역사를 통해 충분히 많이 알아 온 사실이다. 또한,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인 특유의 정서가 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인 특유의 정서란 대표적으로 한(恨)과 흥(興)이다. 영화에는 각각 전란과 가뭄 그리고 사기꾼에 당해 힘겹게 살아가던 농민들의 한이 있고, 젊은 나이에 죽은 한이 있으며, 자신의 시체를 뉠 관조차 없는 한이 있다. 이런 한은 우리가 직접 겪어본 일이 아니더라도 한국인이 갖고 있는 한이라는 정서 그 자체로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흥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 또한 한국인이 갖고 있는 흥이라는 정서이다. 앞서 말했던 판소리는 한국적인 것을 가장 잘 나타냄과 동시에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다. 바로 흥이라는 정서를 가장 잘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판소리의 흥은 한이라는 정서와 어울려 더 빛을 발하게 된다. 판소리란 본디 해학과 풍자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란과 가뭄 그리고 사기꾼이 즐비한 세상에 모든 한을 경쾌한 장단을 이용하여 흥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와 구성은 매우 한국적이며, 한국인이라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정서를 이용했다. 결국 영화는 한국인의 흥을 찍음으로 사그라지지 않는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광고, 영화가 되다



앞서서 일장춘몽을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광고에 가깝다. 바로 영화를 촬영한 아이폰13 프로의 광고인 것이다. 영화를 광고의 측면으로 보자면 나타나는 영상은 온전히 아이폰13 프로의 홍보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폰13 프로가 내세우고 있는 강점은 바로 카메라 기능인 시네마틱 모드이다. 시네마틱 모드란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주변을 포커스 아웃 시켜 인물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또한, 초점을 잡는 것이 자동으로 이루어져 더욱 자연스러운 시점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다. 한 명의 피사체와 클로즈업이 많은 화면은 주변을 포커스 아웃 시킴으로써 그 기능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또한, 회상 장면의 경우 카메라가 옆으로 빠지며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또한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주는 기능을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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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광고를 피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광고 회피를 피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바로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s)이다. 광고를 광고가 아닌 하나의 재미있는 콘텐츠로 보여지게 해서 광고회피 현상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브랜디드 콘텐츠도 과도하게 많아지는 지점에 다다르게 됐다. 그저 콘텐츠로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것이어야 효과적인 광고집행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APPLE의 일장춘몽은 화제성으로 보아, 광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일장춘몽의 화제성이 한국의 전통이라고 추측해 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아무리 한국에서 하는 APPLE의 광고라도 이 기업은 엄연히 외국 회사가 아니던가. 또한, 이전에 APPLE은 감성적이고, 도시적인 광고에 집중하는 느낌이었다. 지금의 일장춘몽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화제성은 APPLE과 한국 전통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 일어나게 된 것일까?

 

 


과거와 현재, 전통과 트렌디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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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그리고 전통과 트렌디는 언뜻 반대말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조화로운 상황이다. 패션은 한복을 담은 신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음악은 아티스트의 색채에 한국의 전통을 담아 발매하고 있다. 일장춘몽에서 나오는 판소리 또한 팝과 판소리를 섞어 음악을 만드는 '이날치 밴드'가 부른다. 그리고 이런 트렌디한 한국 전통은 현재,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것 중 가장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마지막에 음악에 맞춰 지상의 사람들과 지하의 사람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교차하는데, 지하에 있는 사람 중 몇몇이 눈에 띈다. 바로, 많은 화제를 모았던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프라우드먼, 모니카이다. 가장 트렌디한 춤을 선보이고 있는 모니카의 참여는 한국 전통을 더욱 트렌디하게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APPLE은 한국의 전통에 자신들만의 트렌디를 더했다. 기존에 APPLE이 가지고 있던 도시적인 느낌을 주지 않더라도 영화 자체가 담고 있는 자신들의 혁신적임은 영상미와 촬영 기법을 통해 뚜렷하게 나타난다. 영화에 다양하게 쓰인 시네마틱 모드가 그렇고, 또 한 가지, 카메라가 담아내는 색채가 그렇다.

 

사실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쓰인 색들은 영상미를 보여주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밝은 원색들과 다양한 색감이 과감하게 보여지며 자신들의 혁신적 기능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이폰13 프로가 주요 카피로 내세우고 있는 '이게 바로 프로'라는 자신감과 일치하며, 시너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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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본래 가지고 있는 한국 전통에 대한 사랑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 광고는 참으로 시기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전통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유권 주장을 하며 나서는 이들에, 국민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 중이 아니던가. 마케팅적으로 옳은 전략을 선택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지금, 개인적으로 이러한 작품이 굉장히 반갑다. 광고나 영화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이런 식의 쓰임과 회자됨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면 예부터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서인 한과 흥을 담아낸 영화이자 광고. 일장춘몽은 광고에서 벗어나 그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다. 계속해서 한국 정통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지금, 일장춘몽은 모든 사람에게 그에 관한 영감과 관심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예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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