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GOOD MORNING [문화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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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MORNING
당신에게 ‘잠’은 무엇인가?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인가? 아님, 좀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인가?
우리 인간의 평균 수명을 80년으로 봤을 때, 우리는 약 25년 이상을 잠으로 보낸다고 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잠’은 그저 시간 낭비, 과장해서는 죽은 시간이라 여겨진다. 물론,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없을 것이다. 왜냐면 잠을 자는 행위인 ‘수면’이 우리 인간에게 꼭 필요한 생물학적 행위임은 과학적으로 많이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우린 스스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보다는 잠을 줄여야겠다고 마음먹고, 하루 24시간 중 1/3만큼의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것에 아까워한다. 그럴 때면 잠이 필요 없는 몸을, 잠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게 된다.
잠이 없는 세상?!
만약 우리 몸이 잠을 자지 않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어떨까?
그럼 늦게 일어나 출근, 등교, 약속 시각에 늦을 걱정은 사라질 것이다. 불면증 환자들도 밤마다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며, 너도나도 자기 전 쓸데없는 망상에 빠지거나, 각종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꿈을 믿고 어리석게 복권을 사러 갈 필요도 없고, 잠옷도 필요 없어질 것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도, 장자의 호접몽도 그런 세상에는 아예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과거에도 잠은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외부 침입에 맞서는 데도 방해가 되었다. 이렇게 잠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인가 동시에 약육강식 시대에서의 생존, 그리고 지금과 같은 바쁜 현대 사회에서의 또 다른 생존에 딜레마를 안겨준다.
BEAUTIFUL NOISE - SLEEP EXHIBITION
최근, 그런 잠이 없는 세상을 그린 단편영화 형식의 뮤직비디오 하나가 공개됐다. 제목은 'SLEEP EXHIBITION' 즉 ‘수면 전시회’로, 배경은 2110년 서울이다. 88년 뒤 세상은 ‘잠’이라는 행위가 사라졌고, 그런 세상에서의 ‘잠’은 마치 마약같이 비밀 사교 클럽을 통해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뮤직비디오는 2개의 챕터로, ‘잠 전시회’에서의 이야기와 ‘비밀 잠 클럽’에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사람들이 큐레이터를 따라다니며 잠 전시회를 참관하고 있다. 큐레이터는 잠이 인류의 발전을 더디게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의학과 과학의 도움으로 이제는 더는 잠을 자지 않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잠을 자는 행위, 하품 행위 전시를 설명하며 그녀는 절대 이것을 따라 해선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주인공인 취재기자는 전시회에서 비밀 잠 클럽의 주소가 적힌 종이를 줍게 되고, 그곳에서 그는 마약과 같이 금지된 행위면서 중독적인 ‘잠’에 들고 만다.
이 뮤직비디오는 지난 3월 5일, 마미손이 설립한 뷰티풀노이즈라는 힙합 레이블에서 낸 단체 작업물이다. 뷰티풀노이즈는 Zior Park, Sion Jung, Wonstein, Kim Seungmin, Chanju, Mommyson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 중간중간 장면이 바뀔 때마다 소속 아티스트들이 하나둘 나와 영화 스토리에 맞는 음악과 연기를 선보인다.
하입비스티 인터뷰에서
HB : ‘잠’이라는 행위가 사라진 세상을 테마로 설정한 것이 재미있는데,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나요?
지올팍 : 누구나 ‘잠이 없으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신은 인간에게 잠이라는 기능을 넣어 본인과 가까워지지 않게 하려는 건가?’ 하는 엉뚱한 생각들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때 마침 마미손 형이 잠에 관한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들자고 했고, 그때 적어놨던 아이디어들을 풀어냈죠. 틸다 스윈튼이 ‘MoMA‘에서 유리관 안에 들어가 잠을 잤던 행위예술이 생각났고, 그걸 오마주했습니다.
HB :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사교클럽 ‘에시온’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요?
마미손 : ‘에시온’은 잠이라는 행위가 사라진 세상에 존재하는 비밀 사교클럽입니다. 이곳에서는 은밀하게 ‘수면’ 행위가 이뤄지는데, 왜 갑자기 수면이란 행위가 사라졌는지, 그러한 세상에서 잠이 들었을 때 꿈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어요. 또 수면에 들기 위해서는 인공적인 과정들이 필요한데, 이곳 회원들이 삼키는 의문의 알약이 잠에 들게 해주죠.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사교클럽 ‘에시온’의 슬로건인 “The sun rises, sleep tight”은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며 밤낮이 바뀌어버린 언더독 아티스트들, 허슬러들을 위한 슬로건이에요. 이번 영상은 사실 곧 나올 마미손의 NFT PFP 프로젝트의 세계관을 살짝 보여주는데, 1만 명의 멤버십으로 시작할 에시온 사교클럽에서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재미있는 일들을 벌일 계획입니다. 여기서 아티스트란 현실 세계에서의 직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우린 누구나 아티스트죠. 에시온은 클럽에 속한 모든 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아트적 시도를 하길 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잠을 안 잔 사람
이런 궁금증도 생길 수 있다. ‘잠을 안 자면 어떻게 될까?’ ‘얼마큼 깨어있을 수 있을까?’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잠을 안 잔 기네스북 기록이 있다. 1964년 랜디 가드너라는 17세 미국 고등학생이 학교의 과학실습 프로젝트를 위해 잠을 자지않는 실험에 도전했다. 그는 월리엄 데먼트라는 과학자와 친구 두 명의 도움을 받아 264.4시간, 자그마치 11일 동안 깨어있었다.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랜디의 신체와 정신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도 면밀하게 관찰한 결과, 실험 4일째 되는 날, 그는 자신이 프로풋볼 선수라고 착각했고, 5일째 되는 날에는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자신을 잡으러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정신분열증세로 시작해, 편집증과 피해망상에 시달린 그는, 실험 6일째부터는 운동 기능을 잃었으며,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의사는 가드너가 자신이 알지 못한 사이, 뇌가 극히 짧은 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마이크로 슬립’을 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실험 후반으로 가서는 랜디는 두 눈을 뜨기조차 힘들었으며, 끝내 14시간 40분 내리 잠을 잤다고 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43년 후인 2007년, 영국의 정원사 토니 라이트가 랜디보다 2시간이 많은 266시간으로 그 기록을 깼다. 그는 차를 마시고 수영을 하면서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냈는데, 안타깝게도 그 기록은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했다. 왜일까? 기네스 협회에서는 잠을 오래 자지 않는 부문을 건강을 심각하게 해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미 그전에 폐지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하는데, 더 웃픈 일은 폐지한 후에 한 핀란드 사람이 277시간을 기록해 (비공식적으로) 사실상 최고기록은 277시간이었다.
그럼 또 반대로 잠을 많이 잔 사람도 궁금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기네스북 기록은 없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자신 있지는 않은가? 유한킴벌리에서는 2016년부터 매년 ‘우푸푸 숲속 꿀잠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숲의 가치뿐만 아니라 학업과 업무 등으로 항상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의 현대인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가져 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고 한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 19로 인해 랜선으로 진행 중이다.
팬데믹 상황 전까지는 삼십 분마다 참가자의 심장 박동 수를 체크해 가장 안정적인 사람을 우승자로 뽑았다면, 랜선 대회에서는 가장 편안하거나, 독특하거나, 귀엽게 잠을 자는 모습을 SNS에 올린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그래서 랜선 대회는 반려동물도 참가할 수 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병
실제로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깊은 잠에 빠지는 희귀병도 존재한다고 한다. 정확한 질병 이름은 클라인 레빈 증후군(Kleine-Levin syndrome, 이하 KLS)로, 최대 2달간 잠이 들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치명적인 병이다.
KLS Foundation에 따르면 클라인 레빈 증후군은 청소년기 질병으로, 대략 10년간 이어진다고 한다. 환자들이 잠들어 있는 기간을 학계나 환자들 사이에서는 에피소드라고 부르는데, 그런 잠자는 ‘에피소드’는 환자들에게 예고 없이 찾아온다고 한다.
세계적인 희귀병 시민단체 Global Genes는 이 수면 에피소드가 1년에 2번에서 최대 12번까지 찾아올 수 있다고 했고, 증후군 발병 초기에는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 증세가 나타나며, 하나의 주기적인 에피소드가 끝난 환자들은 잠들었던 기억 없이 다음날이라고 생각하고 깨어난다고 한다.
잠 은행 - 이말년
앞서 소개한 ‘잠 전시회’ 뮤비를 보며 떠오른 만화 하나가 있는데, 제목은 ‘잠 은행’으로, 2019년에 영화화되기도 했던 만화 [이말년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이다.
‘잠 전시회’는 밤낮 구분 없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들이 결국 미래엔 잠이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풍자하고 있다면, ‘잠 은행’은 잠 없이 일하는 현대인들의 어리석음과 그것을 강요하는 사회, 그리고 좀 더 현실적인 미래를 그려 풍자하고 있다.
만화 속 주인공은 조금이라도 덜 자고 남과 경쟁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잠을 자지 않고 미친 듯이 일을 한다. 중간중간 잠이 들 때마다 그는, 얼른 잠에서 깨고자 결국 잠 은행에서 잠을 대출하게 되는데, 잠 은행은 말 그대로 잠을 자지 않아도 되게끔 잠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은 계속해서 잠의 부채를 더하며 드디어 승진을 하게 됐지만, 그는 이자까지 해서 죽을 때까지 자야만 빚진 잠을 다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그는, 뭐가 그렇게 자신에게 중요하고 행복한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더 높은 이자율로 잠을 대출하고만다. 이러한 스토리는 만화 상 코믹하면서 동시에 독자들에게 씁쓸함을 준다.
바쁜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잘 표현한 만화 ‘잠 은행’. 예전에 잠을 못 자면 그만큼 밀린 잠을 보충해야 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잠을 빚진다는 표현은 실제로 세계 수면 의학 권위자인 윌리엄 디멘트가 쓴 <수면의 약속>이라는 책에서도 나온다. 그는 제대로 자지 못한 잠은 빚으로 쌓여 뇌가 정확히 기억한다고 말하며 잠과 빚의 개념을 설명했다.
그런데 잠 은행과 유사하게, 현재 잠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수면 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시간이 유한한 현대인들을 위해 결국 짧은 시간 잠을 자더라도 완벽한 수면을 돕는 아이템들이 현재에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GOOD NIGHT
한국은 OECD 국가 중 수면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평균 수면 시각은 중학생 6~7시간, 고등학생 5시간대밖에 되지 않는다 한다.
잠이 부족할 때의 부작용, 수면의 순기능들은 책과 인터넷에 너무나도 잘 나와 있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상 그런 정보성 글이 아니므로 언급하진 않겠지만, 수면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정말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바는, 빠르게 돌아가는 세계적 흐름, 극도로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 할 수 있지만, 당신이 그렇게 밤낮없이 일을 하면 당신은 과연 행복한가?
그동안 자신을 혹독하게 굴렸다면 오늘 하루 정도는 푹 자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밀린 잠을 채우기 위해 죽을 때까지 자야할지도 모른다! 그럼 그게 다 헛수고가 되어버릴테니.. 현명하게 행동하라! 우리는 아직 잠이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김소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잠의 중요성을 또 한번 생각하게 되었어요~! 자는 시간은 아까워하지 않겠습니다~~ 오늘도 푹 자야지!
자려고 누울때가 세상 행복한데~~~
꿀잠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