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랑하게만 해주세요 [공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글 입력 2022.03.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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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공연이 서울에서 앙코르 공연 중이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바탕으로 하는 뮤지컬로, 원작 소설과 기본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대체로 같다.

 

치명적인 매력의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두고 성직자 ‘프롤로’와 청년 종지기 ‘콰지모도’가 저마다 애절하게 그녀를 바라는 내용을 다룬다. 소설을 읽었을 때 와닿지 않았던 부분과 상상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뮤지컬의 연출로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었다.

  

 

 

주요 등장인물과 감상 포인트


 

콰지모도 - ‘추악한 모습’의 꼽추이지만, 그 누구보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인물이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그의 절절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적인 제약에 절규하는 콰지모도의 독백 장면이 감상 포인트였다. 안젤로 델 베키오 배우의 깊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더해져 보는 이의 마음도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에스메랄다 - 자유로운 영혼의 아름다운 집시 여인이다. 치명적인 매력 때문에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 세 남자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초록색의 옷자락과 함께 하늘하늘 움직이는 배우의 춤 선과 아름답고 우아한 목소리가 감상 포인트였다. 유연하고 부드럽게, 마치 나비처럼 움직이는 배우의 몸짓은 관객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다.

 

프롤로 -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 즉 성직자이지만, 에스메랄다를 보고 사랑에 빠져 자신의 신념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져버린 프롤로의 에스메랄다를 향한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이 감상 포인트였다.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사랑하기에 증오할 수밖에 없는 프롤로의 감정이 너무도 절절하게 다가온다. 사랑과 증오는 한 끗 차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의 감정 표현과 극적 연출이 인상적이다.

 

페뷔스 - 파리의 근위대장으로, 자신의 약혼자 플뢰르 드 리스와 에스메랄다 사이에서 갈등한다. 페뷔스의 내적 갈등을 담은 넘버, ‘괴로워 (Déchiré)’를 부르는 장면은 이 뮤지컬을 통틀어 가장 조명 연출이 돋보인 장면이다. 사랑하는 두 여인 사이에서 너무나도 괴롭게 고뇌하는 페뷔스의 내면을 나타내는 격정적인 현대무용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준 조명 연출의 합이 가히 최고였다. 이 한 장면만을 위해서라도 재관람 의향이 충분히 생긴다.

 

클로팽 - 파리의 떠돌이이자, 집시들의 지도자. 에스메랄다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인물로, 극 중 누구보다 추진력과 리더십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클로팽과 그를 따르는 집시들은 계속해서 ‘안식처’를 찾는다. 15세기 말, 프랑스 혼돈의 시대 속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찾는 클로팽과 집시들의 외침을 담은 뮤지컬 넘버, ‘대성당들의 시대 (le temps des cathédrales)’는 극 전체를 아우르는 넘버로, 극이 고조될수록 더해지는 앙상블의 목소리를 따라 심장의 두근거림도 거세진다. 마치 저 자리에서 집시들과 함께 ‘안식처’를 외치고 있는 것 같은 전율이 턱 끝까지 흐른다.

 

그랭구와르 - 파리의 음유 시인이자 전체 이야기를 해설해주는 인물이다. 본격적으로 극이 시작하기 전, 그랭구와르 역의 배우가 극의 배경을 해설하는데, 이때 귀 기울여야 한다. 기본적인 인물 관계와 15세기 말 프랑스의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파악하면 극에 몰입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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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때에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사랑하게만 해주세요


 

자유롭고 아름다운 영혼,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세 남자는 각기 다른 이유로 에스메랄다와의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다. 콰지모도는 그의 신체적 제약과 외형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못한다.

 

프롤로는 종교적 이유로 그녀를 사랑하기보다 차라리 증오함으로써 사랑하려는 마음의 싹을 자르려고 한다. 페뷔스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느라 에스메랄다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다. 결국 에스메랄다가 죽고, 세 남자 중 아무도 자신의 사랑을 맺지 못한 채 극은 끝이 난다.

 

‘그저 온전히 사랑하게만 해주세요.’라고 극이 진행되는 내내 생각했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방향의 사랑이 모두 미완결로 끝나기 때문에, 한 방향의 사랑이라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고대하며 보는 관객이라면 약간의 허무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서사가 지극히 현실적이고 아린 것 아닐까. 한 여인을 향한 안타까운, 집착의, 욕망의 사랑이 서로 얽히고 섥히며 혼돈의 15세기 프랑스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듯하다.

 

가히 프랑스 3대 뮤지컬 중 하나였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배우들의 외침이 가슴을 울리고, 온 몸에는 전율이 흐른다. 무대 연출은 놀라웠고,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 없었다. 진한 여운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앙코르 공연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2022년 3월 18일까지 이어진다.

 

 

[김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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