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연과 철학을 담은 영화, Nomadland [영화]

글 입력 2022.03.11 09: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자연과 철학을 담은 영화, Nomadland


 

[한 줄 평: 영화의 1초라도 놓칠까 봐 되감기를 반복해서, 상영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보았다.]

 

이 영화는 “노매드랜드"로 접하기보다는 “Nomadland”로 접했을 때, 제목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배경적인 지식이나 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더 찾아보니 총 5개의 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수상 받은 영화임을 모른 채 영화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훌륭했다.

 


영어 포스터.jpg드라마 포스터.jpg

 

 

이 영화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했고, 다시 보고 싶게 만들었고, 장면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 10초 전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영화는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Fern의 모습을 핸드헬드로 찍으며, 사실주의 영화 형식의 연출을 차용한 모습을 지켜보며 실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이 영화는 실제 내용을 바탕으로 했고, 실제감을 높이기 위해 비전문 배우들도 출연하여 영화의 사실성을 높였다.

 

 

Artboard 5.jpg

 

 

주제는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 “집"이라는 개념 2) nomad(유목민)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3) 이 세상을 먼저떠난 사람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크게 이 세 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Fern이 집 없이 차 안에서 지내자, 동네 주민들은 그녀를 걱정하며 그녀에게 자기네들과 같이 살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Fern은정중하게 그들의 호의를 거절한다. 그녀의 학생이었던 소녀가 Fern에게 집이 없냐고 물어보자, Fern은 그녀가 “houseless”이지“homeless”이지 않다고 얘기한다.

 

영화는 과연 반드시 “집”이 있어야만 “마음의 안식처”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질문은 우리는 종종 받는다. 사실 “집”은 물질적인 실체일 뿐이다. 우리가 “집”을 결국 마련하고자 하는 것은 추상적인 “마음의 안식처”를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니까 Fern은 물질적인 실체인 “집”이 없는 것이지, “마음의 안식처”가 없는 것은 아니다.

 


Artboard 3.jpg

 

 

영화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어쩌다가 그녀처럼 이렇게 유목 생활을 하게 되었는가?

 

집이라는 고정된 장소가 주는 안정감과 지속성을 버리고, 밴에서의 생활은 상상만으로도 불편하다. 모두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유목 생활을 하게 된 사람도 있지만, 외부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유목 생활을 하게 된 사람도 있다. 이는 nomad 생활을 하게 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RTR은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 그들은 그들이 가진 사연을 공유하고, 필요 없는 물건들 주고받으며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서로의 사연을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밖에서 친구들 옆에서 봐서 차마 울지는 않았지만 혼자 있었다면 울었을 것이다)

 

소중한 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최근에 내가 겪은 상황과 비슷해서 더욱감정 이입이 되었다. 특히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인물들의 사연들은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Artboard 2.jpg

 


작년에 할아버지를 여의고, 올해 할머니마저 위독해지자, 할아버지 할머니 또래 사람들의 모습이나 이야기만 들어도 울컥한다. 등장인물들의 모습이나 대사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배우들이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대부분 비전문 배우들이었다. 그들은 진짜로 그런 생활들을 하고 있었고 그런 사연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모임을 처음 창시한 밥은 자신의 아들을 잃어버렸다. 그는 자살한 아들을 잊지 못해 힘든 시간을 겪게 되었고, 그의 아들을 위해다른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 모임을 주도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언젠가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See you down the road” 지금 헤어지지만 각자 자신의 여행을 떠나다가 그들은 언젠가 정말 서로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한다.

 

이 대사가 이렇게 와닿을 줄 몰랐다. 이 대사는 나중에 다시 만나자의 의미도 있고,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고 지낼 것이다'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Artboard 4.jpg

 

 

영화는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지 않았지만, 나는 많은 것을 느꼈다. 유목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저마다의 사연에 가슴이 미어졌다. 그리고 Fern을 보면서 아메리칸 드림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 감동했다. 목적지는 없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여행을 하며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아간다.

 

자연과 가까이 하는 삶. 내가 꼽는 이 영화의 명장면들이다. Fern은 편안한 차림(흰 색 원피스와 같은)으로 주변 자연 경관을 만끽하는데, 이때 현장음 소리와 함께 피아노, 바이올린의 연주가 크게 들린다. 자연의 원색적인 색감과 이에 어울리는 음악은 가슴을 웅장하게 만든다.

 

 

Artboard 1.jpg


 

마지막으로 영화에 나오는 셰익스피어의 소넷 18번에 대하여 얘기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Fern은 여행을 다니다가 다시 어떤 청년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에게 그녀의 결혼식에 낭송한 시구를 읊는다.

 

"내 그대를 한여름 날에 비할 수 있을까?

그대는 여름보다 더 아름답고 부드러워라.

거친 바람 이월의 고운 꽃봉오리를 흔들고

여름의 빌려온 기간은 너무 짧아라.

때로 태양은 너무 뜨겁게 내리쬐고

그의 금빛 얼굴은 흐려지기도 하여라.

어떤 아름다운 것도 언젠가는 그 아름다움이 쇠퇴하고

우연이나 자연의 변화로 고운 치장을 빼앗긴다.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은 퇴색하지 않고

그대가 지닌 미는 잃어지지 않으리라.

죽음도 자랑스레 그대를 그늘의 지하세계로 끌어들여 방황하게 하지 못하리.

불멸의 시구 형태로 시간 속에서 자라게 되나니.

인간이 살아 숨을 쉬고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한

이 시는 살게 되어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라."

 

이 시구는 남자를 여름에 비유하는 동시에, 그가 영원하기를 염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가 영원할 수 없음을. 하지만 그를 기억하며 시에 남김으로써 그가 영원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이나 사람, 물건이 있다. 그것이 영원할 수 없음을 알지만, 그것을 내 마음에 영원히 품으며 영원해질 수 있기를바란다.

 

영화 사색과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안현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