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악 없이는 못 살아 [영화]

리드미컬한 뮤직 범죄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글 입력 2022.03.0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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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드라이버. 단어 조합이 독특하다. 아기 운전수라니. '베이비'가 어떻게 운전을 할지 호기심에 생겨 나도 모르게 클릭해버렸다. 신선한 주인공 설정과 음악 액션씬으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베이비 드라이버' 영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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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베이비의 범죄 생활



활동명 ‘베이비’는 큰돈을 훔치는 전문 범죄팀에서 경찰을 따돌리는 탑 급 운전수를 담당하고 있다. 어렸을 적 범죄계의 대부인 닥터의 차를 훔치다가 들켜 큰 빚을 지게 되었다. 빚을 갚기 위해 닥터 밑에서 범죄 일에 가담하는 중이다.

 

그런 베이비에게 행복한 상상이 시작된다. 식당에서 만난 ‘데보라’에게 첫눈에 반한 후 범죄에서 손을 털고 둘이서 드라이브 여행을 다닐 것을 꿈꾼다. 그러나 빚을 다 갚고 나서도 팀의 닥터는 엄청난 운전수 베이비를 협박하며 놓아주지 않는다. 닥터의 팀원들까지 베이비와 갈등이 겪으며 데보라와의 꿈은 멀어져 간다. 베이비의 위험한 운전 생활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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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범죄 세계에서 그는 'BABY'일 뿐


 

베이비가 음악을 달고 살게 된 이유는 청각적 결핍 때문이다. 그는 어릴 적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귀의 울림을 얻었다. 후천적으로 생긴 이명은 아무런 청각적 자극이 없을 때도 지속해서 소리가 들린다고 느껴지는 청각적 질환이다. 때문에 베이비는 하루 종일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는다.

 

베이비는 범죄 세계에서 주체성을 상실했다. 닥터가 일을 시키는 대로 일에 참여하고 운전을 할 뿐이다. 빚을 다 갚은 후에는 범죄 거부 의사를 밝히지만, 닥터의 협박 때문에 원치 않는 일에 계속 가담하게 된다. 대신, 박사가 강도들에게 전략을 공유할 때 이어폰을 꼽고 박자를 타며 듣는다. 작전 중에 팀원들이 말을 걸어도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다. 이런 베이비의 태도에 팀원들은 "쟤 이름이 'Baby'인 이유는 아직 말을 못 해서야"라며 베이비를 아니꼽게 보며 베이비의 존재에 의문을 품는다.

 

사실 베이비가 가진 이명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베이비가 팀원들과 말을 섞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범죄자 기질'이 없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이비는 작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차를 훔치지만 차 주인의 가방을 돌려주며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자신에게 방해되는 사람이라면 다 죽이고 보는 강도 팀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렇듯 자신과는 결이 다른 범죄 집단과 얽매이지 않고 싶다는 욕망은 입과 귀를 닫아버리는 사회성 결핍으로 이어진다. 범죄 세계의 언어를 듣지 않고, 어떠한 질문에도 답하지 않는 태도는 '갓난아이'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Music is my life



베이비에게 음악은 곧 삶이다. 이는 중의적 의미를 지닌다. 베이비는 연신 이어폰을 끼고 노래에 맞춰 리듬 타기 바쁘다. 범죄 설계를 들을 때에도, 운전을 할 때에도 절대 이어폰을 빼지 않는다. 이렇게 음악을 계속 듣는 이유는 위에서도 살짝 언급한 것처럼, 어렸을 때 사고로 인해 생긴 귀의 울림을 덮기 위해서이다.

 

쉼 없이 노래를 듣다 보니 음악은 곧 그의 삶이 되어버렸다. 하루 종일 듣는 음악의 리듬감이 몸을 지배한다. 문을 열 때도, 길을 걸어갈 때에도 일상의 모든 행동은 리듬에 딱딱 맞춰 돌아간다.

 

한편 베이비는 범죄 상황에 걸맞은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꼭 챙긴다. 심지어 상황에 맞는 노래가 없으면 운전을 못 하는 강박증까지 갖게 될 정도이다. 경찰에게 쫓기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본인이 원하는 노래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라디오 채널을 돌린다. 음악이 그를 움직이게 만든다.

 

 

 

베이비의 플레이리스트



우리는 각자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공부할 때 듣는 음악, 포근한 주말 아침에 듣는 음악 등 유튜브에는 다양한 상황에 알맞은 플레이리스트가 넘쳐난다. 베이비도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지니고 있다. 떼껄룩(플레이리스트 유튜버) 급의 음악 선곡 실력을 가진 베이비, 그의 플레이리스트 몇 개를 들으며 영화를 살짝 맛봐보자.

 

 

Bellbottoms - The jon Spencer Blues explosion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오프닝 씬이다. 아이팟으로 노래를 틀자, 흘러나오는 ‘Bellbottoms’와 함께 범죄가 시작된다. 박자에 맞춰 팀원들이 내리고 무기를 챙긴다. 일렉기타 소리에 맞춰 와이퍼를 까딱까딱 틀기도 한다.

 

음악의 분위기가 바뀌자, 경보음이 울리고 시동을 건다. 타이밍 맞춰 은행털이를 마치고 온 팀원들과 함께 시내를 질주한다. 속도감 있는 로큰롤 리듬이 쏟아지며 새빨간 자동차는 경찰들을 따돌리며 시내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베이비가 듣는 음악이자 영화의 배경음악에 인물들의 행동이 딱딱 들어맞는 리드미컬함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힙한 오프닝 씬을 보다 보면 당신도 모르게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고 있을 것이다.

 

 

Harlem Shuffle - bob & earl

 

 

 

오프닝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씬이다. 베이비는 음악을 언어 삼아 세상을 보고, 듣고, 느낀다. 커피를 사러 가는 길에서도 노래에 심취해 어깨를 들썩인다.

 

가사에서 ‘오른쪽’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휙 돌고, 벽화에 있는 자세와 똑같이 자세도 취해본다. 종종 가사가 쓰여있는 나무와 벽이 등장하기도 한다. 장면에 음악을 가미한 것이 아니라, 음악에 장면을 맞춘 듯한 연출이 독특하게 느껴진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음악과 액션을 겸비한 좋아한다면 어깨를 들썩이며 보기 좋은 영화이다. 음악으로 가득한 베이비의 세상으로 들어가 보자. 영화를 보고 난 후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다시 한번 영화 속 리듬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때로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따라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느껴보자.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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