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찰나의 우연일지라도 - 빛이 매혹이 될 때 [도서]

글 입력 2022.03.0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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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천문학자인 칼 레이건의 자신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로 “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에도 나에게는 커다란 기쁨이었다.”라고 말했다. 우주적 관점에서 우리가 누군가와 인연을 이어나가는 시간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순간이 기적이기에 소중하다는 것이다.

 

나 또한 “찰나의 순간”이라는 표현을 아주 좋아한다. ‘찰나’는 불교에서 나온 단어로 시간의 최소 단위를 뜻한다. 불교에서는 하나의 모든 사물이 생기고 사라지면서 찰나의 순간이 모여 무한의 시간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시간과 일상은 짧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우연과 선택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 확률을 계산하다 보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속담을 넘어서 사실이 된다. 우리는 수많은 찰나의 순간 속에서 살아간다.

 

찰나의 순간에서도 ‘빛’은 항상 존재한다. 우린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눈으로 빛을 쫓는다. 이를 기록하기 위해 우리는 사물을 바라보고, 빛을 기록하고, 연구하고, 혹은 빛을 통해 그림을 그린다.

 

빛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면서 세상을 확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모든 빛을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무수한 연구가 있었음에도 우리가 추적할 수 있는 빛은 그중에서도 일부일 뿐이다. 끝이 없는, 빛이라는 미지에 우리는 매혹되어 이를 탐구한다.

 

 

 

미술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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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카메라도 우리의 눈만큼 볼 수 없다. 성능 좋은 카메라로 무언가를 찍어도 정작 내가 목격한 현실보다 생생해 보이지 않는다. 직접 마주한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화질이 좋은 카메라를 찾는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 눈이 우리를 속이기도 한다. <빛이 매혹이 될 때>에서는 그 예를 ‘착시’로 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역시 일리가 있는 말이다. <빛의 매혹될 때>의 저자는 ‘본다’는 행위에서 두뇌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우리는 무엇인가가 하려고 할 때, 이전에 쌓은 경험으로 인해 익숙한 것에 더 끌린다. 그 때문에 우리 뇌에서는 기존의 알고 있던 정보로 답을 내려 하며 그 지점에서 간혹 착시가 발생한다.

 

미술가들 역시 ‘본다’를 단순히 과학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그들은 빛의 탐구를 통해 예술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빛을 통해 색을 보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색은 단순히 보이는 것을 옮기는 의미에서 거치지 않는다. 자신이 눈에 담고 있는 것을 붓으로 옮길 때, 눈을 의지하면서도 자신의 경험, 생각, 혹은 다른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것까지 포착한다. 그 예로, 괴테는 색이 언어처럼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으며 여러 작품에도 색을 통해 작품의 주제, 혹은 감정을 대신 보여주기도 한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시각을 재현하기 위한 작품을 그렸어도, 점차 과학을 넘어 자신만의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의 시선은 과학만큼이나 세밀하다.

 

 

 

진리는 나의 빛


 

 

“상상력은 종종 과거에 없던 세상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하지만 상상력 없이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 칼 세이건

 

 

빛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이는 절대적인 사실이다. 인간은 꾸준히 빛에 관해 연구했다. 빛은 우주와 생명의 시작으로, 빛을 연구한다는 건 우리 존재를 향한 연구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빛의 프리즘을 통해 빛이 일곱 가지 색이 있다고 믿었지만, 결국 이는 무수한 빛 중에 일부였을 뿐이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빛을 파헤치고 있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에 함께 보폭을 맞출 수 있는 날이 올지 확신할 수 없다.

 

 

“과학이 세상의 이치와 진리를 탐구하는 영역이라면 미술은 그 진리를 향하는 방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표현하는 영역이다.”

 

 

미술과 과학은 빛이라는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무수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다.

 

뛰어난 미술 작품의 배경에는 과학이 존재한다. 미술가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과학기술을 사용하거나 영감을 얻는다. 빛으로 여러 관점에서 시간과 공간을 해체하기도 하고, 이를 사용하여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빛이 매혹이 될 때>에서는 그 대표적인 예로 피카소, 뒤샹, 달리를 소개했다.

 

우리는 여전히 빛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미지에서 나오는 무수한 상상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과학과 예술의 탄생은 오히려 우리를 즐겁게 한다.

 

만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어도 그 탐구 속에서 즐거움이 탄생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끝을 모르는 빛을 쫓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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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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