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사진전》_수평과 수직과 초점 없는 울림

글 입력 2022.02.2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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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2월 25일부터 2021년 3월 21일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퓰리처상 사진전 앵콜전시》가 열렸다. 이번 2022년도에는 부산 문화회관에서 《2022 퓰리처상 사진전 부산전시》가 5월 15일까지 열린다. 매년 꾸준히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그만큼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이 주는 힘이 크기 때문이리라 짐작한다. 이 글은 《퓰리처상 사진전 앵콜전시》에 다녀온 후 크게 감응한 기록이다. 1910년부터 2020년까지 퓰리처상 수상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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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절망적 반복

 

현재와 과거의 사진은 놀랍도록 비슷한 감정을 담고 있다. 절망하며 울부짓는 사람들, 마을에 가득 찬 화염에 옷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달려 나오는 아이와 여인, 파괴된 거리를 보는 노인의 허탈함과 공허함에 가득 찬 텅 빈 눈빛이 1910년부터 2020년까지 반복되었다. 누군가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동안 지구 저 편에 일어나는 총성과 파괴가 현실로 다가왔다. 애써 모른척 하던 현실이, 멀게만 느껴지던 과거가 눈 앞에 다가왔다. 절망적인 과거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여전한 희로애락

 

그럼에도 인류에게 보편적인 감정, 희로애락은 여전하다. 마약상이 거리를 차지한 동네의 학생들도 다른 동네의 학생들처럼 여전히 천진난만하게 귀여운 일탈을 계획한다. 피부색 구분 없이 사람 대 사람으로 극적인 악수를 한다. 시위하는 학생에게 과도한 무력을 가해 친구가 사망하자, 그를 끌어안고 허공에 포효한다. 전쟁통에서 삼촌을 잃었다는 소식에 큰 눈망울에서 눈물을 떨군다. 대회에서 승리해서 하늘을 찌르듯 환호하고, 전쟁 포로로 잡혀들어갔던 남편이자 아버지를 6년만에 재회해서 두 발을 모두 공중에 띄우며 환호한다. 그들의 표정과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수평과 수직과 초점이 없는 울림

 

보기 좋은 사진의 기본은 수평과 수직을 맞추고, 찍고자 하는 대상에 초점을 맞추어 찰나를 담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전시된 사진의 대부분은 수평과 수직은 고사하고, 흔들리거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흑백 사진이다. 찍고자 하는 하나의 대상에 집중한 사진이 아니다. 그저 진실을 기록하고 현장을 세상에 퍼나른다. 공들여 수평과 수직을 맞출 새 없이 포착된 순간은 당시의 현장감과 찰나의 감정 그대로를 여과 없이 전달했다. 오직 사진에 담긴 인물의 드라마와 명암으로 드러난 감정으로 울림을 준다. 사진에 미처 담기지 못한 그들의 드라마를 내 나름대로 그려보며, 마치 사진 속에 함께 있는 것처럼 그들을 마음으로 껴안았다.

 

 

사진 작가와 프레임

 

독수리를 등지고 굶주려 주저앉은 소녀를 찍은 사진 작가, 케빈카터는 스스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독수리가 소녀를 지켜보는데 사진이나 찍고 있었다'라는 이유로 대중의 핍박을 받았다.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담고, 우리는 프레임 밖을 보지 못한다. 사진의 빛과 그림자는 모두 프레임이라는 한계로부터 온다. 사진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 프레임과,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관계는 역설적이다. 프레임 밖의 순간은 오직 사진 작가만이 알고 있으나, 우리는 프레임 밖을 상상하고 단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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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의 기록을 둘러보는 데에는 만만치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중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쉬어가면서, 2시간 30분 정도 여유 있게 모든 사진을 눈에 담았다.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낸 사각 프레임 안에서 환호와 절규를 들을 수 있었고, 현실성 없었던 세상 저 편의 이야기를 생생히 목도할 수 있었다. 전시 소개에서 인상깊었던 한 구절을 마지막으로, 글을 맺는다.


사진가는 목격자인 동시에 기록자다. 그들이 '슬픈 진실은 슬프게, 오직 진실만을' 담담히 기록한 사진에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땅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인정하라고 외치듯 말이다. - 전시 소개 中

 

 

[김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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