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에게 주는 웃음과 위로 : 웹툰 <성인초딩>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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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재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익숙해지고
갈수록 시들해졌다
어릴 땐 이러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설레던 시절이 있었는데
난 그냥 살고 있다
그저 살아만 있다
- 웹툰 <성인초딩> 1화 中
웹툰 <일등당첨>, <니편내편> 등 신선한 소재와 유쾌한 유머 코드의 만화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홍승표(미티) 작가의 웹툰 <성인초딩>을 정주행해보았다. 웹툰의 주인공이자 엔터테인먼트 직원으로 일하고 있던 31살의 ‘권태기’는 그의 이름처럼 인생의 권태기를 겪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본가에 내려간 권태기는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다마고치 게임기와 어른이 되게 해달라는 9살의 권태기가 쓴 크리스마스카드를 발견한다. 그리고 다음 날, 31살의 권태기의 몸에는 9살의 권태기가, 그리고 32살의 권태기는 다마고치 게임기로 들어가며 웹툰이 시작된다.
어느새 잊고 있던 순수함과 대담함, 그리고 동심
기억났다
아홉 살에서 열 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싸움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뭐든 잘한다고 생각했던...자신감 넘쳤던 내 인생의 전성기
- 웹툰 <성인초딩> 3화 中
31살 권태기의 몸에 들어온 9살 권태기는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또 알고 있는 ‘초딩’의 이미지 그 자체이다. 대담할 정도로 용감하고, 단순할 정도로 순수한 어린이. 어린 권태기는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이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단순함이 꼬일 대로 꼬인 세상에 해결책을 내주기도 한다. 회사에서 해고당했을 때 ‘그러면 내가 회사를 만들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어른이 얼마나 될까? 성인이 된 우리는 어느새 어떤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현실과 타협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꽤 골머리를 앓게 된다. 어느 것이 가장 옳은 선택일까, 그렇게 고민하면서. 하지만 때로는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결정이,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음을 <성인초딩>은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어린 권태기의 모습에 감화되는 캐릭터들도 있었다. 권태기의 순수한 모습과 단순한 사고에서 해답을 찾거나, 어릴 적 권태기가 하던 유치한 장난과 놀이를 보며 ‘그땐 그랬지’하고 추억을 되짚는 사람들이 있었다. 문득 놀이터에서 장난을 치고 친구들과 유치한 농담을 하고, 비가 오면 우산도 안 쓰고 물장구를 치며 놀던 때가 지나가 있었다. 이제는 놀이터에서 놀기에는 너무 커다란 몸이 되었고, 유치한 농담을 하기에 어색한 나이가 되었고, 우산 없이 비를 맞기에 감기 걱정부터 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저 시간이 지나더니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때의 즐거운 추억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순수하게 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왜 우리는 그 어느 비용도 들지 않는 놀이를 이젠 하지 않는 걸까?
어른이 된 우리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었다. 사실 <성인초딩> 속에서도 몸은 어른이지만 사고방식은 어린이인 권태기를 보며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실 그게 오히려 더 현실에 가깝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린 권태기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려고 한다. 그 누구도 그 기준을 정하지 않았는데도, 암묵적인 기준이 있는 것처럼. 이제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려 하지 않고, 그저 되짚어 기억할 뿐이다.
인생의 방황, 그리고 마음의 감기
"나는 지금 전혀 괜찮지 않은데...내가 괜찮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어떻게든...조금씩 괜찮아지자..."
- 웹툰 <성인초딩> 65화 中
이 웹툰의 반전 및 스포일러를 조금 하자면, 31살의 권태기의 몸에 9살 권태기가 들어온 것은 유아 퇴행적인 증상인 것으로 드러난다. 네이버 지식백과 상담학 사전에 의하면, ‘퇴행’이란 ‘극도의 스트레스나 좌절을 경험할 때 이전 발달단계에서 충족해 주었던 미성숙한 행동을 함으로써 현재의 불안에 대처하려는 것’을 의미하는데, ‘조현병 환자들이 유아기와 아동기로 퇴행하는 증상을 보여 주는 것은 심각한 병리적 퇴행에 해당한다’. 즉 9살의 권태기와 31살의 권태기가 분리되어 각각 31살의 권태기와 다마고치로 들어간 것은 일종의 정신 분열임과 동시에 퇴행적 증상이었다.
그 외에도 권태기와 대립 구도를 이루던 ‘하성악’이라는 인물도 친척인 회장님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심한 공황 증세를 호소하게 되는데,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하거나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것이 자세한 증상이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는 하성악도 권태기처럼 퇴행적 증상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정신 질환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을 속이고 가수를 하는 제 인생에 회의를 느끼던 ‘장단음’이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계속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유관현’, 가수 생활을 하다가 사기를 당하고 평범한 인생으로 돌아갔지만 계속 노래를 부르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구성대’ 등 다양한 방향으로 인생의 방황을 겪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인생의 방황과 장애물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생겨나는 필수적 관문과도 같다. 그것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생의 방황은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그것이 나를 숨 막히게 할 때도 있고, 나를 우울하게 만들 때도 있다. 그게 심해지다 보면 정신적 질환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신 질환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와도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누구에게나 흔히 일어날 수 있고, 또 마음만 먹으면 다시 고칠 수 있다가도 다시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모든 병의 가장 필수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인 것 같다. 나를 위하는 마음이 없으면 병을 고칠 의지도 없어진다. 우리는 때로는 일상에서 생겨나는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넘길 때가 있다. 어차피 살다 보면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며. 물론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가 있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스트레스는 쌓이면 독이 된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당신의 인생보다 당신을 더 소중하게 여길 필요도 있다. 더 잘 살아야겠다는 압박 없이,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감사하게 여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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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웹툰을 통해 웃을 수 있었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는 댓글을 여러 개 보았다. 인생의 길이 보이지 않거나, 우울감이 느껴진다면 한 번쯤은 이 웹툰을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웹툰이 인생의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재밌는 것을 보고 웃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그 우울감이 해소될 때도 있지 않은가.
[김민성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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