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덕질의 이유: Crush on you [사람]

그냥, 좋아서 좋아해요.
글 입력 2022.02.2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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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은 우연히 시작된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를 들은 순간, 첫눈에 내 가수라고 확신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피부를 뚫고 심장에 그대로 닿아버리는 마법이 있었다. 곧장 가사를 검색해 그가 이름을 알아냈고 그의 노래를 빠짐없이 다 들었다.


그렇게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크러쉬(Crush)이다. 정규 앨범 이름이 첫눈에 빠진다는 의미인 ‘Crush on you’라니. 노래 제목처럼 그의 노래에 한눈에 반해버린 것에도 의미 부여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중생의 짝사랑은 9년가량 사랑의 모양을 바꿔가며 이어지고 있다.

 


크러쉬 공식 페이스북2.jpg
출처 - 크러쉬 공식 페이스북


  

가볍게 발을 담그고 빼는 걸 좋아하는 터라 하나에 깊게 잘 빠지지 않는 내가 어떻게 그리 오랜 시간 좋아하게 된 걸까. 이유를 하나씩 끄집어내 본다. R&B,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합치고 또 해체하며 만들어낸 크러쉬만의 분위기가 좋다. 음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앨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기장을 가져다 쓸 만큼 자신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가사는 솔직담백하다. 반려견 두유와 로즈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다. 콘서트에서 들은 라이브는 cd 만큼 안정적이었고 무대는 다채로웠다. 무대 위에서와는 달리 허당끼 넘치는 일상 모습까지 매력적이다. 나열하자면 그를 좋아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다른 아티스트가 위에 쓴 이유에 모두 해당한다고 해도 이렇게 좋아했을까. 자잘한 이유들의 합집합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진짜 덕질의 이유가 존재한다. 무엇이 나의 존재조차 모르는 완벽한 타인을 소중히 여기도록 만들었을까.

 

어쩌면 그의 노래에 과거의 내가 물들어서 나를 아끼듯 당신을 소중히 여기는 걸지도 모른다.

 

7080 음악만 좋아하는 엄마가 도깨비 OST ‘Beautiful’을 듣고 노래가 참 좋다고 칭찬했을 때 당신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면서 내가 칭찬을 받은 것처럼 뿌듯해했다.

 

크러쉬의 반려견 두유에게 부르는 자장가 ‘잘자’를 들을 때면 우리 집 강아지가 곤히 자는 모습을 떠올린다. 반려견이 두 손을 모아 머릿 밑에 가지런히 두고 눈을 감을 때 오밀조밀한 눈, 코, 입을 뜯어보며 행복을 느낀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자 만든 ‘Alone’은 대학 입시를 막 끝냈던 시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후련하면서도 목표가 빠져나가며 마음이 허전했던 2019년 겨울, 설레는 마음으로 당신의 단독 콘서트에 갔다가 많은 위로를 받고 나왔다. 그때 들은 ‘Alone’은 새벽에 어스름한 햇살처럼 나의 마음 한편을 비춰주었다. 행복했던 그 기억에 기대 따뜻한 연말을 지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신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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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크러쉬 단독 콘서트

  

 

당신의 노래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나의 힘든 시기와 성장을 함께한 당신은 더 이상 완벽한 타인이 아니었다. 내 삶에 얽히고설켜버려서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를 한 마디로 풀어내기란 여간 쉽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이라는 말로 퉁치기로 했다.

 

그냥, 그냥 좋아서 좋다. 당신의 노래 제목처럼.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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