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거주 그 이상의 가치 [미술/전시]

정재호 작가 <회현동 기념비>
글 입력 2022.02.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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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의 <회현동 기념비>는 회현시범아파트를 그린 작품으로 작품 속의 아파트 묘사를 통해 작품 너머의 실제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회현동 기념비>는 2005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정재호 작가가 60~70년대 초의 아파트를 그린 작품 중 하나이다. 작품 속의 아파트에 대해서는 철거하자는 입장과 60~70년대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건물이자 한국 아파트 역사의 산 증인이니 보존하자는 입장이 존재한다.

 

<회현동 기념비>는 한지에 그린 그림으로 세로 259cm, 가로 194cm 크기의 대형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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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동 기념비>의 화가 정재호는 국가 주도의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도시의 풍경 이면에 관심을 두었다.

 

그는 거주했던 청운시민아파트에 대한 작업 이후 남아있는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의 아파트들을 찾아다니며 ‘오래된 아파트는 도시빈민들의 주거이며, 안전하지 않다.’라는 일반의 인식에서 벗어나 오래된 아파트가 가진 풍부한 의미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상당히 많은 곳들이 아직도 훌륭한 공동주거의 역할을 하고 있었고 지금은 사라졌다고 여겨지는 공동체 삶의 양식이 보존되고 있음을 목격했으며, 비록 좁지만 인간과 자연에 대한 조화와 배려라는 건축의 이상이 담긴 아름다운 공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회현동 기념비>는 한지에 채색된 작품으로 매우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다. 이러한 제작방식은 작품을 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전통적인 방식으로 완공될 당시에는 경제 성장의 중심에 위치한 아파트를 그렸다는 재미를 제공한다. 이러한 방식은 작품의 묘사와도 관련이 있다.

 

정재호 화가의 세밀한 필치가 한지에 채색하는 방식을 통해 더욱 돋보인다. <회현동 기념비>를 보고 있으면 관객들은 여백 없이 큰 한지를 채운 오래된 아파트와 그 오래된 아파트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작품에는 사람이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느낀다. <회현동 기념비>에 묘사된 실외기, 각종 잡동사니들과 바람에 흩날리는 것처럼 보이는 나무는 작품 너머의 사람의 존재를 느끼게 하고 소리와 바람도 느끼게 한다.

 

또한 <회현동 기념비>는 ‘오래된 아파트’를 그린 작품이다. 옛날 아파트는 현대의 아파트처럼 유리로 마감하고 커튼으로 가려서 밖에서는 내부를 예측도 할 수 없는 형태가 아닌 널려있는 빨래도 보이고 설치된 실외기도 보이는 외부에서 내부를 보고 삶을 예측할 수 있는 형태이다.

 

관객은 <회현동 기념비> 아파트의 발코니에 걸려있는 빨래나 놓여있는 상자, 종이를 보면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또한 <회현동 기념비>에서 여실하게 드러나는 ‘오래된’ 아파트라는 점 역시 관객들로 하여금 오랜 시간 사람들이 거주했음을 생각하게 한다.

 

녹이 슬고 낡아 금이 간 연결다리와 연결다리 위의 색이 바란 녹색 난간, 금이 가버린 아파트의 흰 벽, 아파트 앞의 화단에 놓여 있는 낡은 잡동사니들을 통해 관객들은 헤질 정도로 오랜 시간 아파트가 존재했고 또한 그 아파트에 거주했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정재호 화가는 <회현동 기념비>를 통해 아파트는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정말 그러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오래된 아파트를 찾아다니며 오래된 아파트가 가진 풍부한 의미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상당히 많은 곳들이 아직도 훌륭한 공동주거의 역할을 하고 있었고, 또 어떤 곳에서는 지금은 사라졌다고 여겨지는 공동체로서의 삶의 양식이 보존되고 있음을 목격하였으며, 비록 좁지만 인간과 자연에 대한 조화와 배려라는 건축의 이상이 담긴 아름다운 공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현동 기념비>를 통해 아파트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점을 말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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