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원히 사울 레이터 - 사울 레이터와 함께한 낭만적인 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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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VER SAUL LEITER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은 먼 미래에까지 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울림을 줄 터이다. 그렇게 이 책의 제목처럼 그가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되리라 믿는다. 그것은 분명 잊히길 바랐던 그가 원하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의 말마따나 끊임없이 잊히고 부활하는 위대한 예술가의 숙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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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헤드폰을 쓰고 거리를 거닌다. 음악은 틀지 않는다. 그저 세상으로부터 소리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고요함이 가져다주는 안정과 분리된 현실과의 기묘한 느낌을 동시에 경험한다. 이 기묘한 느낌이라는 것은 아마도 움직이는 사물과 인간 그리고 그와 대조적인 무소음의 부조화로부터 오는 것이다. 한참을 고요의 늪 속에서 걷다 마침내 헤드폰을 벗는 순간 나는 갓 태어난 아이처럼 수많은 소리를 듣는다.
세상이 이제 막 시작된 것만 같다. 바람 소리, 공사장 쇳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킥보드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자동차 엔진 소리, 그 외 무수한 소리들이 선명히 느껴진다.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다.
그것들은 모두 원래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마치 경험해 본 적 없는 우주를 탐험하는 것 마냥, 환한 미소를 장착한 채 벅차오르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소리가 나는 모든 것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는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사진 속에 담아냈단 말인가!
그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자면 눈부신 색채와 함께 소리까지도 느낄 수 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안에서 난 빨간 우산을 쓴 여인을 바라보며 눈 내리는 하늘의 정취를 느끼고, 지나가는 차가 울리는 경적 소리에 놀라 추위에 얼어붙은 코를 한 번 훌쩍인다. 이렇듯 그의 사진은 나의 오감이 일깨운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아니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사진에 담겨 비로소 우리도 그 아름다움을 인식한다. 그 아름다운 것이 내 눈앞에 바로 존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는 어떤 눈을 가졌기에 세상의 모든 것들을 귀히 바라볼 수 있었을까. 지극히 단순하고 그 어떤 관심을 끌지 않는 대상도 그의 눈과 카메라 렌즈에 비춰보면 대단히 흥미로워 보인다. 그의 눈동자를 한 번 빼앗고 싶었다. 어떤 렌즈를 갖고 살아갔던 걸까. 그가 사진작가가 되었다는 건 참으로 다행인 일이다.
그의 사진은 절대로 대상을 정확히 인식하지 않는다. 인물이 네모 칸 안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드물며, 거의가 어떤 물건이나 건물, 또 다른 인물에 가려 있거나 아주 멀리서 혹은 흐릿하게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고가 철도 위에서 난간 사이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다.
그는 보는 힘을 가졌다. 문틈으로, 쇠 창살 틈으로, 사람들의 뒤에서, 거대한 계단에 가려, 그 모든 작은 것들에 주목을 이끌어 낸다.그가 지닌 힘은 강력하다. 그는 모든 걸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 매력적이거나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한다. 그것은 마치 숨어 있는 누군가를 찾아내는 듯하다. 아주 작고 사랑스럽고 속삭이는 것들을 말이다.
그렇게 그가 포착해낸 아름다움은 대단히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강현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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