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울 레이터의 시선 - 영원히 사울 레이터

사울 레이터의 카메라에 담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글 입력 2022.02.08 14: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사진을 찍을 때 그림을 떠올리진 않았다.

사진은 찾아내는 것이지만

그림은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심오한 설명을 붙이지 않으려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보면, 내 작품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사진은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순간을 포착해, 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진은 매력적이다. 사진을 보면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이 보인다.

 

어느 작가의 사진은 서늘하고, 어느 작가의 사진은 어둡고, 어느 작가의 사진은 따뜻하며 누군가의 사진은 생동감이 넘친다. 사진에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사진을 보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들이 있다. 사진을 바라보는 순간 나에게 다가오는 감정들이 좋아서 사진을 좋아한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이 영화를 본 이후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사진은 특히 찍는 이의 애정이 그 결과물에서 보인다. 사진은 사랑에 기반한다.

 

일상적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사랑해야 어떠한 순간을 포착해낼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사랑하는 것들을 유심히 바라보고,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사진 한 장에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다. [영원히 사울 레이터] 속 사울 레이터가 찍은 사진들을 보며 사진은 사랑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은 따뜻하다.

 

 

"대단히 진지해지지 않고도 무언가를 잘하게 될 수 있다"

 

"우리는 색채의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색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 작품들 사이 사이에 수록된 그의 언어를 읽어보면, 사울 레이터의 작품 세계가 얕게나마 보인다. 진지하고 힘을 주어 웅장하고 심오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사진이 있는 반면, 힘을 빼고 소소한 분위기 속에서 옅은 미소를 짓게 하는 사진이 있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은 후자에 속한다.

 

눈 내리는 거리,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들, 각자 다른 목적지를 가진 채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 지극히도 일상적인 장면들 속에서 사울 레이터는 따뜻함을 포착해낸다. 사울 레이터의 작품 속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하기도, 뉴욕의 어느 길거리를 찍은 사진에서 우리가 감흥 없이 지나쳐온 골목을 되짚어보게 하기도 한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 작품들 속 유독 내 시선을 머무르게 한 것은 그의 가장 오랜 뮤즈 '솜스'를 찍은 사진들이었다. 사울 레이터의 오랜 친구이자 뮤즈로 오랜 기간 그의 작품에 등장한 패션모델 솜스 밴트리를 찍은 사진들에서는 유독 담백한 애정이 느껴진다.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는 다양하다. 사울 레이터는 솜스를 모델로 찍은 사진들에서 솜스 밴트리가 가진 다양하고 숨겨진 분위기들을 여과 없이 포착한다. 사랑스럽게 웃는 모습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옆모습까지 - 사울 레이터가 찍은 솜스 밴트리의 사진들은 그녀라는 사람의 아주 친밀한 사람들에게만 보일 모습들까지 포착해낸다.

 

 

"나는 솜스와 인생을 함께했다. 온갖 문제가 닥쳐오기도 했지만 우리는 비애에 파묻히는 대신 삶을 즐기곤 했다. 그리 나쁘진 않았다."

 

 

삶이라는 여정을 함께한 오랜 친구에 대한 그의 애정이 느껴지는 사진들에 내 시선이 한참 동안 머물렀다.

 

 

[포맷변환][크기변환]영원히 사울레이터_표1.jpg

 

 

"내가 찍은 괜찮은 사진 가운데에는 우리 동네에서 찍은 것도 있다. 거리는 발레와도 같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결코 예상할 수 없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은 유독 거리를 배경으로 한 것이 많다. 그의 사진들을 보며 '거리'라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울 레이터의 발언처럼, 거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 사소히 여기고 지나쳤을 뿐, 거리에는 삶이 있으며 웃음이 있고 눈물이 있다.

 

거리를 걷다 우연히 귀여운 고양이를 마주쳐 피식 웃기도 하고, 방금 이별을 겪은 듯 누군가와 울며 통화하는 사람을 지나치기도, 멋진 모습의 노부부를 마주하기도 한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에는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거리의 순간들이 담겨있다.

 

오래오래 다시 보고 싶은 사진들이다. 3월 27일까지남산 피크닉에서 사울 레이터의 사진전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가 진행된다. 큰 액자로 사진 앞에 멈춰서 감상해보고 싶은 사진들이다.

 

 

"예술은 재평가의 연속이다. 위대한 예술가가 등장하고 잊힌다. 그러다 부활하고, 다시 또 잊힌다. 이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책을 소장하는 게 좋다. 그림을 감상하는 게 좋다. 인생을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게 좋아서 내게 마음써주는 이에게 나도 마음을 준다. 내게는 이것이 성공보다 중요했다."

 

"우리는 공개된 부분이 현실 세계의 전부인 척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울 레이터는 그의 사진만큼이나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예술은 재평가의 연속이라지만, 언제 봐도 아름답고 좋은 것들이 있다. 사울 레이트의 애정이 어린 렌즈로 일상 속 따뜻함을 포착해낸 사진들이 그렇다.

 

 

[박소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