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 도리를 찾아서 [영화]

글 입력 2022.02.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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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의 차이


 

디즈니를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최근에는 픽사의 애니메이션에 빠지게 되어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다. 물론 2006년에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면서, 픽사가 디즈니의 자회사가 되었지만 두 회사의 작품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주인공의 서사에 집중한다. '공주가 자신의 소망을 이루려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큰 틀이다. 주인공이 꼭 한 명이 아니더라도, 한 팀으로 묶을 수 있는 두 주인공(안나와 엘사. 닉과 주디)이 함께 문제를 헤쳐나간다. 주인공이 겪는 모험에 맞춰 신나거나 슬프거나 화려하거나 극적인 노래가 등장해 애니메이션을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장점이다. 이 때 조연들은 '주인공의 서사를 돕는 인물들'로 나온다.


픽사 애니메이션에서는 조연들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게 그려진다. 주인공이 성장하듯 조연들도 각자의 서사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사랑의 불시착>을 좋아했던 이유도 조연들의 캐릭터성이 분명하고 각각의 스토리가 감동적이었기 때문인데, 픽사의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좋았다.


주인공이 성장하는 메인 스토리 안에, 주인공이 만나는 인물들도 각자의 두려움을 극복하며 변한다. 이 작은 서사들이 큰 서사 안에 유기적으로 잘 녹아 있어, 전체적인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이고, 지루하지 않으며, 유쾌하고 따뜻할 수 있는 것 같다.


'루카', '니모를 찾아서'도 추천하지만, 제일 처음으로 추천하는 픽사의 작품은 '도리를 찾아서'이다. 순서 상으로는 2003년에 나온 '니모를 찾아서'가 더 먼저지만, 순서와 상관없이 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인생 애니메이션으로 꼽을 정도로 정말 좋았기 때문에 이번 글에 소개하게 되었다.

 

 


<도리를 찾아서>의 명장면 Best 2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도리를 찾아서 (Finding Dory)'는 2016년에 개봉한 픽사의 애니메이션이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시청할 수 있는 작품인데, 예상치 못하게 나의 인생 작품이 되어 이번 글의 주제로 삼게 되었다.


'도리를 찾아서'는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는 도리가 가족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다. 앞선 에피소드인 '니모를 찾아서'는 도리가 니모의 아버지인 멀린을 만나 니모를 찾으러 다닌 이야기였다. 니모를 찾은 뒤 그 이후의 이야기가 '도리를 찾아서'에서 그려진다. 어릴 적부터 단기 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던 도리는 자신의 가족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짧게 떠오르는 기억을 따라 부모님을 찾으러 간다. 니모와 멀린뿐 아니라, 문어 행크, 상어고래 데스티니, 흰고래 베일리, 물새, 바다사자, 수달 등의 도움을 받으며 부모님을 찾는다.


마음에 남은 장면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한다.

 

*

 

도리를 찾기 위해 '베키'라는 새의 도움으로 날아가던 니모와 니모 아버지, 멀린. 네모난 어항에 떨어진다. 어항에 떨어져 도리가 있는 곳으로 추정하는 목적지에 못가는 상황이다. 그 때 니모와 멀린이 나눈 대화다. (번역된 자막과 영어 대사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르므로, 한글과 함께 영어도 옮겨두었다.)

 

 

M: 실은 도리가 너무 걱정돼. N: 도리가 우리를 걱정하겠죠.  

M: 도리라면 척척 해결했을 거야. 그 비결이 뭘까? 

N: 비결이 아니라...그냥 해내는 거죠.

M: 그럼 우리도 생각을 잘 해보자. 

N: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M: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N: 아! 정말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M: 도리라면 상황을 판단하고 평가한 후 가능성을 분석해서... 

N: 아빠, 그건 아빠 얘기죠.

M:  맞아. 도리는 두번 고민 안하지. 그냥 뭘 보면 바로... (연속적인 분수 발견) 

N: 도리라면 저랬겠죠. 

(46:08)

 

M: The truth is, I'm just so worried about her. N: She's the one who should be worried about us. M: Well, she would definitely have an idea of what to do if she were here. I don't know how she does that. N: I don't think she knows, dad. She just.... does! M: Well, then we'll just have to think. 

N: What would Dory do? M: What would Dory do? N: Yeah! What would Dory do? M: She would assess her situation, and then she'd evaluate, then she would analyze her options--- N: Dad, that's "what would Merlin do". M: Right, that's what I would do. She wouldn't even think twice. She would just look at the first thing she sees and--- (sees the fountain) N: Dory would do that.

 

 

멀린은 생각과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일을 저지르기 전에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를 따져보는 캐릭터다. 니모와 멀린이 처한 이 상황에서는 멀린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헤쳐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니모와 멀린은 '도리가 있었다면 척척 해결했을 텐데,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하며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정말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묻고 직접 도리가 되어보기로 한다. 그렇기에 멀린이라면 절대 상상도 못했을 일인, 눈에 바로 보이는 방법-연속적인 분수에 뛰어들어 물웅덩이로 옮겨가는 일, 멀린이라면 정신나간 무모한 일-을 감행하고 성공한다.

 

단기기억상실증이어서 까먹기만 한다고 멀린이 화를 못참고 도리에게 못된 말을 내뱉었었는데, 쓸모없어 보이던 도리의 방식이 되려 너무나 분명하고 직관적인 방법이었던 것이다. 내 눈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고, 그냥 곧바로 하는 것.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해버리는 것. 바보같은 도리가 아니라, 계속 헤엄쳐나가고 움직여나갈 수 있는 도리였던 것이다.

 

니모와 멀린이 도리를 만나고 도리에게 이 이야기를 해준다.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했고, 그래서 너를 찾을 수 있었다고. 그리고 이 방법은 나중에 도리가 다시 두 명을 잃고 혼자가 되어 길을 잃었을 때 도움이 된다. 암흑같은 바다에 혼자 빠져, 니모와 멀린도 잊고, 자기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도 잊고, 자기비하에 빠져, 불안하고 어쩔 줄 몰라하던 때에 말이다. 그 때의 도리의 독백을 옮겨두었다. (번역보다 영어대사가 뉘앙스가 더 잘 살아있다. 영어대사에서는 도리의 불안함이 더 잘 느껴진다.)

 

 

D: 기억이 안나. 난 원래 이렇잖아. 이제 어떻게 하나? 어떡하나, 어떡하지? 

(무언갈 깨달은 듯이 놀라며)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 일단 주변을 둘러보겠지. 저쪽엔 물만 있고 여긴 해초가 많네. 해초 쪽이 낫겠지. (해초 쪽으로 이동한다) 이제 어쩌지? 계속 가도 해초뿐이야. 어디나 똑같아 저기 바위가 있는거 말곤...(둘러보며) 여긴 모래가 있네, 난 모래가 좋아, 보드랍잖아 (모래 쪽으로 이동) ... 여긴 아무것도 없네, 아무것도 없어.... 해초뿐이야, 해초... 조개가 몇 개 있네 이쪽엔.... 난 조개가 좋아. (멈춤, 조개로 돌아온다) 난.. 조개가 좋아. (--조개를 따라가고, 부모님 발견) (1:06:00)

 

D: It's going away. It's going away because all I can do is forget. I just forget. And I forget. That's what I do best. That's what I do. What do I do? What do I do? What do I do? (GASPS) What would Dory do? I would... look around. And, umm, there's just water over there. And a lot of kelp over here. Kelp is better. Okay. (PANTING) okay, now what? Lots of kelp. It looks the same. It all looks the same, except there's a rock.... over there. And some sand this way. I like sand. Sand is squishy (Panting) Oh, this isn't going anywhere. There's nothing here. Nothing but kelp. Lots of kelp. And some shells this way... I like shells. (Coming back) I like.... shells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하며 불안에 우왕좌왕하던 도리가 멈춰서서, '그래, 도리라면 어떻게 하지?'에 이르러 찬찬히 말을 뱉어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일단... 주변은 둘러보겠지(I would...look aroud)'하며 할 수 있는 것을 하나하나 뱉어내본다. 그리고 그렇게 두 개의 적은 선택지에서 고른다. '해초 쪽이 나은 것 같다, 모래가 부드러워서 더 좋다'하며 선택해서 그 쪽으로 나아간다. 그 와중에도 계속 패닉에 빠진다. 나아갔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그래도 그렇게 패닉에 빠지면서도 '도리의 방식'대로 단순하게 보이는 것 중에서 골라서 헤엄쳐 간다. 그러다가 '조개'를 발견한다. 도리에게 중요한 조각. 마구 읊조리던 말이 멈추고 시선이 붙잡힌다. '난... 조개가 좋아'하며 다시 지나쳤던 조개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조개를 따라가서 그토록 찾아헤매던 부모님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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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라면 어떻게 할까?"

 

나도 멀린(니모아빠)처럼 생각 외로 걱정이 많다. 그 때문에 생기는 주저함을 스스로 불편하게 느낄 정도이다. 그래서 좀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실천하고, 그냥 해보고, 도전하고, 경험하고, 부딪혀보고, 주어진 선택지에서 빠르게 결정하는- '도리스러움'이 필요하다. 사실 잘 까먹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인 것에는 도리와 닮았는데 주로 멀린처럼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나도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계속 떠올려볼 것 같다.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고 선택지를 단순하게 보고 바로 실천하도록 하겠다.

 

내가 나로 사는 것,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사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끔은 '내가 아닌 다른 OOO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내가 썩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내가 나인게 싫은 날도 있지 않은가. 그 때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 롤모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하며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야한다.

 

생각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자기비하와 열등감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그 사람이 했음직한 행동으로 옮기는 것까지가 완성이다.

 

내가 썩 마음에 들지 않거나 도저히 내가 어떻게 헤쳐나가야할 지 모를 때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물어보고 도리가 되어보자. 내가 아닌 내가 되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진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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