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제주도 건축에 관해 고민하는 제주 건축가들의 이야기 - 나는 제주 건축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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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건축에 관해 고민하는 제주 건축가들의 이야기
인터뷰에 담긴 그들의 고민과 사랑
'사모하다'는 '애틋하게 생각하고 그리워한다'는 뜻이다. 책 <나는 제주 건축가다>에는 제주도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19명의 건축가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제주도의 지역성, 제주도의 아름다움, 제주건축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따뜻한 답변으로 녹아있다. 무거운 고민을 인터뷰라는 형식에 담아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무수히 많은 건물에서 생활했음에도 자의적으로 건축과 관련한 책을 찾아본 적이 없었다. 어렵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 책은 건축에 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처음으로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자기가 사는 지역과 공간을 사랑하고, 사람을 생각하고, 지속가능한 건축을 고민하는 것은 건축가뿐 아닌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의 건축가가 제주도를 생각하며 건축을 하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건축과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고향을 떠올리게 된다. 제주도를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고향을 아끼는 많은 이들이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예전에는 건축물을 무생물로만 바라봤다면, 이제는 건축물에 담긴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건축물을 짓기 전에 건축가가 고민했을 여러 가지를 함께 떠올려보게 되는 것이다. 사람, 환경, 지형, 역사, 지역성 등... 관계 속에 있는 공간을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을 추천한다.
따뜻한 인터뷰 속 몇 가지 이야기를 들고 왔다.
바다, 산, 오름, 돌담, 경계면, 사용설명서, 삶, 관계, 균형, 공공성, 보여주기식이 아닌, 세대와 이웃이 공유하는 풍경,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 가치, 제주, 조경, 도시재생, 지역민, 서비스, 지역성, 공공성, 안정감, 보행자, 자연, 땅, 기원
- 책에 등장하는 주요 용어
[내 건축물의 자양분은 바다, 산, 오름, 돌담]
(p.21) 제주도의 흙은 63가지나 된다고 한다. 그만큼 다르고, 그러기에 여러 작물도 분포한다. 제주의 흙을 돌이라는 재료와 엮었을 때 어떤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까 해서 실험을 하고 있다. (...) 제주의 돌과 흙으로 제주 땅의 가치를 만들어 보고 싶다.
[바다와 육지 사이의 경계면 탐색 중]
(p.36) 지역에 담긴 맥락이나 표현을 읽어야 하는 게 어렵다. 말 그대로 땅을 읽는 게 쉽지 않다.
(p.37) 오래 가는 건축물에 대한 고민도 해야한다.
(p.37) 집 마당은 바당이었다. (바다와 육지 사이의) 경계였다. (...) 바다와 뭍이 만나는 경계면, 밀물 때 물이 들어왔다가 썰물 때 물이 빠지면서 드러나는 곳, 그 영역도 땅이다. 그 경계를 땅으로 읽고 들여다보며 건축가로서 보다 나은 대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39) 같은 공간에 가족들이 살지만 부모 세대는 독립적으로 산다. 안팎에 사는데 밥을 따로 해 먹는다. 서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p.41) 깊이와 높이와 뚫림, 그곳에서 했던 행동들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잔흔이라고 해야할까,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느끼는 대표적 건물이다.
지속가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 언급된 것만 하더라도- 흙, 바다와 육지 사이라는 경계, 지형적인 특성,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전통, 풍경, 사람들이 누리는 공간, 공적인 의미 등이 있다.
제주의 흙을 이용해 새로운 건축 재료를 만들어보려는 건축가의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놀라웠는지! 제주를 애틋하게 여기고 '제주스러움'을 담은 '제주도의 건축'을 고민하는 건축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제주도를 사랑하게 되는 기분이다.
[사용설명서가 첨부된 건축을 지향한다]
(p.50) 가우건축 양건 소장은 '제주도는 평평한 지형이 하나도 없고 옆 땅, 옆 땅이 붙어 있어도 똑같은 레벨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게 제주의 땅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건축은 땅 안에 건물을 올리는 게 아니라 땅 전체를 만져야 한다. (...)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건축은 땅을 깎아내는 일만이 아니었다. 제주도 건축가들은 지형을 살리면서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었다.
이 점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제주도만의 고유한 땅의 모습은 남기는 것. 땅의 우연적인 아름다움을 살리는 것. 날씨와 계절에 따라 이리저리 굽은 소나무처럼 그 지역의 땅의 생김새를 고려해 건물을 짓는다면 더욱 오래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했다.
[관계, 균형, 공공성을 구축한다]
(p.74) 제주도는 섬이다. 섬은 개방과 확장성이 없으면 도태된다. 바다 저 멀리 어디서 날라온지 모르는 선인장 씨앗이 월령리에 들어왔다. 제주엔 돌담이 있고, 선인장 씨앗이 월령리에 들어왔다. 제주엔 돌담이 있고, 선인장 씨앗이 제주 돌담 사이로 올라와 지역의 풍경을 만들고 있다. 결국 이 풍경은 제주의 것과 외부에서 들어온 것의 공존이라는 것이다.
외부-내부의 것의 공존, 전통, 흙, 돌담, 경계, 바다, 부분, 전체, 사람....
이 책으로 모인 19명의 제주 건축가들이 보는 '제주다움'이 제각각 달랐다. 그러나 제주도를 사모하는 마음에서는 꼭 같았다. 이들을 보면서 이렇듯 제주도의 다양한 면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건축가들이 모인다면 제주건축은 충분히 긍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동시에 제주도 외의 다른 도시도 지역성을 고려한 건축이 필요함을 느꼈다.
제주도의 건축과 지역성을 고려한 건축. 가벼운 마음으로 무거운 고민이 담긴 가벼운 인터뷰를 읽어보길 권한다.
[이진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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