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상의 모든 별종들을 위하여 -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글 입력 2022.01.3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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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완벽한 멕시코 딸들은 대학에 가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부모님과 함께 산다. 완벽한 멕시코 딸은 결코 가족을 떠나지 않는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멕시코 이민자의 딸, 이 책의 주인공 훌리아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다. 그것은 훌리아의 언니, 올가의 역할이었다. 이야기는 올가의 장례식에서 시작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올가의 죽음은 훌리아의 가족과 훌리아의 영혼을 산산조각 냈다.


친하지도 않았고 한 번도 이해하지 못했던 나와 너무도 다른, 가장 가까운 존재의 죽음으로 훌리아는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학업도 우정도, 영화처럼 찾아온 첫사랑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올가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것 같아 고통받던 훌리아는 언니의 죽음에 이상한 것을 발견한다. 조신하고(지루하고), 착하고(바보 같고), 똑똑하고(하지만 야망은 없는), 아름다운 우리의 완벽한 올가는 어떤 사람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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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태생부터 남들과 같기를 거부했던, 모든 것이 짜증 나고 탈출만을 바라는 청소년기를 보내는,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테두리에서 발버둥 치는 이민 2세대인 16살 훌리아의 시선으로 언니의 죽음을 훑는다. 사랑스럽고 친절한 올가의 죽음은 모든 가족을 슬픔에 잠기게 했고, 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훌리아가 언니의 죽음 뒤에 가려진 언니의 비밀을 파헤쳐 가는 것이 메인 플롯이긴 하지만, 책의 끄트머리에 다가서면 그 사건이 책의 본질에서 약간 빗겨 있음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올가는 그저 올가였고, 훌리아는 훌리아다. 이 책은 죽은 언니가 그 후에도 여전히 삶을 견디는 훌리아를 위해 쓰였다. 덕분에 훌리아는, 그리고 이 책을 보는 모든 훌리아들은 각자에게 처해진 슬픔을 딛고 성장할 수 있다.



왜 다들 나보고 뭐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나? 정상이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이렇게 못된 딸이라고 미안하다고? 내 삶을 싫어해서 미안하다고?

 


훌리아는 별종이다. 킨세녜라(성년식)도 거부하고, 흔히 말하는 ‘여성스러움’을 극도로 싫어한다. 주류 문화를 거부하고, 책 냄새 맡는 것을 좋아한다. 오로지 자신의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을 모두 열등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어떤 모임이든 훌리아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얼어붙기 일쑤다.


훌리아는 스스로가 돌연변이 같은 사람임을 안다. 훌리아는 그럼에도 자신을 굽힐 생각이 없고, 언제나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운명 같은 누군가를 기대한다. 막돼먹은 훌리아는 늘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에 외로움을 느끼는 어쩔 수 없는 어린 여자 아이지만, 그나마 곁에 있는 사람에게조차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는다.


이처럼 별종들은 예민하다.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것들에 태클을 걸고, 굳이 말을 덧붙여 일을 키운다. 당연하게 내려온 관습에 반기를 들고, 옳고 그름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개중에는 맞는 말도 있고, 으레 사람이 그렇듯 틀린 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면, 그들이 세우는 가시조차 없다면 주류에게 짓밟히고 우스운 존재가 된다. 이미 그들이 아주 사소한 소수의견을 내세운 순간부터 보통의 사람들은 이상한 눈초리를 보낸다. 눈초리가 반복되면 낙인이 된다. 그렇게 그들은 이상한 시선이 덧입혀지면서 내외적으로 까칠해진다.


시카고에서는 어딜 가나 이상했던 훌리아가 고향인 멕시코로 돌아갔을 때, 더 이상 그는 까슬하고 공격적인 돌연변이가 아니었다. 비법은 별거 없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너는 그렇구나’ 하고 존중해 주었을 뿐이다. 존중만으로도 별종은 사회라는 하나의 퍼즐을 메우는 다를 것 없는 하나의 조각이 될 수 있다.


사실은 우리 모두 별종이다. 누구든 하나씩, 일반적인 규율에 어긋나는 지점들이 하나씩은 있다. 지독히도 평범함을 추구하는 아마도 사실은 별종처럼 국경을 넘었고, 그런 아마의 평범에 대한 집착을 수용하던 올가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모나고 독특한 모양을 가진 저마다의 사람들 중에는 굳은 심지처럼 자신의 본래 모양을 지키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매서운 칼바람이나 철썩, 하고 덮쳐 오는 물살에 깎이는 이들도 있다. 그렇게 마모되어 동그래진 이들조차 자세히 보면 본래의 태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다. 이 책은 세상을 이루는 모든 별종을 있는 그대로 감싸 안고 위로를 보낸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부분은 작가가 인물을 대하는 방법이 아주 세심하고 조심스러워서, 누군가의 죽음을 누군가의 각성제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불안정하고 힘겨운 삶을 겨우겨우 떠받치며 살아가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그들의 삶과 상태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그러한 적나라함에는 용도가 없다. 그저 그들을 보여줄 뿐, 그 이상으로 희화화하거나 자극적 유희를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


 

엄마한테 상처 줘서 미안해요, 죽고 싶어 해서 미안해요

 

나는 진짜 무례한 백인이 되고 싶어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이를 통해 우리는 작가의 건조한 온정을 느낄 수 있다. 분명한 거리감을 두고 있으나 그럼에도 당신들을 보고 있다고, 원한다면 언제나 기꺼이 도움이 되어줄 것이라 말하는 것 같다. 작가는 타지로 넘어 온 이민자, 질풍노도 속에 마구 휘둘리는 청소년, 그런 아이에게 상처가 되더라도 자신보다 나은 삶을, 안전한 삶을 보장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통찰력 있게 묘사한다.


이 책이 가진 섬세한 감정선은 미하의 감정이 고조될 때마다 보는 이들도 숨을 턱 막히게 한다. 그런 순간이 꽤나 길어서, 중간에는 진행이 느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말 역시 아주 상쾌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끝내 드러난 올가의 진실과, 이를 파헤쳐 가면서 온갖 삶의 잔인함에 데인 훌리아가 자신을 지키면서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을 느끼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며 우리는 함께 먹먹함을 삼키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 책은 복잡하고 답답하며 매사에 예민했던, 그래서 아군보다 적이 많았던 한 소녀를 통해 보내는 찬란한 응원사와 같다. 훌리아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었고, 엄마 역시 완벽하지 않다. 책 속에 나오는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어딘가 숨 막히는 결함을 가진 "완벽한" 별종들이다.

 

이 세상의 모든 별종들을 위하여, 예민함을 무기로 써야 하는 필사적인 이들을 위하여. 완벽한 관습을 거부한들 당신들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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