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양인가요? - 사랑에 대답하는 시 [도서]

열다섯 명 시인이 수놓는 사랑의 갈피들
글 입력 2022.01.2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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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달] 사랑에 대답하는 시_표1.jpg

 

 

‘사랑’이라는 말에 스며든 다양한 감정과 형태들에 대해 새로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선집 『사랑에 대답하는 시』이 출간되었다. 총 열다섯 명의 시인(강혜빈, 구현우, 김선오, 김승일, 목정원, 송승언, 신용목, 안희연, 양안다, 이규리, 이제니, 이혜미, 임유영, 최지은, 황인찬)이 그들이 감각하는 ‘사랑’에 대해 묻고 대답한다. 대답은 시와 산문, 두 가지 방식으로 선보인다.

 

 

사랑을 새롭게 정의 내리기 위함이라기보단, 질문과 대답이 막 도착해 있는 한 권의 책 속에서 다양한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리하여 무한한 사랑에 이르렀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파도와 물결 속에서 매 순간 다른 표정을 짓는 바다처럼, 이 책도 시와 산문의 물결 속에서 다양한 사랑의 얼굴을 찾아 나선다. 시인들은 서로 같은 질문을 통해 다채로운 답변으로 뻗어 나가기도 하고, 개개인에게 여전히 유효한 사랑의 질문 속에서 시적인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 보도 자료 중

 

 

 

천천히 스며드는 열다섯 명의 사랑의 언어



사실 필자는 여러 작가들의 글 모음집을 한 번에 읽기 어려워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어낸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에 머무는 일이기에, 한껏 스며들었다 겨우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짧은 호흡으로 여러 명의 마음을 한 번에 읽어내는 일이란 역시나 쉽지 않다.

 

그래서 조금씩 머금기로 했다. 아주 문득 ‘사랑’이라는 감정이 궁금해질 때, 정확히 사랑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랑 비슷한 감정을 어렴풋이 감각해 보고 싶을 때마다 자주 이 책을 펼쳐들었다. 열다섯 명의 시인이 써 내려간 각양각색의 이야기에는 필사하여 간직하고 싶은 주옥같은 언어들이 많았고 각각의 문장에는 열다섯 명의 각자의 고유한 향기와 질감이 느껴졌다.

 

각자의 언어의 세계에서 힘을 느꼈다. 사실 필자는 글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고 느낀 바를 적확하게 써나갈 수 없을 때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나와 비슷한 감정의 형체를 구체적으로 표현해낸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는다.

 

바로 『사랑에 대답하는 시』가 그러했다. 마음 가득 수놓은 열다섯 명의 사랑의 언어들을 통해 정말 다양한 순간에서 ‘사랑’이라는 모양을 읽어낼 수 있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잘 조각된 언어에는 또다시 표현 못 할 무언의 감동을 선사한다. 이렇게 각자만의 색깔과 향기를 가진 언어로 ‘사랑’이 그려질 수 있다는 사실에 순간마다 감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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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사랑’이라는 존재를 감각하다


 

어떤 사랑은 흔적을 남긴 채로 홀연히 사라지고, 또 어떤 사랑은 뒤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사랑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없는 흐린 풍경 속에서,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꺼내어 온 진심도 있다. 여름 감기처럼 지독하기도 하다. 사랑이 보여주는 기쁜 장면을 기억하는 사랑스러운 자리도 있다. 그렇게 열다섯 명의 시인은 각자 자기만의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들 각자만의 언어로 써 내려간 이야기에서 유독 공감이 갔던 구절들이 몇 군데 있다.


 

사랑은 언제나 모호하고, 모호한 채 나를 잠식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사랑이라는 유령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기쁘다. - 김선오, 산문 「유령과 은박지」 중

 

만약 우리가 마음을 전시하는 그 방법을 알았다면, 우리는 조금 덜 슬펐을까. 공룡이 제 흰 뼈를 환한 태양 아래 꺼내 그 텅 빈 허무를 지켜봤다면, 소행성이 충돌하기 전 땅을 파고 들어가 우는 법을 배웠을까. - 신용목, 산문 「마음 살해자의 미래」 중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나요. 나는 비. 비가 된다면 좋겠어요. 비 오는 날, 창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유리창에 찾아가 미끄러지듯 인사를 하겠어요. 무엇이든 가능한 사랑의 모양을 보여주겠어요. 경쾌한 물의 춤을. - 강혜빈, 산문 <사랑을 발명하는 사람> 중

 

나는 이렇게 주로 기억을 통해서만 선명하게 감각되는 사랑이 곤혹스럽다. 내가 지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느껴야 내가 좀 더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텐데, 회상을 통해 겨우 사랑을 느낀다면 이에 관해 현재의 내가 손을 쓰기가 어려우니까. 내가 훗날 이 순간을 사랑하게 될 것을 예감한다 하더라도 그렇다. 마음이란 늘 폭군처럼 굴며 다음의 나를 후회하게 만든다. - 송승언, 산문 「아무것도 사랑할 수 없고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중

 

손을 빈틈없이 모은다. 일회용 몸에 무한의 마음을 담아보려고. 이마를 타고 뜨거운 기도가 흘러내린다. - 이혜미, 산문 「모아 든 두 손에 잠시의 영원이」 중

 

 

열다섯 명의 이야기는 마치 촉매제와도 같다. 그들이 써 내려간 각자의 언어는 내 안의 어떤 연약한 촉수 하나를 탁 건드린다. 그 순간 그들의 언어에서 내가 비슷하게 느낀 ‘사랑’이라는 감정의 정체를 찾아낸다. 그리고 덧입혀진 또는 새롭게 떠올린 ‘사랑’이라는 존재를 나만의 방식으로 구체적인 형상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사랑에 관해 질문을 떠올리고 답하고 싶어진다


 

읽다 보면 사랑에 대답하는 시에 나도 대답하고 싶어진다. 이들이 던진 질문들이 주옥같기에 공유해 본다. (열다섯 명의 시인 모두 하나씩 질문을 던지지만, 중복되는 질문도 있다.)


 

- 사랑도 배울 수 있나요?

- 당신에게 사랑은 어떤 모양인가요?

- 당신에게 남아 있는 사랑의 흔적이 있나요?

- 사랑은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다 놓을 수 있을까?

-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나요?

- 누군가의 사랑을 기쁨으로 바라본 순간을 기억하나요?

- 우리는 정말 만나지 않는 채로 사랑할 수 있을까?

-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이유로, 당신 자신을 사랑하나요?

- 사랑은 어떻게 경험되는 걸까요?

- 영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사랑이 있나요?

- 사랑이 떠난 후 당신은 무엇으로 남아 있나요?

 

 

눈길이 가는 질문이 있다면 먼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여다봐도 좋다. 각기 다른 열다섯 명의 이야기를 경험하는 재미가 있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에게도 그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그럼 단번에 사랑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시인들이 수놓은 사랑의 갈피들에 힘입어 필자 또한 ‘사랑은 어떤 모양인가요?’라는 질문에 답해보았다.

 

필자에게 사랑이란 정확하게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다. 지나온 순간들 속에서 꽤 다양한 얼굴의 사랑을 만났기 때문이다. 어떤 날에는 허무함의 얼굴로, 또 어떤 날에는 유리창에 미끄러지듯 인사를 건네는 경쾌한 비의 얼굴로, 또는 한껏 뜨거운 욕망의 얼굴로 찾아오기도 했다. 그때마다 무엇이든 가능한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밀어냈다가 받아들이기도 했다. 다만, 두 손 빈틈없이 가두어두고 싶지만 동시에 흘려보내고 싶은 감정임은 확실하다.

 

*

 

읽고 보니 순간마다 여운이 남는다. 누군가의 마음을 이렇게나 다양한 감정으로 일렁이게 만드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존재가 더욱 거대하게 느껴진다. 사랑에 대해서 계속해서 궁금해하고 또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에 대답하는 시』에 모인 열다섯 명의 시인의 이야기는 어쩌면 이 책을 읽게 될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들을 다양하게도 흩뜨려 놓을지도 모르겠다.

 

불완전해도 좋다. 애초에 사랑이란 정의 내리려 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사랑이라는 감정이 궁금해질 때마다 모은 감정의 흔적과 기록들을 더듬어 보고, 각자의 사랑을 비춰보며 그 존재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사랑이라 느껴지는 순간들을 마주치는 시간들 속에서 언젠가 사랑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으로 하여금 더 많은 다양한 사랑의 갈피들이 조각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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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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