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커피 한 잔에 담긴 이야기들 - 커피 한잔

글 입력 2022.01.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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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어서는 조금 마시다가, 직장인이 되고나서는 손에서 뗄 수 없게 된 커피. 일생에 커피를 꽤나 많이 마셨음에도 좀 많이 쓰다, 시다, 고소하다 정도의 느낌정도로만 맛을 느끼는 막입을 가졌다보니 어디가서 커피 잘 마셔봤단 소리는 잘 하지 못한다.


대학생이었을 때, 잠이 잘 깨지 않아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1L 아메리카노를 하나 사서 강의실에 들어갔다. 당시엔 커피의 효능(?)보단 맛을 따지던 때라 내가 마셔본 아메리카노 중 맛있던 곳의 커피를 사와서 마셨었다.


그런데 마시면 마실수록 잠은 좀 깨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지고, 뭔가 있지도 않은데 몸이 가려운 느낌이 들었다. 팔과 다리를 가만히 두기가 어려웠다. 카페인 중독이었다. 대신 물을 많이 마셔주고 시간이 지나니 다행히 사그라들었다. 딱히 무서운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굉장히 불편했다.


그때 이후로 아메리카노는 잠시 멀리하고 카페인이 덜 들어간, 또는 단 맛이 많이 나는 커피만 찾아 마셨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때 뿐일뿐, 이제는 아메리카노 두 잔을 마셔도 잠이 잘 오는 '찐' 현대인이 되었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커피를 마신 세월이 길어져서일까, 커피와 관련된 일화가 꽤나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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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 커피와 관련하여 말해주는 책이 있다. <커피 한잔>에는 다양한 커피의 종류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커피의 역사도 있고, 커피와 관련된 문학, 간단하게 읽을 일화 등 재밌는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커피'라는 컨셉에 맞게 책의 폰트 색상도 커피 색상, 글꼴도 부드러우면서도 정제된 깔끔한 느낌의 스타일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커피의 정보는 브라질이나 케냐, 에티오피아 쪽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으며 조선시대 고종이 꽤나 즐겨 마셨다는 정도이다. 그리고 루왁 커피가 만들어지는 방법이라든가 그런 자잘자잘한, 사실 남들 다 알 법한 내용들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커피의 역사는 길었으며,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는 넘쳐났다.


책을 읽다 익숙한 구절이 눈에 보였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중학교 3학년, 굉장히 수업을 재미나게 해주시던 국어 선생님이 계셨다. 당시 문학의 역사에 대해서 가르쳐주셨는데, 고전소설부터 해서 근현대 소설로 이어지면서 각각의 시대별로 중요한 책이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그때 배웠던 책이 바로 이 책,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었다.


1934년에 쓰여진 이 책은 박태원 작가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쓴 책으로 유명하다.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 제목 그대로 소설가인 구보씨의 하루를 보여준다. 그저 의식이 흐르는 대로 걸으면서 주변에 보이는 것들이 소설에 담겨있다. 물론 그 안에는 당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배경, 사건이 포함되어있다. 원체 어려운 것보다는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선호하다보니, 내 의식도 같이 흐름대로 읽다보면 잘 읽혔던 이 책을 재밌게 읽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왜 커피와 연관이 있나 싶었는데 잊고 있었던, 구보씨가 다방을 방문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것도 두 번이나 방문했다. 첫 번째 방문 때, 다방 안에서는 인생에 지쳐있는 사람들이 본인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말하자면 삼포족과 같은 사람들로 일을 하지 않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도 우리는 친구, 지인을 만날때 주로 카페에서 만나게 된다.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에서 어느샌가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그건 구보씨가 들렀던 다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피는 단순히 맛을 넘어서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회사에서 점심시간 때 밥을 먹고 친한 동료들과 커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게 일 하는 시간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인 것 처럼 말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커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현대인들에게 커피는 동네 카페나 프랜차이즈 점에서 마시는 커피가 대부분이고 (영화 써니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다방'의 느낌을 아는 이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다방'의 느낌이 많이 적혀있던 터라,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잘 되지 않았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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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말 했듯이 이제는 1일 1커피를 달고 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커피가 마시고 싶은 거면서 산책 하는거라고 일석이조라 생각하며 카페를 방문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을 자주 만나지는 못 하지만, 카페에 가면 맡을 수 있는 커피 원두의 향이 마음을 가라앉게 해준다.


무엇에 대해서, 그것에 관해서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점이 배가 되듯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커피 한잔>을 읽으면 그 커피가 더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늘 자주가는 집 근처 카페가 있는데, 지금 바로 가서 한 잔 테이크아웃 해와야 될 것 같다. 최애커피는 그 카페에서 만들어주는 1샷만 들어간 아이스 아메리카노. 책과 읽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조합이 될 것이다.

 

 

커피한잔_평면표지.jpg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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