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권의 도서로 끝내는 낭만적인 이탈리아 미술관 투어 - 90일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

글 입력 2022.01.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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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밤 미술관.jpg

 

 

독서는 정적인 활동인가에 대한 물음을 넌지시 던져보았다. 영화나 뮤지컬에서 느끼는 시각적, 청각적 감각의 자극이 오직 글로 대체되는 활동. 하지만 독서를 단순히 정적이다라고 매듭짓게 되면 너무나도 아쉬운 느낌표 한가닥이 나를 무섭게 쫒아오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독서는 글이라는 아름다운 수단 하나로 우리의 생각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환기시키며, 끊임없이 우리의 뇌에 동력을 공급하기 때문이 아닐까. 정적이지만 가장 정적과 거리가 멀다고 정의내릴수도 있는것이 독서인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책 속의 세계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는데, 오랜만에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런 마법 같은 몰입의 순간을. 도서 <90일 밤의 미술관>은 독자들을 실제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착각으로 현혹시킨다.

 

2800년 역사를 품고 있는 영원의 도시 로마,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꽃피운 도시 피렌체 뿐만 아니라 밀라노,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의 여러 미술관에 소장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이 유달리 특별했던 것은 이탈리아를 사랑하는 국가 공인 가이드들의 해설 덕분에 작품을 보는 안목을 더욱 제고시키며, 독서를 통해 아주 생동감 있는 작품감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작품들 속에 담긴 그리스신화 스토리와 그를 통해 역사와 예술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라오콘 군상>은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복원작업을 거절할 정도로 조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인데, 거기엔 우리의 어릴적 향수를 자극하는 그리스로마신화 스토리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기때문이다. 트로이전쟁 당시 그리스 연합군의 오디세우스가 묘수를 내어 커다란 목마를 만들고 그 속에 병사들을 숨겼을때, 라오콘은 목마를 성벽으로 들이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 장본인이었다.

 

그때 그리스 연합군 편에 있던 여신 아테나가 포세이돈을 통해 라오콘과 그의 두아들에게 바다뱀을 보내 죽음으로 몰아넣고 연합군은 승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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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콘 군상>

 

 

조각작품에 대한 감상경험이 많이 없었던 나는 가이드의 설명을 읽기전엔 라오콘 군상이 왜 그렇게 인기있고 위대한 작품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작품에 담긴 스토리를 이해하고 나니 아차 싶었다.

 

조각이라는 예술로 인간의 신체적 고통과 심정을 라오콘군상의 꿈틀거리는 근육뼈대들처럼 생생하게 표현해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대리석이 인간의 육체 뿐만 아니라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며 하나의 생명으로 재탄생한 작품이니 실로 대단한 작품이 맞았다.

 

미켈란젤로의 천재성+a에 감동했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다. 바로 로마,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천장화>이다. 당시 욕심많고 변덕이 심한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미켈란젤로에게 처음엔 자신의 영묘조각을 의뢰했다가 이후 마음이 바뀌어 성당 천장화 임무를 맡겼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이 조각가인 자신에게 회화를 맡기는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했지만 결국 임무를 수행하며, 난생 처음으로 생석회 반죽이 마르기 전에 스케치와 색을 칠하는 프레스코화 작업을 하게 된다. 160평의 휘어진 천장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는 장장 4년이라는 시간을 머리와 허리가 꺾인채, 얼굴과 눈에 석회반죽과 안료가 쏟아져 피부병을 얻고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림 그리는 것에만 몰두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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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 천장화>

 

 

천장화에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어 에덴동산에 쫒겨난 사건과 아담의 창조 등 성경의 이야기가 마치 회화가 아닌 조각처럼 입체감있고 현실감있게 표현되어있다고 한다.

 

아직 로마에서 천장화를 직접 올려다본 적은 없을지라도 작품에 대한 내막과 그에 담긴 예술성, 역사와 종교, 예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완벽한 작품이기에 감탄을 내뱉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 시스티나 성당에서 천장화를 직접 보게 되는 순간을 잠시 상상해보았다.

 

머리와 목을 뒤로 젖혀 작품을 올려다보며 예술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역사의 살아있는 흔적에 감동할 것이고, 미켈란젤로의 위대함에 감동하여 재빠르게 눈물을 훔칠 작은 손수건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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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 아담의 창조>

 

 

160평의 천장화를 깊이있게 들여다보기 위해선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감상 시간량에 따라 내 목을 조여오는 통증은 심해질 것이고 그 통증이 나에게 스며들수록 4년이라는 시간에 담긴 미켈란젤로의 예술적 투혼과 더욱 강력한 교감을 나누게 될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에 물들었다.

 

그의 일화를 통해 도전이라는 낯선 목표가 우리에게 찾아왔을 때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90일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는 미켈란젤로 뿐 아니라, 라파엘로, 다빈치, 베르니니 등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과 각각에 담긴 이야기들, 그들의 창조적 영감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에 눈꽃처럼 내려앉는 듯한 멋진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내게도 이제 이탈리아를 여행해야할 아주 매력적인 동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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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 - 아테네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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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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