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방원의 선택과 그가 만든 운명 - 뮤지컬 창업 [공연]

김동형의 이방원
글 입력 2022.01.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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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창업은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시즌 1, 2에 이어 현재 시즌 3에 이어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저번에 쓴 글과는 달리 이번 글에서는 형식보다는 '이방원'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해 후기를 써보고자 한다. 본 작품은 여말선초 시기를 '이방원' 중심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이방원의 역할을 맡은 배우(의 해석)에 따라 극의 전반적인 느낌이 달라지고 있다.

 

그중 김동형의 이방원은 '아버지와 가족의 사랑을 갈구하는' 이방원으로 가족을 위해 거리낄 것이 없었지만 가족의 배신으로 아픔과 상처가 많은 인물이다. 지금까지 매체에서 '잔인한 피의 군주'로 그려지던 이방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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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극은 사회자의 안내 멘트를 시작으로 등장인물들이 모두 나와 "새 나라 새 역사 새 시대가 열릴 것이다. 새 하늘을 펼쳐 새 세상을 만들 것이다. 모두가 바라는 새로운 시간. 반드시 이루리라"를 부르는 오프닝 넘버로 시작된다. 혼란스러웠던 시대 속에서 이성계, 신덕왕후, 이방원, 정도전, 정몽주가 서로 다른 자신들의 목표를 말한다. 최영 장군이 죽은 후 이성계 일가와 정몽주의 사이가 어느 정도 틀어지기 시작한 후부터 극이 전개된다. 정도전과 정몽주의 의견 싸움이 고조될 때 즈음 이방원이 가면을 쓰고 나타나 '백성의 노래'를 부르며 정몽주의 의중을 떠본다.

 

하지만 그런 이방원의 모습에, 이성계는 “이방원 네 이놈..!”이라고 호통을 치며 나간다. 이때 이방원이 갑자기 눈물을 한 방울 흘린다. 순간이었지만 이방원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강한 척하며 천진난만한 가면을 쓰고 (정도전이랑은 이미 계획된 듯한 느낌이다) 정몽주를 떠 보는데 아버지인 이성계는 그를 멸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때 아버지를 좋아하는 아들로서 상처받은 모습이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이런 모습은 ‘백성의 노래’가 끝나고 정몽주가 이방원을 보며 “아직 어려서 뭘 몰라 저럽니다”라고 말할 때 이성계가 “쟤가 뭘 어려. 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똑똑해서 행정고시 한 번에 합격했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아버지의 칭찬을 받아 더없이 기쁜 이방원의 모습과 대비된다. 아버지와 형들을 따라 전쟁터에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었지만, 과거 급제를 통해 유일하게 아버지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았다는 그 기쁨이 잘 드러난다.


정몽주와의 정치적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이성계가 낙마한 틈을 타 정몽주는 이성계 세력을 잡아들인다. 유일하게 도망친 이방원은 신덕왕후 강 씨와 함께 다시 세력을 규합하여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이때 이방원은 그동안 좋지 못했던 새어머니 강 씨와 관계 개선을 하게 된다. 작은 아버지 댁으로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이방원은 "조심하세요. 어머니"라고 외친다. 자신을 그녀의 자식들과 똑같이 아들로 바라봐 주는 강 씨의 모습에 이방원은 눈물이 나온다. 그가 얼마나 가족의 사랑을 갈구했는지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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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택, 나의 운명 (이방원役 윤현찬) ⓒ you_treasure1 (인스타그램)


 

나의 선택, 나의 운명. 나의 시간, 나의 길. 무얼 위해 가고 있나. 

내가 향하는 그곳.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이 길을 헤매고 있네. 

저 바람은 알고 있나. 내가 가야 하는 이 길.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내가 원하는 세상을 향해 오늘도 걷고 있네. 길을 만들어 가네

 

길을 잃은 아이처럼 헤매며 홀로 걷고 있네. 알 수 없네.

이 길의 끝에서 사라질지라도 멈출 수 없어. 

나의 선택, 나의 운명. 나의 시간, 나의 길. 

멈출 수 없어 돌이킬 수 없어. 나아가야 해. 끝이라 해도. 

내가 바라는 그 세상을 위해. 나의 운명!

 

 

그는 이제 자신이 원하는 대업(조선 창업)을 위해 나아가기로 굳건히 다짐하다. 첫 가사인 “나의 선택, 나의 운명”을 내뱉는 순간 이방원은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그 눈빛은 생기로 가득하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나가려 다짐하는 모습이다. 노래는 불안한 현 상황을 말해주듯 조심스럽게 한 음 한 음 불러진다. “누구도 막을 수 없어”라고 말하는 부분에 도달하는 순간 확신에 가득 차게 된다. 그 후 "길을 잃은 아이처럼 헤매며 홀로 걷더라도" 부분은 다시 길을 차지 못해 방황하는 이방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다. “이 길의 끝에서 사라질지라도 멈출 수 없어”라고 하는 그의 다짐과 그를 통한 다짐이 다시 등장하는 “나의 선택, 나의 운명. 나의 시간, 나의 길”이라는 동일한 부분을 불안한 마음을 담아 조심스럽게 부르는 것과 달리 대조해서 확신에 차서 부르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제 그는 자신의 길에 확신을 얻었고,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향해 외친다. “나의 운명!” 하지만 그 운명은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자신이 개척해 나간, 그가 만든 그의 운명이다.


그 후 정몽주가 감옥에 갇혀 있던 정도전을 찾아온다. 맥없이 눈을 감고 감옥 기둥에 기대어 있던 정도전을 보고, 순간 정몽주는 그가 죽은 줄 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잠을 자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이 부분이 정도전과 정몽주의 관계를 잘 나타내준다. 정도전은 정몽주에게 자신이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넌지시 물어본다. “이방원은 잡았냐?” 그 질문에 정몽주는 잡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 순간 정도전은 알았을 것 같다.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는 씩 웃는다. 이방원이 해낼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장면이 진행될 때 “나의 운명, 나의 선택”을 부르며 한 단계 성장해 나간 이방원이 다른 쪽에서 마치 차분히 하나씩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방원은 자신의 솔로곡을 마치고 무대에서 나가 그 순간은 존재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여운이 무대 위에 정몽주와 정도전이 대화를 끝내는 순간까지 남아있었다. 이 여운이 정몽주와 이방원(이성계 일가)의 승리를 암시해 주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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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가, 단심가 / (좌) 정몽주役 강동우 (우) 이방원役 김동형

 

 

이방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들 넘치니.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 년까지 누리리라

 

정몽주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이 있으랴

 

이방원, 정몽주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네. 누가 과연 옳은 선택인가. 서로 다른 길을 걸어 가네. 하늘은 누구의 편인가. 후회 따윈 없어. 부끄럽지 않아. 마지막 기회야. 난 변하지 않아

 

 

정몽주를 죽이려 하지만, 정몽주와 함께 가려는 이성계 때문에 이방원은 오히려 정몽주를 회유하라는 이성계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효자였던,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이방원은 이미 정몽주와 같은 길을 향해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유를 시작한다. 하지만 정몽주는 예상대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이방원은 이에 이렇게 말한다. “이미 다른 뜻 다른 길에 서 있네. 마지막 내민 손마저 부끄럽네.” 정몽주와의 대립이 끝나고 이방원은 작은 아버지(이지란 장군)를 찾아간다.


그는 왜 처음부터 자신이 직접 정몽주를 처단하려 하지 않고 작은 아버지를 찾아갔을까? 이성계에 미움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정몽주의 죽음 이후 이성계가 이방원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니 말이다. 이런 절박한 마음에 이방원은 작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한다. 정몽주를 죽여 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지란 장군은 단칼에 거절한다. 결국 이방원은 조영규와 함께 정몽주를 찾아간다.


정몽주가 선죽교에 들어서며 “천 길 바위 돌고 돌아 올라가니 나로 하여금 감정을 이길 수 없게 하네”를 읊조린다. 서로 본심을 숨기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성계와 함께 술을 마시며 과거의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것을 회상한다. 그들은 어쩌다가 서로를 죽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이르렀을까... 이방원과 철퇴를 든 조영규가 선죽교에 있던 정몽주를 찾아온다. 그 앞에서 정몽주는 자신의 신념은 죽음 앞에서도 바뀌지 않을 것을 다시금 강조한다. 이방원은 자신의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정몽주를 쳐다본다. 그는 그런 모습을 보며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그는 “창업”을 외치고, 그 순간 조영규가 철퇴로 정몽주를 내리친다. “창업”이라는 두 단어가 이방원이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주고, 동시에 그 단어를 외침으로써 자신의 두려움을 숨기려고 하는 이방원의 모습이 드러난다.


새 나라가 열렸다. 하지만, 정도전이 국무총리로 임명된 반면 논공행상에서 이방원은 제외되고, 사병까지 빼앗긴다. 분노한 이방원이지만, 그는 침착하게 웃으며 정도전에게 더 이상 선을 넘지 말라며 경고한다. 예전 같았으며 그는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겠지만, 정도전의 가르침대로 그는 자신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지 않으며 상황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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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 2 (좌) 이방원役 곽동현 (우) 이성계役 최오식

 

 

명나라에서 사신이 와서 조선의 왕자를 명으로 보내라고 한다. 정도전과 신덕왕후의 계략으로 이방원이 사신으로 거론된다. 이성계도 의중을 직접적으로 내비치지는 않지만 그의 생각도 동일하다. 이미 자신이 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안 이방원은 담담한 태도로 “갈게요”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주원장 트라우마를 없애 준다는 이방원. 그리고 곧이어 그가 세자 책봉 이야기를 꺼내고 이성계는 바로 답하지 않고 조금의 침묵 뒤에 “알겠다”라고 말한다. 이 부분이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 뒤의 일을 모르고 보면 부모로서 자식을 아끼는 마음에 울컥해서 답이 늦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후의 일을 아는 상태로 보면 이방원을 이용하기 위한 거짓말을 하기 위해 침묵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성계  지금 너의 모습 어쩌면 나의 잘못

이방원  지금 나의 모습 어차피 나의 선택

 


이성계가 이방원을 보면서 이방원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음에 자신이 원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버지를 사랑하는 이방원은 이성계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피력한다. 끝까지 이방원은 아버지를 위했으며 아버지를 위해 사지인 명으로 갔다. 명으로 가기 전 이성계는 처음으로 이방원을 향해 팔을 벌려 자신의 가슴을 보여준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본 이방원은 처음에는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언제 그 팔이 닫힐지 몰라 초조해하며 그의 품으로 뛰어 가 아버지를 부서질 듯 않는다. 이성계는 처음으로 그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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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돼라 / (좌) 이방원役윤현찬 (우) 주원장役박한근 ⓒ you_treasure1 (인스타그램)

 

 

어둠이 나를 감싸네. 차오르는 분노

욕망이 내게 말을 거네. 이제 자유로울 시간

 

 

명에 도착했지만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이방원은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꺼내어 자신을 지킬 방어 도구로서 활용한다. 그는 주원장 앞에서 건방지게 굴며 자신의 두려움을 숨긴다. 하지만 당당한 말투와 달리 그의 눈빛은 초조하고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주원장도 그의 눈빛을 봤으나 그럼에도 당당한 그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들어 왕이 되는 길을 알려준다고 한다. 그 순간 이방원의 눈빛에는 불안감은 사라지고 욕망만이 남는다. 주원장을 통해 왕이 되는 법에 대해 알게 된 이방원은 조선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조선에 돌아오고 이방원은 찬밥 신세이다. 그는 ‘왕자’라는 껍데기만 얻었을 뿐 지방으로 좌천되고, 조선 건국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어린 방석이가 세자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욕망도, 분노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알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바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때’를 기다려야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정도전과의 정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호랑이가 발톱을 숨기고 사냥감을 사냥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처럼 이방원은 조용히 앉아 그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궐에서 그를 부른다.


궐에 도착하자마자 본 방석이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아무런 대가(노력) 없이 얻은 세자의 옷을 입고 있다. 그것을 본 이방원은 그동안 잘 제어해왔던 분노가 치밀어 그 순간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방석의 옷깃을 잡아챈다. 마치 그 옷을 찢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 이성계와 신덕왕후, 정도전이 들어오고 이방원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한다. 말로는 이방원의 입궁을 환영하는 듯 하나 이성계의 눈빛은 차갑다.

 

내전 회의가 시작되고, 이방원만 홀로 서 있다. 정도전, 방석, 이성계, 신덕왕후. 그들은 모두 한 편이다. 그들이 이미 잘 짜 놓은 연극에 이방원이 마치 불청객이 된 듯한 모습이다. 정도전, 방석, 이성계, 신덕왕후를 비추는 불빛은 따뜻한 노란색인 반면, 이방원을 비추는 조명은 서슬 퍼런 파란색인 것이 그들의 처지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 준다. 진정한 군주의 정치가 무엇인지 묻는 정도전의 질문에 이방원은 “칼”이라고 답한다. 그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순간 모두의 비난이 쏟아진다. 그는 울부짖으며 말한다. “처음부터 제 자리는 없었겠죠”. 그는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던 분노와 슬픔을 모두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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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役 김동형

 

 

비겁한 승자들의 허물을 걸치고 악명을 짊어지고 참혹하게 버텨왔던 시간

피를 뒤집어쓴 채 씻을 수 없는 고통 속에 홀로 울부 짖은 시간

이게 그 대가인가 세상은 또 나를 배신하나

더 이상 나를 조롱할 수는 없어

 


눈물을 흘리면서도 악독한 눈빛으로 자신이 지금까지 겪어온 고통을 말하는 이방원의 모습은 가히 복합적이다. 그의 눈빛에서 도대체 무엇을 위해 피를 흘려왔는지, 힘든 일을 이겨내기 위해 겪었던 고통을 그토록 힘들게 이겨내왔는지 모르겠는 허무감과 회의감이 느껴진다. 동시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눈물은 괜찮은 척 담담했던 그의 모습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절절하게 말해준다.

 

그는 결국 사병으로 궁을 에워싸고 왕자의 난에 성공한다. 신덕왕후의 뒤에 숨어 도망가는 방석이를 향해 분노한 상태로 무섭게 다가선다. 그런 방원의 모습을 보며 신덕왕후는 더욱더 방석이를 에워싸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똑같은 아들이라고 말했던 신덕왕후에 대한 배신감("왜 그랬어 나에게. 내가 어떻게 했는데. 그래 내가 어리석었지. 당신에겐 진심 따윈 기대하면 안 됐었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성애가 그리웠던 이방원을 품어주었던 강 씨는 여기에 없다. 그녀는 이미 예전에 죽었다. 그녀에겐 중요한 것은 자신이 낳은 자식 방석과 방번뿐이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 이방원은 분노하게 되고 더 이상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지 않기로 결심한 듯 보인다. 마지막 희망이자 소망이었던 가족에 대한 사랑까지 버린 그는 말한다.

 

 

살.. 살이 떨린다. 피, 피를 부른다. 

주체할 수 없는 나의 분노가 천지를 흔든다

나 너를 향해 칼을 겨눈다. 피의 비를 내려줄게

너에게 내릴 나의 심판

이미 정해진 나의 운명

이젠 내가 끝내줄게

 


눈물을 흘리며 처절하게 절규하며 자신의 분노를 드러내는 이방원의 모습은 단순히 분노했다고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잃은 것이 없기에… 그는 이 사태의 모든 원인이 정도전에게 있음을 알리며 그를 처단하기 위해 나선다.


선인교에 도착한 이방원은 정도전에 대한 혐오와 배신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고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정도전은 분노하지만 그의 분노는 이미 이방원 앞에서 소용없는 것이다. 이방원은 한 치의 고민 없이 정도전을 칼로 찌르고 조영규는 그런 그를 철퇴로 내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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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役 윤현찬 ⓒ you_treasure1 (인스타그램)

 

 

그 후 이방원은 왕좌를 향해 유유히 걸어간다. 그는 지쳐 보이는 듯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는 데에 미소를 보이기도 한다. 왕좌에 도착해 보니 이성계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아버지를 향해 눈물을 흘리며 손을 뻗지만 이성계는 냉담하게 돌아선다. 그는 끝까지 그토록 갈구하던 아버지의 사랑도 받지 못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었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그의 모습에서 자신의 원하는 것을 이루었지만 그 일련의 과정 속에 있던 애환이 나타난다.  그는 말한다. “나는 역사에 악독한 놈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정몽주와 싸울 때부터 미래의 기록 따위에는 관심 없었다. 그는 현재가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후세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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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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