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설렘을 시각화 하는 미술관,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꾼 - 90일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

글 입력 2022.01.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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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설렘이라는 단어를 직접 눈을 본 날이 생생하다. 바로 여행길에서 마주친 미술관이었다.

 

당시에는 미술관이란 것이 어릴 적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갔던 공간이기만 했었다. 또는 그 속에 담긴 그림들은 작가명, 의도 그리고 어느 시기에 만들어졌는지 지독히 외워야 했던 암기 과목일 뿐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동유럽 여행 속 갔던 미술관들 속 그림들은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그때는 머리가 아프도록 외우던 미술 작품들이 내 앞에 있단 사실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때부터 여행을 떠날 때마다 그 나라의 미술관을 꼭 들리는 것은 나의 여행 습관이 되었다.

 

그러한 여행 습관은 날 숨 쉬게 하는 창구였다. 미술관에서 마주치는 설렘이란 단어는 언제나 날 행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찾아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설렘이란 단어는 빛이 바랜 사진첩 추억이 되어갔다.

 

 

 

여행에 대한 새로운 창구 '90일 밤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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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 ‘90일 밤의 미술관’ 은 그런 점에서 내게 새로운 창구였다.

 

코로나19가 끝남과 동시에 여행을 꿈꾸는 나에게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또한 저자 중 한 분인 김덕선 작가의 입시 위주의 역사 강의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살아 있는 역사를 공부하고 싶어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설명은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 책은 90일 동안 조곤조곤하게 여러분을 미술관으로 데려간다. 90일 밤의 미술관은 아주 조용하고, 우리뿐이다. 이 상상만으로도 너무 설레지 않는가. 책을 읽는 내내 작은 등불 하나를 들고 미술관을 걸어가고 있는 나 자신을 상상했다.

 

그러한 상상 속에 내 손을 함께 잡고 걸어가 주는 가이드분은 재미난 이야기꾼이자,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창이기도 하였다.

 

 

 

그림 속 바쿠스는 왜 병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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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미술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바로 26번째의 밤에 내가 걸었던 ‘병든 자화상’ 부분이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병든 바쿠스>는 내가 알던 바쿠스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바쿠스는 항상 곁에 포도주가 흐르고 활력과 즐거움이 함께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접한 그림 속의 바쿠스는 술에 취한 채 사람들과 어울려 활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카라바가 그린 그림 속에서 바쿠스는 화려한 장식, 즐거움이 넘쳐나는 희락조차도 없었다. 또한 바쿠스의 모습은 병자와 같았다. 탁한 눈, 부은 살, 창백한 안색이라니. 누가 그를 술의 신 바카스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심지어 그의 손끝의 포도 한 송이는 말라 시들어 있었다. 가장 대비되는 모습을 왜 화가가 그렸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다행히 내 곁에는 90동안 하나하나에 대해 설명해 줄 친절한 동반자가 있었다. 카라바조는 로마에서 생활하기 시작했을 때 후원자의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술에 취해 하루하루 보내던 그는 죽음까지 목전에 드누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 당시의 자신을 모델로 한 그림이 지금의 그림이라고 한다. 죽음을 직면한 카라바조의 모습이 그럼에도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 건 마치 그가 화가로서 한줄기의 희망을 품고 그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책은 덧붙인다. 뒤에 감쳐준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바카스를 다시 바라보았다. 너무 힘들어 보였지만 그럼에도 눈에는 언젠가 피어오를 자신의 꿈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90일 밤을 함께 보내며 새로운 이야기꾼의 탄생


  

이처럼 책은 이미 보았던 작품이든, 보지 못했던 작품이든 새로운 시선과 생각을 심어줄 수 있게 도와준다. 더불어 작품의 크기나, 질감과 같은 가이드 포인트를 바탕으로 실제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체험해 보면 좋을 보물 같은 조언들이 함께 담겨 있다.

 

이는 미래에 유럽에 갔을 때 떠오른다면 스스로가 이야기꾼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덮고 난 이후 90일이 흐른 기분이 들었다. 약 3달간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였다. 많은 작품과 작가 그리고 이야기들이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나의 허한 기분을 채워주는 것 같았다. 90일간 밤의 미술관을 한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일이라니! 이 책을 읽는다는 건 3달이라는 새로운 시간과 설렘들을 부여받는 일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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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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