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평범함 속에 반짝이는 것들 - 사울 레이터 [전시]

여러분은 현재를 만끽하고 계신가요?
글 입력 2022.01.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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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Saul Leiter - Gallery Fifty One.jpeg

사울 레이터 - 반사(1958)

 


필름 가격이 매년 오르고 있다. 컬러필름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이 코닥과 후지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나니, 가격이 오르는 게 크게 놀랍지는 않다. 핸드폰이나 디카로 사진을 찍으면 100장을 찍어 한 장 건진다는 심정으로 여러 장을 연속 촬영하곤 하지만, 필름이 한 장씩 줄어드는 게 보이는 필름 카메라로는 한 장 한 장 공을 들여 최선의 사진을 찍는다. 한번 찍어보면 그만의 맛이 있어 중독된다는 말은 필름 카메라를 잡아본 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벼르고 벼르다가 얼마 전 '라이카'의 필름 카메라를 샀다.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해주는 렌즈가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1940년대에, 라이카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절묘한 순간을 포착하여 전설적인 사진들을 남긴 사진작가가 있다.


다른 사진작가들이 흑백 사진을 고집하고 선호하던 1940-50년대, 미국의 사진 작가이자 화가인 사울 레이터는 컬러 필름을 사용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컬러 사진의 선구자'라 불린다. 그가 컬러 필름을 선호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회현역 가까이 위치한 전시 공간 '피크닉'에서 사진작가 사울 레이터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피크닉이라는 공간이 갖는 트렌디하면서도 클래식한 느낌과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이 잘 어우러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리 예매만 한다면, 감독과 사울레이터의 대화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사울 레이터 : in no great hurry>도 관람할 수 있다.

 

사진전을 보기 전에 영화를 먼저 관람했다. 2013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밀착된 시선으로 할아버지 사울 레이터의 자연스러운 삶을 바로 옆에서 관찰하며 배운 삶의 13가지 교훈을 풀어낸다. 그는 한평생을 사진을 찍으며 살았지만, 그저 세상을 음미하기 위해 뚜렷한 목적 없이 사진을 찍었기에 80세가 넘은 200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2013년 사망 이후에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내내 사울은 자신을 찍으러 온 감독을 신기해하고 자신이 뭐가 찍을 게 있냐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또 동시에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잘 담기길 바라며 내심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느 할아버지와 다를 게 없는 모습이지만 묘하게 소년다움을 풍긴다. 그는 늙는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길거리를 걷다가 어떤 노인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이 건물 유리를 통해 비추는데, 알고 보니 그게 자신이라고.


사울 레이터의 사진들은 절제되고 정적인 느낌을 주는데, 그의 사진은 모두 찍으려는 대상, 즉, 피사체를 똑바로 주시하지 않고 창문으로 비치거나 틈새로 보이는 모습이다. 색감이 빈티지한 데다가, 구도가 워낙 절묘해 마치 그림처럼 보인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사울 레이터는 매일 같은 거리에서도 교묘한 순간을 포착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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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통해 공개된 컬러 슬라이드.

사울 레이터의 컬러 작업은 대부분 슬라이드 상태로 보관되었다.


 

그는 60년간 뉴욕의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이를 증명하듯, 그의 아파트는 버리지 못한 물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같은 동네에서 60년간 지내며 같은 풍경을 찍는데도 새로운 장면을 포착하고 순간순간 반짝이는 것들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진의 가장 좋은 점은 보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거라고 그는 말한다. 굳이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신비로운 일들은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진다고. 사울 레이터의 사진 속 피사체는 모두 색다른 장소나 지구 반대편이 아니라, 매우 일상적인 장소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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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건 사진으로 찍힐만해요.'


 

요즘은 의식적으로 나의 의식을 현재로 가져오기 위해 명상을 하고 호흡법을 배운다. 숨을 제대로 쉬기도 힘들어하는 우리네들 사이에 그저 따뜻하고 사람답게 존재했던 그의 모습이 특별해진다. 그의 사진에도 이런 사람다운 시선이 묻어나기 때문에 지금의 현대인들이 그의 사진에 열광하는 게 아닐까?

 

전시를 관람하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이 생각났다. 영화 속 22번이 자신의 인생에 특별한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일상을 충만하게 즐기는 것이 자신의 불꽃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구에서 태어났을 때 사울 레이터 같은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사진을 통해 현재를 만끽하며 살았던 사울 레이터는 모든 순간을 예술로 기억했고, 기록했다. 사진전을 보고 나면 아마 카메라를 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나도 현재의 찰나를 포착하며 이를 만끽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의 사진전과 다큐멘터리 영화는 전시 공간 '피크닉'에서 2022년 3월 27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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