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7년의 밤 _정유정

글 입력 2014.09.10 18: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140910_191346681.jpg

7년의 밤

(정유정 저/ 은행나무)


이 소설은 ‘그러나’에 관한 이야기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파멸의 질주를 멈출 수 없었던 한 사내의 이야기이자,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만의 지옥에 관한 이야기며,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서 자신의 생을 걸어 지켜낸 ‘무엇’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정유정의 소설 <7년의 밤>의 경우, 플롯은 '모방범'과 흡사하다. '범인이 과연 누구인가?' 혹은 '범인은 어떻게 소녀를 죽였는가?'에 이야기의 방점이 찍히는 것이 아니고, '그는 왜 살인자가 되어야 했는가?' 혹은 '그는 왜 댐을 열어 주민들을 수장시킬 수 밖에 없었는가?'에 그 방점이 찍히낟. 이처럼 누군가의 삶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일은 어쩌면 모든 예술가의 의무이자 권리일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들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그 사실들을 만들어냈느냐에 집중하는 일. 작가는 현재와 과거, 그리고 더 과거의 시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겉잡을 수 없이 파멸을 향해 치닫는 등장인물들을 치밀하게 묘사해낸다. 지루할 사이없이 엄청난 속도로, 그러나 철저하게, 모든 진실들이 눈 앞에 펼쳐친다. 그리고 독자는 그 엄청난 진실들 사이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가끔씩책을 덮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엄청난 압박감에도 책에서 눈을 뗼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다. '도대체 7년 전 그날 밤. 무엇이 그를 살인자로 만들었는가?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혹은, '현수;의 아들 '서원'처럼 혹시 모를 어떤 가능성. 사실은 '내 아버지가 그렇게 잔인한 살인마는 아닐 것이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라는 희망의 가닥을 잡으려고 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서르이 끝자락에서 결국 '어느 누구도 결백하지 않다.'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뿐이다. 이 모든 진실을 그저 흘려보내지 못한 채, 아니면 그저 '이야기의 끝'을 보고자 중간에서 '이야기를 끝낼 수 없었던' 승환조차도. 그리고, 이 소설을 쓴 작가, 이 소설을 단숨에 읽어내려간 나, 그리고 당신 조차도.



-



<줄거리>



'세령호의 재앙'이라 불리는 사건에서 살아남은 열두 살 서원. 세상은 그에게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올가미를 덧씌우고, 친척집을 전전하던 끝에 결국 모두에게 버려진 서원은 세령마을에서 한집에서 지냈던 승환을 다시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한다. 세령호의 재앙으로부터 7년 후, 세간의 눈을 피해 살던 승환과 서원은 야간 스쿠버다이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청년들을 구조하게 되고, 이 일로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서원은 누군가로부터 한 편의 소설을 배달 받는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누군가에게 목 졸려 죽은 소녀를 둘러싸고 세령마을에서 일어났던 그날 밤의 사건. 서원에게 전해진 소설 『세령호』는 승환이 쓴 것으로, 7년 전 세령호의 재앙을 낱낱이 기록해 사건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이야기한다. 오랜 기간 수면 아래에 잠들어있던 진실은 7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사실과 진실 사이에서 방황하며 어둠의 시간을 걸어온 존재들은 그 시간을 딛고 서서히 진실의 맨 얼굴과 조우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무거운 과거의 그림자를 지고 살아온 서원과 승환 외에도,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각기 다른 면면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 인간의 본질을 밀도 있게 조명한다. 그는 그 특유의 짜릿한 문장과 탄탄한 캐릭터 설정, 물 샐 틈 없는 세계관으로 직조된 이 작품을 통해 숨 가쁜 서사적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박소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