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얼어붙은 세상의 통치자가 된다는 것 - 프로스트펑크 [게임]

글 입력 2022.01.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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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꽤 추워졌다. 눈이 온 뒤로 이제 내가 사는 곳은 최고 기온조차 영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추운 날과 차가운 공기를 좋아하는 나지만, 이 정도의 강추위는 대개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법이라서 굳이 할 일이 없다면 침대 밖을 나가지 않는 생활을 며칠째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 날 해야 그 맛이 사는 게임이 있다. 바로 '프로스트펑크'다.


게임 얘기를 즐겨하는 친구가 직접 해 본 뒤 추천한 것도 모자라 흔쾌히 자신의 집에서 플레이하는 것도 허락해준 것이 시작이다. 덕분에 나는 사지 않고 몇 시간 정도 해볼 수 있었는데, 너무 재밌었던 나머지 그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게임을 샀다. 물론 스팀에서 세일을 크게 하고 있었다는 것도 나름의 이유였다.


게임의 내용은 어렵지 않다. 이상 기후로 인해 긴 겨울과 혹독한 추위가 불어닥친 미래의 지구에서 지도자로서 최후의 도시를 지키고 살아남는 것이 초반의 시나리오다. 지도자의 위치에서 도시를 경영하는 일종의 경영 시뮬레이션, 전략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도 심즈나 심시티와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에 나와 잘 맞았던 것도 있지만, 게임 자체가 가진 매력이 상당하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스팀 펑크적 요소가 곳곳에 있는데, 황량한 게임 배경과 맞물려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뿜어져 나오는 증기와 그 위를 걸어 다니는 거대 자동 기계, 그리고 비행선을 타고 날아다니는 사냥단까지, 스팀 펑크의 팬이라면 좋아할 만한 풍경이 도시에 가득하다. 외적인 요소도 좋지만, 당연히 재미도 있다.


극한 상황에서 도시를 이끌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없더라도 생존을 위해 강제해야만 하는 것이 생긴다. 예를 들면 '아동 노동'이나, '진료소 과잉 수용' 등이 그렇다. 나 또한 처음에는 최대한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선택지를 택하며 진행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시민들은 날씨가 추워질수록 점점 더 어려운 요구를 하고, 당장 발전기를 돌리지 않으면 얼어 죽는 상황에서 결국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첫 번째 플레이에서 나는 엔딩도 보지 못하고 추방당했다.


조금 위험하게 들릴지 몰라도 게임을 좀 더 쉽게,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독재자처럼 도시를 통제해야만 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추운 날씨에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하루에 10시간씩 노동을 해야 하는 시민들을 보며 안쓰러운 감정을 느꼈지만, 두 번째 플레이부터는 고민도 없이 연장근무와 24시간 근무 버튼을 눌렀다. 실제로 '프로스트펑크'를 오랫동안 해 온 이른바 '고인물'들의 플레이를 보면 기상천외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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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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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도 어느 정도 이를 인식했는지 게임 중후반부로 갈수록 독재 국가와 같은 모습이 많이 보인다. 노동에 목적을 찾아주기 위해 플레이어는 '규율'과 '신앙' 중 하나를 택해 시민들을 통제할 수 있는데, 여기서 '규율'을 택할 경우 게임의 배경이 한층 더 공산주의적으로 변한다. 시민들을 '동무'라고 부르기도 하고, 플레이어를 '위대하신 대장님'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감시단이 매 작업장을 감시하며 효율을 극대화하고, 하루의 시작과 끝에 음산한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 '신앙'을 선택해도 나아지는 것은 별로 없다. 처음에는 시민들이 의지할 대상을 찾아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나중에는 플레이어, 즉 대장 본인을 신격화하는 정책을 통해 사회를 안정시키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독재자와 사이비 종교 교주 둘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게임 자체가 친절하지는 않다. 초반에 얼마나 많은 자원을 확보하는지, 어떤 선택을 내리는 지가 이후 플레이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부러 자세한 튜토리얼을 생략한 느낌이다. 결국 직접 부딪혀서 알아내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초보자가 공략 없이 1회차에 엔딩을 보기는 쉽지 않다. 나도 두 번이나 도시를 말아 먹은 뒤에야 공략을 참고하여 엔딩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클리어가 쉽지 않은 만큼, 그 후의 성취감은 매우 크다. 특히 마지막 부분을 넘길 때의 쾌감이 엄청나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강추위와 함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면서 최대치로 가동 중인 발전기조차 주거지에 제대로 난방을 공급하지 못하는데, 이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모든 노동을 멈추고 이전에 비축해둔 자원으로 발전기를 가동하며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만 한다. 살벌한 음악과 함께 뚝뚝 떨어지는 기온과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중환자 수, 사망자 수를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보통의 전략 게임에서 위기 상황을 어떻게 넘기는 지가 게임의 재미를 결정한다면, '프로스트 펑크'에서는 최후의 위기 상황을 위해 대비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바로 그 재미를 담당한다. 이 게임은 얼어붙은 땅에서 새로운 도시를 일궈내는 데에서 오는 기쁨보다는, 어떻게든 버티고 견뎌내는 근성에 더 집중한다.


이렇게 도시가 얼어붙지 않도록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권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정말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하는 것일까? 나의 가치관과 신념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도시를 유지할 수는 없는 걸까? 정답은 없다. 게임 안에서는 말이다. 이 게임 자체가 바로 거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프로스트 펑크'는 답을 내리지 않는다. 직접 플레이하고, 결정을 내리며 우리가 각자의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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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진행되며 플레이어는 점점 더 극한으로 내몰리고, 그 상황에서 신념을 지키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영리하게 룰을 활용하는 것이 절대적인 권력을 확보하는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군대나 성직자가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들이 절대적인 승패를 좌우하지는 않는다. 결국 권력을 유지하는 것은 사람들의 믿음과 지지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그랬다. 권력은 부패하지 않는다. 다만 약해질 뿐이다.


내가 1회차에 실패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숙했던 탓도 있지만,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밤을 날 연료도 없으면서 추방당할까 두려워 3일간 난방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고, 결국 지키지 못해 불만이 쌓여갔다. 식량과 연료가 바닥나며 불만을 낮추기 위해 지어 둔 성전과 기도원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단순히 눈 앞에 떨어진 불만을 잠재우기 급급해서 무조건 된다고 말하고서 지키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희망은 점점 사라져 갔다.


이것이 게임 속 세상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나는 현실에서 힘을 가진 사람이라기보다는 시민 중 하나에 가깝지만 말이다. 사회는 언제나 권력이 없는 사람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더 많은 장소를 내주기를, 더 많이 견디며 살아가기를, 더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게끔 한다. 게임에서도 그렇다. 시민들이 추위에 떨고 동상에 시달리다 결국 중환자가 되어도, 24시간 내내 노동을 강행하다 과로사해도, 통치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잠깐이나마 권력자의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이것이 개개인이 보이는 순간적인 배려나 염려로는 해결할 수 없는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느꼈다.


게임 이야기로 돌아와서, 가장 최근의 플레이에서 나는 신념을 따르기로 했다. 단순히 쉽고 빠르게 게임을 끝내기 위해 책임질 수 없는 선택을 내리지 않고, 어렵더라도 한 번 해보기로 말이다. 이번 플레이에서는 처음의 실수는 하지 않고, 내가 정말로 들어줄 수 있는 범위에서만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 3회차의 엔딩을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꽤 순조롭다.


게임을 두고 너무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결국 게임이라는 건, 내가 되어볼 수 없는 무언가가 되는 경험이 아닌가? 현실에서 이런 도시를 통치하는 것은 게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겠지만, 꽤 몰입감 있게 잘 구현해놓았다고 생각한다. 권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추운 날씨 탓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이런 건 전부 차치하고서라도 망해가는 도시의 통치자가 되어보고 싶다면 차갑고 혹독한 이 게임, '프로스트 펑크'를 추천한다.

 

 

[이고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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