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 [전시]

글 입력 2022.01.0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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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투르넬 강변 〈파리를 향한 시선〉.jpg

 

 

일반적으로 ‘샤갈’이라는 화가 이름을 들으면, 몽환적이고 파란 색감의 그림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아니었다. 강렬한 색채 보다는 내용인 <성서>를 가지고 다루었다. 그래서 파란색 보다는 와인색 컬러가 대부분 쓰였구나.

 

 

03. 예루살렘, 통곡의 벽.jpg


 

샤갈은 러시아계 유대인으로써, 세계전쟁 배경에서 정체성 고민을 평생 해온 화가이다. 유대인 핍박으로 프랑스에서도 혼란을 겪었고, 미국 망명 후에도, 나중에 돌아온 프랑스에서도 ‘어딘가를 그리워하는 붕- 뜬 마음’은 계속 드러나고 있다.

 

‘Shagall and the Bible’이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인생 전반의 고뇌를 성서 삽화를 메인으로, 은유와 비유를 통해서 풀어갔다. 내가 어렸을 때만 성당을 갔었고, 성서 내용을 다 기억하지는 못해서, 알고 가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04. 모세.jpg

 

 

전시는 크게 4세션으로 나뉜다.

 

1)샤갈의 모티브 소개 2)성서의 105가지 장면 3)성서적 메세지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그린 내용들 4)말년에 그린 다양한 작품들 (또 다른 빛을 향해) 대부분 판화, 과슈 등의 그림들이었고 강렬한 색채는 아주 가끔씩 볼 수 있었다. 샤갈의 인생, 고뇌를 성서를 중심으로 풀어나갔기 때문에 주기에 따라 어두워지기도 했다.

 

 

05. 다윗과 밧 세바.jpg

 

 

“만약 제가 유대인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예술가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적어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예술가가 되었을 것입니다.”


전시 초반에 나와있는 문구이다. ‘적어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예술가가 되었을 것’이라는 표현에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작가는 본인의 내면 세계를 드러내고 표출한다. 인생과 뗄 수가 없고, 당시 사랑하던 벨라를 죽을 때 까지도 그려왔다.

 

전쟁 속, 그것도 핍박 받는 유대인 위치의 화가였다면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래서 끊임없이 ‘예수’를 동일시하며 그려왔나보다. 분명히 에너지가 많은 사람인데, 원치 않게 계속 꺾여진다면 이 예술의 혼을 어떻게 풀고 표현해야한다는 말인가.

 

성서를 완전히 다 알지는 못해도, 그 속에 담긴 감정과 표현에서 슬픔과 끝까지 놓지 않았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물감, 색과 면과 선, 표현에 대한 열정, 정체성의 고뇌.

 

모든 것을 담고, 손으로 표출해내는 작업이기에, 모든 작품에는 자신이 온전히 담긴다. 역사를 배제할 수는 없다. 순수하게 작품만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작가에 대해 궁금증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부드럽고 몽환적인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 유명해진) 푸른 색채의 샤갈의 이면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유대인이라는 것도 몰랐고, 이민을 간 사실도 몰랐다. 아픔도 같이 담겨왔기에, 그의 인생 따라 그림도 흘러갔기에. 말년에 다다를수록 마음이 누적되고 손길이 누적되어 그림이 단단해지는가 보다.

 

 

 07. 푸른 다윗 왕.jpg

 

 

완성은 없고 꾸준함만 남는다. 현재 작업을 쉬고 있는데, 너무 '완성된 상태'만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반성이 든다. 목숨을 걸고, 인생처럼 모든 궤적을 그리지 않더라도, 내 과정을 사랑하면서 다 남길 수도 있을 텐데.

 

이럴 때는 완벽주의 강박이 미워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단점, 약점, 고통, 슬픔마저 예술로 승화시키는 꾸준한 작가들이 너무나 멋있다. 모든 시기를 함께하는,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나도 조금 용기를 내보고 싶어졌다.

 

"모든 생명이 필연적으로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그것을 물들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샤갈을 대표하는 그림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내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는 있었다. 그저 화가의 대표 전성기 그림의 나열만이 아닌, ‘성서’를 빗댄 인간의 고뇌들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놓지 않는 힘. 불타는 열정. 사랑과 희망을 보았다.

 

 

01. 에펠탑의 연인들, 최종본.jpg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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