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시인이 읽은 주역 - 주역 공부를 위한 3단계 워밍업

글 입력 2022.01.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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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독서 모임을 참가하면서 점으로써의 주역을 처음 만났다. 당시 각 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볍게 주역을 읽고, 독서 모임 맴버들과 점을 쳤었다. 당시 나는 나 자신의 성장에 대한 고민이 많은 상태였으므로, 나는 나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능력을 갖출 수 없는 방법을 물었다(물론 자세한 질문이 요구되기 때문에 당시에는 더 자세한 질문을 했다).

 

그때 나온 괘가 중지곤이었다. 여섯 획이 모두 음인 이 괘는 곤이 상하로 포개어져 있다. 주역에서 곤은 유순하고 어질고 포용하는 어머니를 의미한다. 아이를 품은 어머니처럼 대지는 씨앗을 품고 키운다. 이러한 음을 뜻하는 획으로만 구성된 중지곤을 설명하는 데에 암말이라는 비유가 사용된다. 왜 암말인가 하여 찾아보니, 고대인들에게 암말은 유순하고 지구력 있는 존재로 받아들여져 왔던 것 같다.

 

중지곤괘에서 나타난 여섯 개의 효사는 아래와 같다. "초육은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된다"다. 초육은 서리가 내리는 때를 의미하며, 얼음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육이는 곧고 모나고 큰지라 익히지 않아도 이롭지 않음이 없다"다.육이는 곧고 반듯한 마음으로 스스로 할 바를 묵묵히 해내는 모습을 보인다. "육삼은 빛나는 거서을 머금고 바르게 하니, 왕의 일을 좇더라도 우룸은 없더라도 마침은 있다". 육삼은 덕이 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 이루는 대신 일을 마무리한다.

 

"육사는 주머니를 메면 허물이 없고 명예로움도 없다". 육사는 매사 조심하고 주머니를 묶는 괘다.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육오는 누런 치마면 그게 길하리라"이다. 육오의 괘는 왕이 될 수 없지만, 아랫자리에서 직분을 충실하게 다하는 모습을 한다. "상육, 용이 들에서 싸우니 피가 검고 누른다" 상육은 주역의 이치를 잘 담아낸다.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이 모두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처럼, 조심하고 얌전한 괘가 양을 상징하는 용이 되어 격렬한 싸움을 한다. "용육, 끝까지 바르게 함이 이로우리라" 중지곤의 덕을 잘 간직해야지만 그 아름다운 빛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즉, 중지곤은 참고 기다리고 대비하는 중지곤은 나서거나 드러나는 괘가 아니라, 순종하고 인내하는 괘다. 당시 육효를 읽으면서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충분히 익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용처럼 날아다니길 바라는 나의 철없는 망상이 검은 피를 흘리는 것보다, 음획으로 이루어진 이 작은 괘에서 무상히 흘러가는 삶의 흥망성쇠가 담겨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이처럼 주역은 우주의 오묘한 이치 사이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학문이다. 오늘 소개할 책 `주역 공부를 위한 3단계 워밍업`의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오늘을 사는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인지한 하늘의 법도와 내가 인지한 땅의 법도에 맞추어 나의 법도를 세우고, 다듬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이 주역을 공부하는 이유이며, 자연 현상의 인과관계를 통찰하는 이유다.

 


`주역공부를 위한 3단계 워밍업`은 저자가 주역과 관련하여 낸 세 번째 책으로, 주역의 기본원리인 괘와 효부터 시작해 팔괘의 의미와 그 작용 원리와 괘상과 괘효 읽는 법에 관해 기술한다. 또한 64개의 괘 가운데 12개 이상의 역문을 시범적으로 해석, 그 의미를 밝혀 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주역에서 매끄럽지 못한 우리말 번역의 예문을 실감할 수 있도록 괘사·효사·상사·단사 등에서 34개 문장·어구에 관한 역자들의 번역을 소개하고 동시에 필자의 번역을 붙였다.

 

개인적으로는 `워밍업`이라는 단어에 낚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책은 전체적으로 초보자에게 결코 쉬운 책은 아니었다. 어려운 한자가 섞여 있고, 사용하는 단어도 어려우며, 읽기 어려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독자들에게 결코 쉬운 책은 아니었다. 사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시점에서도 정확히 어떤 세 단계로 이루어진 책을 읽었는지 잘 파악되지 않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이는 어떤 쉬운 교육서적으로 생각한 나의 생각이고, 저자로서는 이러한 접근법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을 저술한 이유 중 하나는 주역의 괘 역문을 매끄러운 번역을 하는 것이었다. 원문의 뉘앙스를 좀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적절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 이처럼 읽기 어려운 책이지만 나와 같은 초보 독자라 하더라도 정확히 주역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주역을 읽으면서 덧붙인 글들이다. 책의 중반 즈음에는 저자가 주역을 공부하면서 생각한 것들이 가벼운 에세이 형식으로 기술되어 있다. 사실 책을 접하고 이쪽 부분의 글을 읽을 때쯤에야 저자가 중견 시인 이시환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한 저자의 배경과 주역의 오묘한 뜻이 맞물려 기대하지 못했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인류는 그 자신을 스스로 무엇인지를 대답하기 위해 철학적 사유를 탄생시켰다. 주역은 동양 철학의 거대한 뿌리 중 하나로서, 유일무이한 태극이 음과 양으로 나눈다고 설명한다. 책에서 말하는 주역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흔히 말하는 괘와 효는 음과 양의 조합으로서, 음과 양은 다시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이라는 사상을 낳고 이렇나 사상은 다시 건, 태, 이, 진, 손, 감, 간, 곤의 팔괘를 낳는다. 이러한 팔괘는 다시 64괘가 된다. 괘를 다시 들여다보면, 괘는 6개의 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은 끊어지지 않은 막대로, 음은 끊어진 막대로 표현된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괘는 음과 양이 다양하게 조합되면서 그들의 괘의 속성이 정해진다.

 

이러한 여섯 획으로 구성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주의 중심에 사람이 있고, 그 위로는 하늘이, 그 아래로는 땅이 이는데 이들 삽자가 하늘의 뜻이 있고 땅에는 땅의 이치가 있고, 사람에는 사람의 도리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도리를 묶어 움직이는 것이 도이다. 이러한 천, 지, 인이 양과 음으로 표현되어 6개의 획이 되는 것이다.

 

팔괘에는 다양한 물상을 상징한다. 그것들은 자연 구성물의 모습을 하기도하고, 가족관계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눈치챌 수 있는 것처럼, 주역에서는 인간의 복잡한 흥망성쇠의 현상이 이러한 음과 양에 따라 결정된다. 흥미로운 것은 각 괘가 사주 명리처럼 명확한 의미를 담는 것보다는 오묘한 비유로서 기술된다는 점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주역의 설명들이 시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다.

 

이처럼 주역의 세계관에서 비추어지는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처럼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곳에는 바꿀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바꿀 수 없는 것도 있다. 하지만 주역이 가르치는 중요한 메시지는 운명에 순응하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하늘과 땅의 관계를 본받아 받들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있다. 주역이 미래의 방향을 정하는 점으로써 사용되고, 마음을 닦는 수양 서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전부 읽은 후에도 주역에 대해 이해하였다고 할 수는 없으나, 시인이었던 저자가 주역에서 찾아낸 핵심적인 가르침은 심금을 울리는 데가 있다. 사실 태극기를 사용하는 한국인으로서 태극기의 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단한 부끄러움이 아니었는가. 주역의 오묘한 가르침을 한데 표현한 모습이 나의 정체성 중 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괜스레 자랑스러워지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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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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