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스키아 [영화]

영화 <바스키아 Basquiat>, 줄리앙 슈나벨 감독, 1996년 작
글 입력 2022.01.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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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내가 유명해질 수 있다고 믿지 않았어. 그런데 유명해지니까 오래가진 못할 거라더군. 지금은 오래가니까 내가 자살할 거라나? 내가 마약에서 벗어나면 내 작품은 죽었다고 하겠지."

 


음악으로든 그림으로든 '유명해지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젊은이, 바스키아. 그는 주위의 모든 것을 화폭 삼아 원하는 것을 그리며 언젠가 인정받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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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은 예술가들을 존경합니다. 예술은 자신을 매개로 가난에서 벗어나는 정직한 방법이니까요. 예술가로서의 가치에 따라 돈을 버는 것, 깨끗하고 간단하죠."라는 영화의 내래이션처럼, 바스키아는 반드시 예술가라는 정체성으로 성공하길 열망한다.

 

바스키아의 욕망은 친구 베니와 거리를 거닐며 대화하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베니는 존 헨리라는 철도회사 직원이 철로를 놓는 기계의 출현에 대항해 그것과 시합을 벌인 일화를 들려준다. 이야기에 따르면 존 헨리는 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나 급사하고 만다.


바스키아는 이에 “그래도 이겼잖아"라고 대꾸한다. “하지만 죽었잖아"라며 되받아치는 베니와 달리 바스키아에겐 죽음이라는 결말보다 성취가 중요하다는 것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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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키아는 미술관에서 일하거나 앤디 워홀의 식사 자리에 무작정 따라 들어가 그림을 판매하기도 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눈도장을 찍는다.

 

간절한 바람과 그에 걸맞은 실행력 때문인지, 바스키아는 얼마 안 가 미술 평론가 르네 리카드의 눈에 들게 된다. 르네는 "미술 역사상 여태까지 역량 있는 흑인 화가는 없었어."라며 그를 스타 화가로 키워낼 포부를 드러낸다.


그러나 명성을 손에 쥔 후 새로 사귄 주변인들은 그를 조금씩 상처 낸다. 미술 거래상 아니나는 바스키아를 앞에 두고 "빈민들의 진실한 목소리"라며 그의 작품을 소개하고, 또 다른 관계자 브루노는 전시회를  빌미로 그림을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

 

그토록 원하던 도약을 이뤄냈음에도 미술계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대중의 비판 등으로 바스키아의 마약중독은 악화된다. 거기에 더해, 그가 사랑했던 여자친구 지나와 단짝 베니와의 관계도 무너지며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씩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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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흑인'이라는 꼬리표는 그를 여전히 괴롭게 한다.

 

식료품점의 백인 남성은 바스키아가 낸 현금 지폐를 빤히 들여다보며 의심의 눈초리로 대하고, 인터뷰어는 “당신은 화가인가요, 아니면 흑인 화가인가요?”라고 무례한 질문을 뱉는다. 흑인에 대한 은근한 경멸과 조롱은 일상 곳곳에서 튀어나와 그를 멍들게 한다.

 

영화는 바스키아가 겪는 불안정한 심리를 환각의 이미지로 그려내며 관객 또한 그 감정의 파고에 동행하도록 이끈다. 모든 걸 이뤘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텅 빈 마음과 부담감만큼 커진 실패에의 두려움 등, 그를 맴도는 위기의식들이 전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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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키아는 앤디 워홀의 사망 이후 더욱 심해진 중독 증세로 27살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영화는 그의 죽음을 담아내는 대신, 짧았던 인생에서 영향을 주고받았던 주요 인물들을 빠짐없이 조명하며 그 예술적 삶의 면면을 충실히 기리고 있다.

 

후반부에는 영화가 다소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는 인상이 있으나, 전기영화이니만큼 스토리의 기승전결보다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데 주안점을 두고 관람하면 좋을 것 같다.


바스키아가 통과했던 영감의 순간들을 함께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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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여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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